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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전 감독 "독립야구리그 출범, 프로야구 더 풍성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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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전 감독 "독립야구리그 출범, 프로야구 더 풍성해질 것"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5.02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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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못간 선수들에게 또 다른 기회…기량 떨어진 선수들도 재충전 가능

[300자 Tip!] 프로야구 10구단 kt 창단과 함께 화두로 떠오른 것이 바로 '독립야구리그'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고양 원더스라는 독립야구팀이 있지만 단 한 팀밖에 없기 때문에 진정한 독립야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없다. kt의 창단 공약 가운데 하나인 경기도 독립야구리그 출범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3월 13일 열리는 등 발빠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공청회에 참석한 낯익은 야구인 가운데 백인천(71) 전 감독이 패널로 나서 독립야구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백인천 감독은 독립야구 외에도 우리나라 야구의 발전을 위해 70대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노민규 기자] 요즘 백인천 전 감독은 너무 바쁘다. 독립야구리그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뿐 아니라 후배들의 은퇴 후 생활을 위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현재 그는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 감독을 맡던 도중 건강 문제로 야구 현장 일선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지만 그동안 리틀야구와 어린이 야구 활성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 백인천 감독은 독립야구리그가 출범하기까지 적지 않은 숙제를 풀어야 하지만 야구계 저변 확대를 위해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적 선수로 첫 일본 프로야구 진출, 프로야구 유일의 4할 타자라는 여러 수식어를 뒤로 하고 어느새 70대가 된 백인천 전 감독은 한국 야구와 후배들을 위해 아직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독립야구리그 출범은 후배 선수들을 위한 또 하나의 '복지장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 풀어야 할 숙제 많지만 독립야구는 해야만 한다

"일본과 미국에도 독립야구리그가 있지요. 우리나라에도 생기는 것은 야구인으로서 반갑고 좋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분명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독립야구이긴 하지만 스폰서가 붙어야 하고 선수를 확보해야 합니다.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지요. 입장 수입을 만들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독립야구리그가 출범하기 위해서는 프로야구처럼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해서 야구팀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독립야구리그가 출범하기까지 숙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 백 감독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독립야구리그가 실패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백 감독은 단호하게 '일단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선수를 하다가 은퇴가 아닌, 중도에 그만 두는 선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당장 직장이 없지요. 이럴 경우 독립야구라는 장치가 있으면 재충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다시 프로로 갈 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나와서도 프로선수가 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겁니다. 독립야구리그가 생겨나면 이들이 뛸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립니다. 실업야구가 있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우리나라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실업야구가 거의 없어진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와 실업의 중간 단계인 독립야구는 분명 필요한겁니다.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되느냐 안되느냐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프로야구가 더욱 풍성해지기 위해서라도 일단 해야 합니다."

▲ 지난 3월 13일 서울 올림픽회관에서 진행된 독립야구 공청회에 참석한 백인천 감독. [사진=스포츠Q DB]

독립야구리그의 출범 작업이 진행되어서인지 백 감독에게 오는 '러브콜'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백 감독은 단호하게 손사래를 쳤다.

"나는 야구 기술자입니다. 선수들을 키워내는 사람이죠. 팀을 만드는 것은 또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지요. 아직까지 제의도 없지만 야구 감독을 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삼성 감독을 하다가 건강 문제 때문에 중도사퇴하지 않았습니까. 이미 그때 이제 감독은 그만해야겠구나는 생각을 했죠. 감독을 하게 되면 승부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면 되찾은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요. 감독은 이제 할만큼 했습니다. 허허허."

◆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병폐, 프로답지 못한 선수가 너무 많아요

비록 프로감독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지만 야구계 원로답게 백 감독은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지금 백 감독이 한국 프로야구를 보는 시선은 약간 못마땅한 듯 하다.

"프로야구는 장난이 아닙니다. 목숨을 걸고 해야 합니다. 아웃이 뭡니까? 전쟁으로 따지면 죽는겁니다. 프로야구에서 두번, 세번 똑같이 죽으면 밀려나게 되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수들을 보면 미국과 일본에 비해 덜 엄격한 것 같습니다. 절박함이 보이지 않아요.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70, 80% 정도는 프로선수가 아닌 것 같습니다."

▲ 백인천 감독은 현재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프로선수들에게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며 '프로페셔널'이 가져야할 진지한 자세를 주문했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독한 '디스'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수준이 낮다는 비판도 거침없다.

"제가 일본에서 2군에 있었을 때 1군에 올라가면 세번의 기회를 줍니다. 세번 안에 출루를 해야만 또 세번의 기회를 줍니다. 그렇지 못하면 다시 1년 동안 2군 생활을 해야하지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나가기 위해 몸에 맞는 공도 불사했었습니다. 물론 옛날 얘기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프로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야구에 있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들이 과연 이 계통에서 최고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백 감독이 생각하는 진정한 프로선수란 무엇일까.

"선수는 아무나 될 수 있다고 하지만 '프로페셔널'은 아무나 될 수 없습니다. 프로는 야구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하고 노력하고 경험해야 합니다. 그런데 야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빠지는 선수가 너무 많습니다. 프로는 어떤 자세로 야구에 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다."

백 감독이 프로 자격이 없는 선수가 많다는 예를 든 것이 바로 '승부조작' 사건이다. 최고의 전문가라는 프로선수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자부심이 없어서 생긴 일입니다. 프로선수라는 자부심이 아니라 그저 돈만 좇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것 아닙니까. 종목을 불문하고 모든 프로선수들이 자부심만 갖고 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승부조작 얘기가 나와서 조심스레 물었다. 최근 이들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데 원로야구인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징이 뭔지 아세요? 쉽게 화를 내지만 쉽게 정에 이끌린다는 겁니다. 세월호 참사가 났죠? 세월호 선장 등 책임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내가 만나본 대부분 사람들은 최대로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 하더군요. 좀 잔인하더라도 병폐의 뿌리를 뽑으려면 그래야 합니다. 승부조작 선수도 마찬가지죠. 단호해야 합니다."

▲ 백인천 감독은 현재 '백인천 야구 아카데미'를 만들어 어린이와 중고교 선수들에게 직접 지도하고 있다. 야구의 재미에 흠뻑 빠진 어린 선수들이 매주 세차례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백 감독의 설명이다.

◆ 어린이·중고교 선수들 키워보니 보람

요즘 백 감독이 관심을 쏟는 것은 바로 어린이 야구 등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백인천 야구 아카데미'다.

"최근 3, 4년동안 중학생 선수들을 가르쳐봤는데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이번에 중,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다들 실력이 좋습니다. 매주 두차례씩 3개월을 가르치니까 실력이 확 좋아집니다. 이 선수들은 모두 야구에 빠진 아이들입니다. 주위에 유혹이 많다고 하지만 야구에 중독이 되면 야구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참 보람이 있습니다."

또 백 감독은  3일 강원도 양구에서 어린이 야구대회가 열린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강원도 양구에 야구장에 두 곳 생겼어요. 처음에는 조그만 군 지역에 야구장이 웬말이냐며 주민들이 많이 반대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전국의 많은 초중학교 야구팀들이 전지훈련을 오니까 지금은 양구가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양구에서 어린이 야구대회가 열리는데 50개팀이 참가한다고 합니다. 50개팀이 참가하면 인원만 1200명입니다. 어린이 야구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지역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양구군의 예를 들며 각 지역도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일본의 오키나와 같은 지역을 보면 야구팀이 전지훈련 때문에 찾아 비수기에도 호텔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각 지방자치단체도 스포츠 마케팅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창 북한의 위협이 있었을 때 군부대에 비상이 걸리다보니 전방 지역의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하는데 유일하게 양구만 야구장 덕분에 지역경제가 활성화됐다고 하더군요. 바로 스포츠의 힘입니다."

▲ 백인천 감독은 은퇴선수협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며 향후 은퇴할 후배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은퇴선수들로 구성된 야구팀과 연예인 야구팀의 경기를 비롯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야구 지도를 하는 등 은퇴선수들이 야구에 계속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갈 방법을 찾고 있다.

◆ 동대문구장 자리에 야구박물관이라도 지었어도

백 감독과 만남은 우연찮게 바로 구로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바로 고척돔이 있다. 마지막으로 원로야구인의 입장에서 고척돔에 대한 의견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돔구장이라는 것이 적지 않은 유지비가 듭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야구 뿐만 아니라 각종 콘서트 등 다른 행사를 유치해서 이를 충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돔구장이 잘 될지는 저로서도 알 수 없습니다. 그것도 전문가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요. 제가 뭐라 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만 고척돔이 지어진 것이 동대문구장 대신인데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헐린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제가 동대문구장 고교선수 1호 홈런을 쳤다는 것을 떠나서 그 자리가 예전 야구장이 있었던 자리였다는 것 하나만큼은 남겨놨어야죠. 그 자리에 야구박물관만 지었어도 이렇게 안타깝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백 감독은 현재 은퇴선수들에 대한 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은퇴선수협회의 명예회장으로 있는데 앞으로 은퇴할 후배선수들을 위해 많은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은퇴선수들이 팀을 만들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연예인 야구팀과 경기를 열고 지역의 야구 선수들에게 지도하는 행사도 마련하려고 합니다. 은퇴한 선수들이 야구계를 떠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야구 발전에 기여하고 자신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이죠."

우리나라 야구 원로로서 야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백인천 감독은 일선 지도자로 활동할 때보다 더욱 눈코뜰 새가 없다. 그의 야구에 대한 사랑의 끝은 무한대인 것 같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백인천 감독의 '무한도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취재후기] 백인천 감독이 현장 일선을 떠난 것은 바로 고혈압과 뇌출혈 때문이었다. 승부의 현장에서 너무나 많은 신경을 쓰느라 생긴 병이었다. 일어서지도 못한채 그대로 불수의 몸이 될 수도 있었지만 자연식을 통해 건강을 찾았다며 '구운 소금'을 선뜻 기자에게 건넸다. 그냥 소금은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성분이 있어 동맥경화를 일으켜 성인병의 원인이 되지만 구운 소금은 응고 성분은 빠져나가고 미네랄만 남은 건강식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백인천 감독이 기자에게 소금을 전한 것은 우리나라 야구발전을 위해 독이 되는 병폐를 몰아내고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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