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최대성 기자] "그 동안 몰랐던 가족, 팀, 동료, 팬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015년 8월 5일, 8개월 만에 위암을 딛고 돌아온 한화 정현석이 인터뷰에서 밝힌 진심 어린 답변이다. 지난해 12월 위암 판정을 통보 받고 수술과 재활을 거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감히 짐작할 수 없다. 야구선수로서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을 터, 공기 같다고 생각했던 주변의 것들이 일순간 공기처럼 소중했었다는 깨달음을 그는 다시 돌아온 야구장에서 감격적으로 털어 놓았다.
정현석이 1군에 복귀한 감격의 첫날,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배트를 바라보는 눈빛과 동료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표정, 그리고 타격 연습을 할 때의 진지한 자세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에 대한 고마움과 설렘이 보였다.
4연패의 사슬을 끊기 위해 심기일전한 한화였지만 뚜껑을 열어본 SK와의 경기는 1회부터 큰 점수차로 끌려갔다. 끈끈한 뒷심으로 매번 역전의 명승부를 연출했던 '마리한화'였지만 폭염 때문이었는지 이렇다 할 역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7회 초 2사 상황, 갑자기 관중들의 웅성거림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그렇게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한화 정현석이 마침내 타석으로 걸어 나왔다.
정현석의 눈빛이 반짝거렸고 어색한 걸음걸이에서 감격과 긴장감이 뒤섞여 보였다. 심판에게 인사를 한 후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세를 잡기까지는 불과 1분여 정도였지만 이 순간을 위해 지난 8개월간 인내와 고통의 순간을 수없이 감내해 왔을 터, 그간의 모진 세월을 방망이에 실은 듯 통쾌한 안타를 때려냈다.
수천 번 머릿속에 그려왔을 순간일 것이다. 1루 코치의 축하에 말없이 미소 짓는 정현석의 얼굴은 세상 모든 것을 이룬 듯 행복해 보였다.
비록 한화의 5연패로 정현석의 안타는 빛이 바랬지만 그가 스포츠 팬들에게 선물한 감동은 앞으로도 한참이나 일렁일 것 같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