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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이것은 완벽한 드라마다' MMA 아마추어리즘, 그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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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이것은 완벽한 드라마다' MMA 아마추어리즘, 그 현장에 가다
  • 박성환 기자
  • 승인 2014.05.01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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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禮)에 입각한 배려와 페어 플레이 정신을 통해 싸움 아닌 스포츠로 인정받아

 [300자 Tip!] TOP FC 칸스포츠리그는 프로 파이터를 꿈꾸는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전쟁터이자 일반인들에게는 생활체육의 무대다. 그곳은 매 무서운 줄 모르는 약관의 20세 새내기 대학생, 지루한 일상 속에서 강렬한 도전을 꿈꾸는 30대 회사원, UFC를 목표로 파이터 인생을 시작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어우러져 있는 휴먼 드라마의 장이다. 승자의 세리머니보다 패자를 위로하는 포옹을 통해, 패자가 흘리는 피보다 아쉬움 가득한 눈물을 통해 종합격투기는 싸움이 아닌 스포츠로 완성된다.

 [스포츠Q 글·사진 박성환 기자] 훌륭한 파이터의 경기력은 종합격투기 관람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감동적인 승부에 녹아 있는 처절함은 오랫동안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런 종합격투기 문화가 관객의 일상에 스며들어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면 얼마나 대견할까.

세상에서 가장 거칠고 위험한 익스트림 스포츠, 그 정점에 올라 있는 MMA(종합격투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들어가 본다.

▲ 경기가 끝나면 승자는 환호하고 패자는 고개를 떨군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정글의 세계, 링. 하지만 그 안에서도 휴머니즘은 피어난다.

 ◆ 열정적인 투혼과 결과에 승복하는 매너, 이게 바로 종합격투기다

 2014년 4월 26일 오후 2시, 서울 대림동의 코리안탑팀 체육관 특설 링. TOP FC 칸스포츠리그 4회 대회의 메인이벤트인 양성준(전주 퍼스트짐)과 윤민욱(코리안탑팀)의 대결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2라운드 후반, 진흙탕 같은 그라운드 싸움에서 윤민욱이 먼저 기회를 잡았다. 양성준의 등 뒤에서 리어 네이키드 초크(양 팔로 목을 조르는 기술)을 시도하며 양성준을 그로기로 몰아붙인 것. 하지만 양성준 또한 자신의 목을 공격하는 윤민욱의 팔을 붙잡고 버티며 가쁜 숨을 토해냈다.

 “땡! 땡!”

“2라운드 끝났습니다! 양 선수 모두에게 큰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김형주(코리안탑팀 코치) 대회 본부장의 말과 함께 장내에 우렁찬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효과적인 펀치 공격으로 1라운드 우세를 이끌었던 양성준이지만 2라운드에서는 주짓수 기술을 앞세운 윤민욱에게 진땀을 빼야 했다. 3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양성준이 펀치를 쉼 없이 휘둘러댔다. 하지만 체력에서 우위를 점한 윤민욱이 또다시 양성준을 바닥으로 끌어들였다. 체력이 소진된 채 엎드려있던 양성준의 등 뒤를 윤민욱이 재차 공략하기 시작했다.

▲ 'TOP FC 칸스포츠리그 4' 메인이벤트 경기에 나선 윤민욱(코리안 탑팀)이 양성준(전주 퍼스트짐)에게 리어 네이키드 초크 기술을 걸고 있다.

파운딩 공격으로 양성준을 괴롭히며 호시탐탐 서브미션(조르기, 관절기 등의 공격으로 상대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는 기술)을 노리던 윤민욱의 몸 중심이 흔들린 순간, 양성준이 사력을 다해 일어서며 윤민욱을 바닥에 떨궜다. 황급히 가드 포지션(위를 향해 다리를 벌리고 수비하는 자세)으로 전환한 윤민욱의 얼굴에 양성준이 파운딩 공격을 퍼부었지만 이내 3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공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짜릿한 명승부 앞에서 세 명의 부심들도 판정이 갈렸다. 결국 윤민욱이 2-1 판정승을 거뒀고 양성준은 속상한 마음을 멋쩍은 미소로 대신하며 윤민욱을 껴안았다.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된 두 선수는 서로의 팔을 붙잡고 높이 치켜들며 관중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젠틀 스포츠. 이것은 너무나 신사적인 스포츠였다. 조금 전까지 서로 죽일 듯이 때리고 맞던 살벌함은 사라지고 그저 서로의 얼굴을 만져주며 다친 곳은 없는지 안부만 물을 뿐이었다.

▲ 거칠고 투박한 종합격투기의 겉모습과 달리 그 안에는 페어 플레이 정신과 젠틀한 매너가 존재한다.

◆ 청각장애인 청년과 정육점 직원의 꿈, 프로 파이터

청각장애인인 윤민욱(20. 코리안탑팀)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세컨드의 지시를 듣지 못한다. 평소에는 보청기를 끼고 생활하지만 운동을 할 때는 벗고 한단다. 체육관 지도자의 말이 들리지 않아 대충 입술 모양을 보고 어림짐작으로 알아들을 뿐이다.

시합 때도 마찬가지다. 보청기를 벗고 링 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전략을 짜고 임기응변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도 벌써 아마추어 무대에서 4전 4승을 거뒀다. TOP FC와 함께 국내 종합격투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로드FC의 아마추어 MMA 대회인 센트럴리그에서 데뷔전 첫 승리를 따낸 것을 비롯, TOP FC 칸스포츠리그에서 3연승을 거뒀다.

 윤민욱이 MMA를 알게 된 건 고교생이던 2010년에 주짓수를 접하면서부터다. 송파구에 있는 한 주짓수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한 윤민욱은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으로 주짓수 강좌를 탐독하며 보냈다. 덕분에 주짓수 실력은 나날이 일취월장했지만 그 체육관에서는 주짓수 외에 레슬링과 복싱, 체력 향상 트레이닝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주짓수 체육관을 그만 둔 윤민욱은 혼자 헬스클럽을 다니며 몸만들기에 열중하다 2012년 코리안 탑팀 선수부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혹독한 담금질을 견뎌낸 윤민욱은 아마추어 무대에서 파죽의 4연승을 거두며 화제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 MMA 아마추어 무대에서 4전 4승을 달리고 있는 윤민욱은 선천적인 청각장애인이다. 하지만 타고난 근면성실함과 UFC에 진출하겠다는 목표가 그를 훌쩍 성장시켰다.

 윤민욱과의 승부를 위해 전라북도 전주에서 올라온 양성준(22. 전주 퍼스트짐)도 UFC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오전에 두 시간 정도 MMA 훈련을 소화해내고 오후부터 밤까지 마트 정육점 직원으로 일한다. 자신이 속한 전주 퍼스트 짐의 스타 파이터인 한성화의 뒤를 잇는 선수가 되고 싶단다.

하지만 여가 시간이 부족해 체력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는 양성준은 헤드기어를 쓰고 하는 아마추어 룰에서는 3전 2승 1패를 거뒀지만 헤드기어를 벗고 하는 세미프로 룰에서는 2전 2패로 부진한 상태다. 누구 못잖게 간절히 프로 데뷔를 꿈꾸는 양성준이지만 이날 패배로 또다시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본지와 인터뷰에 응한 양성준은 “아까 저랑 싸운 윤민욱 선수도 인터뷰하셨어요? 그 선수 인터뷰 아직 안 하셨으면 빨리 해주세요. 너무 훌륭한 기량을 갖췄어요. 저랑 3라운드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너무 고마운 친구예요”라며 자신의 진로에 걸림돌이 된 상대 선수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윤민욱은 오는 5월 30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TOP FC 2-페더급 그랑프리 8강’ 대회에 출전한다. 토너먼트에 출전할 8명의 자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주최사 측에서 4월 29일 밤에 최종적으로 윤민욱을 포함시켰다. 윤민욱은 그토록 소망하던 첫 프로데뷔를 챔피언 벨트가 걸린 8강 토너먼트 무대에서 치르게 됐다. 신인으로서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형 무대다.

그러나 나머지 7자리를 채운 명단에는 강자가 즐비하다. 한국 최초의 대규모 종합격투기 대회였던 스피릿MC 시절부터 ‘토홀드(하체관절기 기술)의 신동’으로 불리던 최영광(노바 MMA)이 이번 그랑프리 토너먼트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더불어 이런 최영광을 지난 3월 ‘TOP FC 내셔널리그 2’ 대회에서 하이킥으로 TKO시켰던 한성화(전주 퍼스트 짐)가 다시 한 번 최영광을 제압하고 페더급 왕좌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 TOP FC 칸스포츠리그를 주최한 (주)남자세계의 하동진 공동 대표.

◆ 종합격투기, 양지의 스포츠 종목으로 정착할 날을 꿈꾸며

 MMA가 대중에게 보여지는 겉모습은 서로 때리고, 아파하고, 다치는 모습이다. 본질을 들여다 보지 못하면 폭력적인 싸움으로만 인식될 뿐이다.

하지만 링 안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 향상에 필요한 체력훈련을 비롯해서 복싱, 킥복싱, 레슬링, 주짓수 등 여러 격투 종목들을 하루 3~4시간씩 연마해야 한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스파링도 필수다. 술 한 잔, 담배 한 모금만 마셔도 당장 눈앞의 지옥훈련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화려할 것만 같은 MMA 선수들의 일상이 의외로 단순하고 건조한 이유다.

UFC 파이터인 김동현(부산 팀매드)은 “프로 파이터로 살아가려면 도를 닦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개성 넘치는 외모와 화려한 옷차림으로 인해 노는 걸 좋아할 것 같지만 다음날 최상의 컨디션으로 지옥훈련에 임하기 위해서는 유흥을 멀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MMA가 스포츠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나태한 유흥문화에 젖어 있는 속칭 ‘양아치’들의 길거리 싸움과 격을 달리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절제된 사생활과 강도 높은 훈련량, 그리고 확고한 목표 의식이 MMA 선수들을 어엿한 스포츠인의 반열로 이끌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주)남자세계의 하동진 공동 대표는 “아마추어 대회인 TOP FC 칸스포츠리그를 개최하는 목적은 종합격투기가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생활체육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또한 프로 파이터들의 경연장인 TOP FC 넘버 대회와 하부대회인 내셔널리그에서 뛸 유망주들을 발굴하는 기회의 자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전찬열 공동 대표는 “TOP FC 칸스포츠리그를 통해서 잠재력을 갖춘 신인들이 자주 기량 점검을 했으면 한다. 프로 파이터들은 챔피언의 꿈과 UFC 진출을 위해 목숨 걸고 훈련하며 싸운다. 신인 선수들도 프로라는 벽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한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전했다.

▲ TOP FC 칸스포츠리그를 개최한 (주)남자세계의 전찬열 공동 대표는 "MMA 저변을 넓히기 위해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대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TOP FC 칸스포츠리그는 아마추어 MMA 대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MMA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 무대를 통해 미지의 유망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과거에도 팬들은 각종 아마추어 MMA 대회를 통해 김동현과 정찬성, 임현규라는 생소한 이름을 접했고, 그들은 지금 MMA의 메이저리그인 UFC의 주축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제는 TOP FC 칸스포츠리그가 그 사명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취재 후기] MMA 산업의 저변을 탄탄하게 지탱해 주는 뿌리는 아마추어 대회와 선수들이다. 그들이 피워낸 꽃봉오리가 프로 파이터라면, 그들이 연출하는 격렬한 싸움은 가시넝쿨처럼 날카롭고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가시넝쿨 밑에 가려진 꽃잎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들의 진한 휴머니즘과 페어 플레이 정신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amazi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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