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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이태원 품은 '연남동 프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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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이태원 품은 '연남동 프리덤'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5.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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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김나라 이예림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연남동이 뜨고 있다!

홍대 인근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한적한 주택가였던 이곳이 무서운 속도로 바뀌고 있다. 골목길 속 보물가게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게 하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과거 홍대의 특징이었던 '예술성'과 이태원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품은.

가죽 공방들이 3~4곳 위치한 구역. 한 주택에 연남동 지도 벽화가 그려져 있다.

서교동·동교동·연희동의 경계에 자리한 연남동은 최근 홍대 상권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젊은 상인들과 가난한 예술가들이 대거 이동하며 게스트하우스, 공방, 카페, 음식점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홍대는 한때 인디클럽과 개성 있는 패션숍과 카페, 출판사 등이 운집하며 '예술의 거리'로 불렸던 곳이지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폭등했고 댄스클럽, 주점, 노래방, 대형 프랜차이즈점, 플래그십 패션스토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자연스레 상업화로 치닫는 홍대 거리 대신 인근인 합정동, 상수동에 이어 연남동, 연희동으로 상권이 확장하는 추세다.

특히 연남동은 지난 2010년 공항철도 개통과 함께 유동인구가 급증하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가세하면서 홍대 상권을 넘보는 주목할 만한 관광상권 겸 젊은 예술인들의 둥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공항철도 개통 이후 외국인 관광객 늘어…게스트하우스, 세계요리전문점 급증

연남동 게스트하우스들은 홍대입구역에서 도보 3~5분 거리로 역에서 매우 가깝다. 거기에 공항철도가 홍대입구역을 경유하게 되면서 연남동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로이 게스트하우스의 박상원 사장은 “처음에는 연남동에 20곳의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1년이 조금 더 된 지금 공식적 비공식적 수치를 합쳐 200곳이 된다”고 언급했다.

▲ '로이 게스트하우스' 외관(왼쪽)과 복층이 특징인 방 전경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행을 많이 한 박 사장은 “원래 남산에 게스트하우스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남산에 언덕이 많아서 다른 곳을 알아보던 중 연남동이 홍대와도 인접하고 장관도 예뻐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느 나라를 가도 게스트하우스촌이 이런 좋은 위치에 있는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특색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스페이스 토라의 주인은 순수미술을 전공한 작가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아래층에는 작업실이 있어 주인은 게스트하우스 운영과 동시에 예술 작업을 한다. 그는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신인 아티스트들의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 게스트하우스 '스페이스 토라'의 외관(왼쪽). 거실 벽에는 예술 작품들이 걸려있다.

미국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스페이스 토라 매니저 오씨는 연남동 게스트하우스의 특징으로 건물들의 층이 낮아 호텔보다는 지역적인 분위기와 가정집 느낌을 낸다는 점을 꼽았다. 연남동에서 몇 년째 살고 있는 오 매니저는 “연남동에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작업도 하면서 카페나 식당을 운영한다. 사람들의 마인드가 많은 돈을 벌기 보다는 예술 작업을 하면서 돈을 벌자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한 관광객은 “말레이시아 휴일을 맞아 한국에 왔다. 여기(게스트하우스)주위에 가게들, 식당들도 많고 좋다. 말레이시아에는 카페가 많이 없는데 홍대 부근에는 카페가 많다. 또 그리 시끄럽지도 않아 머물기에 최적이다”고 언급했다.

한국에 처음 온 캐나다 관광객은 “홍대가 핫플레이스여서 왔다. 그러나 홍대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달리 여기(연남동)는 정말 조용하다. 홍대 클럽에서 놀고 여기서 휴식을 취하고 자기에 좋다. 또한 주인 아저씨가 굉장히 친절하다. 일본, 태국, 베트남을 갔지만 이렇게 챙겨주는 게스트하우스는 없었다”고 답했다.

연남동은 저렴한 땅값과 화교 학교가 있어 많은 화교들이 몰려 살았다. 그래서 연남동, 연희동 일대에 화교 거리가 있으며 많은 중식당들이 있다. 요즘은 중식당들 외에도 태국 음식점 툭툭 누들타이, 멕시코 음식점 베무초 칸티나, 일본 가정식집 40키친 등 다양한 세계 요리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요즘 연남동이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소중한 메카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한다.

◆ 한적한 거리에 주택개조 상점·공방 독특한 개성 발산

지난해 연남동은 서울시의 저층주거지 정비사업인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 새단장을 마쳤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이란 전면철거 방식인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대안으로 도입된 저층 주거지 보전방식의 정비사업이다.

▲ 연남동의 주택을 개조한 카페와 음식점들 '아는 남자' 'HPY' '40키친' '밥 해주는 남자'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당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뉴타운 사업의 대안으로 '휴먼타운'이라는 개념을 선보이며 성북동·인수동·암사동 단독주택지에 이어 지난 2010년 11월 시범사업지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휴먼타운이 지난해 초 주거환경관리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정식 법제화되면서 바통을 넘겨받은 박원순 시장이 전환 추진해 공사를 마쳤다. 휴먼타운이 아닌 주거환경관리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처음 준공된 사업지다. 핵심은 저층 주거지역의 보전과 재생, 마을 공동체 활성화로 전면 철거 방식으로 이뤄져 기존 커뮤니티를 파괴하는 예전의 재개발·재건축사업과 방향이 정반대다.

◆ 실험적인 젊은 예술가들 창작열 불태우는 공간으로 변신

대규모로 짓기 어려운 주택의 특성에 맞게 연남동의 상점 주인들은 단순 돈벌이 수단보다는 각자 꿈꿔온 미래를 위해 점포를 꾸려나가고 있다. 비록 가게는 소규모이지만 대규모 프랜차이즈 점포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스토리가 담겨있고, 특성화된 제품들만 모아져있다.

▲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플레이스 막'. 오후 3시부터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주택을 개조해 친근하고 소박한 가게들과 함께 시중에 구하기 어려운 그림책들을 접할 수 있는 서점 '피노키오', 9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해놓는 '플레이스 막', 직접 만드는 비누 공방 '비뉴', 자연을 모티브로한 작품들이 가득한 아틀리에 '폴 아브릴', 은과 원석을 소재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은나비 공방', 가죽 공방 '꾹~아트웍스' 등 예술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쉽게 볼 수 있다.

▲ 연남동 이탈리아 가정식 레스토랑 아씨시의 외관(왼쪽)과 내부 인테리어

이탈리아 토스카나 가정식을 파는 '아씨시'의 쉐프는 역삼동에서 기업 총수, 장관들을 대상으로 요리를 대접하다 연남동으로 왔다. 쉐프는 "요즘 연남동이 핫플레이스라고 들어서 젊은이들의 기운도 받고자 해서 왔다"며 "주택을 개조해 가정집 느낌을 내고 싶었다. 150~200년 된 빈티지 소품들로 채웠다. 식당을 차리려고 연남동에 왔을 때 1970년대가 멈춘 느낌이었다. 여기다 싶어서 왔다"고 밝혔다.

카페 '아는 남자'를 운영 중인 30대 김모씨는 "2012년 가게를 오픈할 당시만 해도 주변이 휑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는데 1년 새 술집, 카페 등이 많이 생겼다. 상업적으로 변한 홍대와 달리 연남동은 마니아 적인 느낌이 강하다. 나 역시 돈도 벌고 지인들과 함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한적한 동네를 찾다가 연남동을 선택했다. 가게 명칭도 동네 마실 나온 듯 부담 없이 방문하라는 의미를 담아 '아는 남자'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 가죽공방 '꾹~아트웍스' 외관(왼쪽). 이종국씨가 가죽으로 지갑을 제작하고 있다.

가죽공방 '꾹 아트웍스'의 이종국씨는 "지난달 공방을 차렸다. 연남동은 교통편이 좋아서 회사원들이 퇴근 후 공방을 찾는데 무리가 없어 좋다"며 "홍대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연남동으로 많이들 넘어 오는 것 같은데 혹여 지금의 홍대처럼 유흥문화로 변질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남동에서 1년째 가죽공방 '키키'를 운영 중인 아티스트 김해준씨는 "연남동은 임대료가 저렴하고 조용해서 아티스트들에게 작업하기 참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준다. 연남동이 더욱 발달되면 유동인구가 많아져서 공방을 운영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마냥 좋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예술성이 짙은 연남동이 상업적으로 변하게 되면 결국 작가들만 피해자가 돼 떠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서로 공존해나갔으면 한다"고 예술가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패션잡화 '레더 인 더 보틀'의 채승민씨는 "여행이 취미인 사람들끼리 모여서 운영하는 가게로 연남동의 콘셉트와 어울리는 것 같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개성강한 젊은이들이 주 고객층이지만 의외로 아주머니들도 많이 방문하신다"고 소개했다.

▲ '레더 인 더 보틀'의 외관(왼쪽)과 내부. 각국에서 사온 샹들리에, 도자기, 옷,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이어 "홍대가 술 문화라면 여긴 여행을 떠난, 관광지 느낌이다. 연남동의 방문객들은 골목 자체를 직접 발견하는 재미로 다닌다. 아주 어린 10대 친구들보다는 20대나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연남동에 오는 것 같다. 패션 관련 매장도 늘어나고 있지만 분위기가 도시적인 신사동과는 다르게 빈티지해서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 70년대와 최신 유행 공존하는 '유니크 플레이스'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택시'에서 영화평론가 겸 방송인 허지웅의 단골집으로 나온 '코요테살룬'은 홍대에서 넘어온 트렌디한 바(bar)다. 코요테살룬은 홍대가 본점이고 연남동에 2호점을 냈다. 또한 홍대에서 인기를 끌던 경성초밥 사장은 홍대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싫어서 연남동으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구에 위치한 밥해주는 남자도 최근 마포구 창전동과 연남동에 지점을 냈다.

▲ '코요테살룬'의 외관과 인기있는 메뉴인 청포도 샐러드와 마르게리따 피자 (위쪽) 일반 주택을 개조한 '밥 해주는 남자'와 서구 스타일의 카페 외관

이처럼 낡은 가정집들로 이루어진 연남동 일대에 트렌디한 점포들이 몰려오고 있다. 또한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신식 건물이 있어 예전의 연남동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한적한 풍경을 자랑하는 연남동.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연남동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연남동에 거주 중인 20대 대학생 김모양은 "동네에 다양한 상점들이 오픈하면서 최근에는 사람이 많고 복잡한 홍대를 거의 가지 않는다. 프랜차이즈점포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동네에 다양한 상점들이 오픈해서 좋다. 외출할 때 굳이 멀리까지 나가지 않고 친구들을 연남동으로 불러서 만난다"고 말했다.

연남동의 맛집이라고 소문난 한 이탈리아 가정식 레스토랑에서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던 그는 골목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이곳에 방문하게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또 다른 20대 대학생 역시 시끌벅적한 홍대보다 연남동이 마음에 든다며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라고 평가했다.

연남동에 거주한지 1년째라는 스페인 국적의 한 외국인은 "홍대와 신촌 근방을 알아보다가 연남동이 회사랑 가깝고, 조용해서 이사왔다. 옛날식당, 한식당이 많아서 괜찮은데 점점 서양도 아니고 한국음식도 아닌 식당들로 변해가고 있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15년째 거주 중인 40대 여성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것이기에 연남동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주택가다운 맛은 없어지겠지만 음식점이 많아져 멀리까지 가지 않고 근처에서 외식을 해결할 수 있어 편하다. 지하철 가깝고, 각 가게마다 개성이 있어서 좋다. 연남동에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데 우리집 애들도 홍대대보다 연남동을 선호하더라. 지금이 딱 좋다"고 전했다.

◆ 힐링의 장소 '연남동' 앞으로도 인기는 계속된다

'카페 리브레'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카레 요리점 '히메지' 외관

대한공인중개사 장춘익 대표는 "연남동은 교통이 좋아서 기본적인 수요는 있었다. 그러나 요즘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는 사람들부터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까지 수요자들이 많이 늘었다. 향후 3~4년 동안 땅값이 계속 오를 전망이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동교동 로터리를 이유로 꼽으며 "홍대 근방의 지역들(연남동, 동교동, 서교동, 연희동)이 지하철 2호선, 공항철도, 경의선이 다 경유하는 곳이기 때문에 번화가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연남동부터 공덕 로터리까지 공원이 조성되며 지상 테마파크가 들어설 전망이다. 홍대는 이미 포화상태이고 워낙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남동으로 넓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인 예술인 거리이자 젊음의 거리였던 소호가 점차 상업화되며 임대료가 폭등하자 젊은 아티스트와 상인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로 이동했고, 이곳이 새로운 상권이자 예술가들의 메카로 발돋움했다. 연남동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연남동의 부상은 시끌벅쩍하고 화려한 유흥문화와 LTE급 속도에 지친 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조용한 공간에서 느리게 걸으며 정신적 풍요로움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힐링'의 공간, 바로 연남동이다.

주택가 담벼락에 크게 그려진 귀여운 길고양이 벽화가 미소를 자아낸다.
▲ 연남동 '플레이스막' 맞은편에 위치한 공방 '1st 4pril'의 밍글이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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