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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PD수첩' 2030 남성보고서, '그런 남자'와 '그런 여자'가 던져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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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PD수첩' 2030 남성보고서, '그런 남자'와 '그런 여자'가 던져준 충격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08.0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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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남성’과 ‘남자’, ‘여성’과 ‘여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사람의 성(性)을 ‘성(sex)’과 ‘젠더(gender)’로 나눈다. ‘남성(male)’과 ‘여성(female)’이라는 단어는 타고난 생물학적인 특성을 기반으로 한 개념이고, ‘남자(man)’와 ‘여자(woman)’는 사회·문화적인 특징, 즉 역할에 중점을 두고 주로 사용되는 용어다. 여기에 선천성이냐 후천성이냐의 논란도 가세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 단어들을 혼동해서 사용한다.

4일 밤 MBC ‘PD수첩’에서는 ‘2030 남성보고서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는가’라는 독특한 주제가 방송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청 내내 ‘착잡’한 심정이었다.

이날 방송은 최근 온라인 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여성혐오’ 현상과 원인, 그리고 대책을 다뤘다. 2030시대의 남자가 바라보는 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파고 들었다. 이른바 ‘김치녀’라는 여성 비판적인 용어의 탄생 배경을 살펴봤다. 그동안 언론에서 금기시되다시피 해온 껄끄러운 주제였다.

4일 밤 MBC ‘PD수첩’에서는 ‘2030 남성보고서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는가’ 편이 방송됐다. 'PD수첩' 조사 결과 2030 미혼남성들 절반 이상이 '남성이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데이트 계획을 세우는데도 비용문제 등으로 인해 2030미혼남성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MBC 'PD수첩' 방송 캡처]

남아선호 사상이 약화되고 사회적으로 여성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남녀차별이라는 단어를 섣불리 꺼내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언론은 그동안 남녀의 성과 관련해 여성의 입장에서 보는 남녀 차별이나 불평등, 신체적 성과 정신적인 성이 다른 ‘성정체성’에 주로 집중해왔다. ‘여성학’이라는 학문용어는 꽤 낯익지만 ‘남성학’은 여전히 낯설다. 그런 만큼 ‘PD수첩’의 주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2030세대 미혼남성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PD수첩’의 조사 데이터와, ‘그 남자’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반감섞인 표현들은 종종 놀라움을 넘어 충격마저 던져줬다. 초반에는 이질감이 강했지만 방송을 보면서 일견 이해가는 대목도 있었다. 그리고 그 갈등의 근본 원인을 우리 사회가 제공하고 있고,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문제의 뒷처리를 2030세대가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부모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답답하고 미안해졌다.

4일 방송된 'PD수첩'은 최고의 학력과 스펙을 가지고도 최악의 취업률과 실업률에 허덕이는 2030세대 남자들의 고민에 주목했다. [사진= MBC 'PD수첩' 방송 캡처]

이날 ‘PD수첩의 ’2030 남성보고서‘ 편은 남자가 여자에게 갖는 반감의 사례들을 살펴 봤다. 의무적인 군입대에 따른 불이익, 데이트 비용 지불, 남녀공학 기피현상, 결혼시 주택구입 문제 등이 주된 사례로 제시됐다.

‘PD수첩’에는 지난해 ‘그런 남자’라는 곡을 발표해 화제가 됐던 가수 브로도 등장했다. 브로는 지난해 봄 지나치게 이상적인 남자를 바라는 여자들을 비꼬는 듯한 ‘그런 남자’를 발표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공감간다’와 ‘불쾌하다’는 찬반 의견으로 갈려 논란을 벌였다. 이에 맞불이나 놓듯 여성그룹 벨리체는 ‘그런 여자’를 발표해 논란에 불을 지폈었다.

‘PD수첩’에서는 ‘역차별적인 가부장제 문화의 피해자’라는 의식적인 표현도 주목했다. 가부장적 전통사회의 강박관념은 물려받았지만 현실적으로는 권리(?) 행세를 할 수 없는 ‘약화된 남자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이날 방송에 나온 2030 직장인들은 "내가 좀 더 주도적으로 돈을 더 열심히 벌고 먹여 살려야 되지 않을까?“ "좋아하는 여자 고생시키면서까지 내가 홀가분하고 싶진 않아요"라고 말하는 등, 한편으로는 ‘그 여자’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와 관계된 ‘그 여자’는 지키고 싶다는 ‘의식의 혼재’도 보여줬다.

‘그 남자’들이 ‘그 여자’들에게 등을 돌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그 남자‘들의 책임일까? ’PD수첩’은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통해 ‘절박한 현실의 왜곡 현상’이라고 결론지었다.

요즘 2030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학력’과 ‘스펙’이 ‘최고’다. 하지만 ‘취업률’과 ‘실업률’은 ‘최악’이다. 노력만으로 젊은 세대가 안정된 직장과 희망찬 미래를 갖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결국 남자친구, 남편, 아빠인 '그 남자'만의 힘으로 가족의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여성들만이 겪어야 하는 임신과 출산의 고통, 아직도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 여성차별과 임금격차 등의 문제에까지 이해하고 배려할 여유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런 남자’와 ‘그런 여자’ 간의 갈등이 “찌질해 보여도 여자친구나 아내와 소통하라”는 해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이유다.

2030의 남녀 갈등 상황의 시점은 현대지만 미래로 확산 가능해 보인다. 다른 성(性)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도 필요하겠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헤어날 수 없는 저임금과 비정규직 양산 등 현재와 미래가 없는 현실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이날 ‘PD수첩’의 ‘2030 남성보고서’ 편은 국가와 기성세대에 깊은 자성의 필요성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동시에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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