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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톱스타 송승헌이 '연기'할 때 '인간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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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톱스타 송승헌이 '연기'할 때 '인간중독'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5.02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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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1995년 한 의류브랜드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송승헌(37)은 1996년 인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에 입문했다. 2000년 배우 원빈, 송혜교 등과 함께 출연한 '가을동화'로 한류스타 대열에 합류한 그는 2008년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폭풍 같고 불같은 성품의 야생마 이동철로 많은 사랑을 받아 그해 연기대상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대중에게 연기자보다는 '스타'라는 타이틀이 더 친근하다. 그 역시 18년차 배우로서 갈증을 느껴 영화 '인간중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 송승헌 [사진=NEW]

[스포츠Q 김나라기자] "10년 이상을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만들어진 틀 안에서만 움직였던 것 같아요."

송승헌은 드라마 '가을동화' '여름향기' '마이 프린세스' '닥터 진' 등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는 백마탄 왕자님으로 등장해 여심을 흔들었다. 매 작품 출연할 때마다 한류스타로서 위상을 떨쳤지만 연기 면에서는 이렇다 할 얘기가 들리질 않았다. 영화 '숙명'을 통해 어둠의 세계를 휩쓸어도 '달콤한 남자'를 이기질 못했다.

이러니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해보고 싶어도 비슷한 배역만 제안 받아 고민이었다. 행여 그가 다른 이미지의 배역을 고민하면 주변에서는 '송승헌이라는 배우와 잘 매치가 안 되지 않을까'라고 반응한다. 편견을 무너트리기 위한 대안으로 '인간중독'을 선택했다. 파격변신, 첫 베드신 등에 의의를 둔 것이 아니라 진짜 '배우변신'을 하고 싶은 욕망이 담겨있는 선택이다.

◆ "파격 베드신, 불륜소재 '인간중독' 출연, 옳은 선택… 거절했으면 후회"

15일 개봉을 앞둔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가던 1969년을 배경으로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최상류층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송승헌은 베트남전의 영웅이자 엘리트 군인 김진평(송승헌)을 맡아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부하 경우진(온주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에게 강렬한 떨림을 느껴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눈다.

신인 임지연과 송승헌의 수위 높은 정사신을 예고한 '인간중독'은 지난달 29일 한 포털사이트의 '5월 가장 보고 싶은 영화'를 주제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각종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제치고 72%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을 만큼 팬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 송승헌 [사진=NEW]

"'파격적인 도전'은 노출, 베드신보다는 제가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거예요. 진평은 아내가 있는데 부하의 부인을 사랑해요. 만나지 말아야할 사람과 사랑을 나눈다는 게 저한테는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정말 아무에게도 박수 받지 못하는 관계고, 그만큼 가슴 아픈 사랑이라 저한테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랑이에요. 하지만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진평은 진실한 사랑을 느낀 것인데 그 상대가 누군가의 아내일 뿐이에요."

물론, 그가 노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배우로 나아가고 싶은 욕심과 김대우 감독에 대한 신뢰로 확신이 생겨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을 안 하면 너무나 큰 후회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고 완성된 이 시점에서 제 결정을 생각해보면 도전, 모험을 떠나서 그냥 잘한 선택이었어요. 앞으로도 연기를 오래도록 하고 싶은데 '인간중독'이 배우로서 새 출발점이 되는 작품, 대표작이 되는 게 현재 솔직한 심정이에요."

▲ 송승헌 [사진=NEW]

그의 심정이 반영된 듯 송승헌은 이색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13년 만에 종편채널 JTBC '마녀사냥',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등 예능프로그램의 녹화를 마쳤다. 스스로 김진평처럼 말 수가 적고, 내성적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어쩌다 가장 기쎈 MC군단만 모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을까.

"평소 절친한 신동엽, 홍석천형도 있고 감독님과 함께해서 출연했어요. 사실 예능에 출연할 생각은 솔직히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영화 홍보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저의 자신감에 대한 표현이 반영된 것 같아요. '아름다운 사랑, 애절한 멜로가 담긴 우리 영화 한번 봐 바라'라고 말할 수 있는 자부심이 생겨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 톱 여배우 뿌리치고 신예 임지연과 호흡 맞춰…

'인간중독'에는 베테랑연기자 송승헌과 신인 배우 임지연이라는 신선한 조합이 눈길을 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여인 종가흔으로 상업영화 데뷔를 앞둔 임지연은 순수한 마스크 속 고혹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종가흔이 남편의 상사인 김진평(송승헌) 대령을 첫눈에 사로잡는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인 만큼 청순하면서도 도도하고 섹시한 분위를 가진 임지연이 남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영화 '인간중독' 송승헌과 임지연 [사진=NEW]

"시나리오를 보면 상대배역이 누구일지 궁금증이 들어요. 특이 이번 영화는 김진평을 빠져들게 할 만큼 신비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기 때문에 누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기존의 배우들과 대입해봤어요. 막연히 종가흔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배우가 맡아야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감독님과 회의할 때 캐스팅 얘기가 나와서 한번 말해봤어요. 감독님도 색깔, 선입견이 없는 사람이 맡는 게 낳을 것 같다며 저에게 임지연씨를 소개했어요."

종가흔을 노리는 소위 잘나가는 여배우들도 많이 있었지만 송승헌은 역할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14세 연하의 신예 임지연의 출연을 만족스러워했다. 김대우 감독은 혹여 스타로서 그가 반대를 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송승헌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오로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몰두하는 그는 천상 배우다.

▲ 송승헌 [사진=NEW]

"팬들에게 스타가 아닌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갈 길은 배우에요. 욕심을 버렸다기 보다는 평범한 거, 사소한 거에 행복을 느끼며 살려고 해요. 할리우드 진출, 영화 흥행대박, 드라마 시청률 대박 등 항상 이런 최고의 목표를 꿈꾸고 있으면 그것을 쫓아가는 것도 힘들고, 달성하지 못했을 때 박탈감이 있잖아요. 하루하루 감사하게 살아가면서 행복을 찾아가야지 저런 사람은 절대 행복을 느끼지 못할 거예요."

"1억을 가진 사람이 자기는 10억을 가져야 행복해질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평생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거라고 인생의 선배들이 조언해주더라고요. 참 맞는 얘기 같아요. 지금 제 현실에 맞게 호흡하면서 살 거예요."

▲ 송승헌 [사진=NEW]

[취재후기] 신비주의 배우에 속하는 송승헌이 "신비롭게 보이려고 항상 작품안에서 외적인 모습을 숨기려는 성향이 있었어요"라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정말 '인간중독'을 통해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다. 그와 대화를 나눠보니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된 SBS 드라마 '상속자들'의 부제인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가 떠오른다. 아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내려 놓아라'가 더 맞는 듯하다.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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