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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이 시대 언론의 파수꾼 손석희 ‘뉴스9’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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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이 시대 언론의 파수꾼 손석희 ‘뉴스9’ 앵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5.04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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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그 어떤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보다 더 돋보이는 언론인이 있다. ‘세월호 참사’ 기간 동안 종편채널 JTBC ‘뉴스9’의 손석희(58) 앵커에게서 권력의 음모를 파헤치는 정치드라마, 냉철한 논리싸움의 법정드라마, 가슴이 먹먹한 휴먼드라마, 격정의 눈물을 떨구는 멜로드라마 주인공이 포개졌다. 연기가 아닌 팩트(사실)의 전달이었기에 파장은 더 강렬했다.

그가 이끄는 ‘뉴스9’은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사고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해경의 납득하기 힘든 초동 대처, 실종자 구조 방식에 대한 의문, 최소한의 안전규정조차 지키지 않은 선박회사와 해경-해운 관변 단체의 커넥션 의혹, 수색작업을 주도한 언딘의 실체,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과 컨트롤타워 부재를 잇달아 제기했다. 희생자 가족들의 애환에는 진심을 다해 귀 기울였다.

▲ '뉴스9'의 손석희 앵커[사진=JTBC]

어젠다 세팅 능력과 아울러 피해자 입장을 배려하는 재난 보도의 원칙을 견지함으로써 저널리즘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는 타 방송사 뉴스들과 확연히 대비됐다. 종편채널 뉴스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5.4%까지 오르며 지상파 3사 뉴스를 위협했다.

◆ '공감능력' '리더십'으로 신뢰 이끌어내

진정한 실력은 예고 없는 상황에 부닥쳤을 때 드러난다. 미증유의 국가적 재앙 앞에서 손석희의 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 실력의 원천은 ‘공감능력’과 ‘리더십’이다.

유가족 소식을 전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15초 동안 침묵한 뒤 울음을 삼키며 멘트를 이어갔다. 5일 동안 팽목항 현장에서 단벌 재킷으로 비 맞은채 뉴스를 진행하고, 고 이수현군의 아버지와 억장이 무너지는 인터뷰를 시도했다. ‘뉴스9’을 주말 뉴스로까지 확대한 것 등은 꽃다운 어린 생명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 대한 '같은 마음'에서부터 출발했다.

세월호 참사 초반 구조된 여고생과의 부적절한 인터뷰로 후배 기자가 물의를 빚자 즉시 “모든 게 잘못 가르친 제 책임”이라며 고개 숙였다. 진정성 있는 사과 덕분에 사태는 진화됐다. 책임 전가와 밑에 사람 탓하기 일쑤인 리더들과 격이 다른 자세였다,

▲ 팽목항에서의 진행 장면

순수하고 나약한 소년 이미지와 달리 그는 지독할 만큼 집요하고 장악력이 강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MBC 시절 함께 근무했던 기자에 따르면 손석희가 앵커석에 있을 경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보통은 방송사고를 피하기 위해 앵커가 중계차 리포트를 그대로 받고 끝내는데, 손석희는 유독 돌발 질문을 많이 해 현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해야 했다. 술담배를 하지 않는 철저한 체력관리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시사토론 프로그램(백분토론), 무려 13년 동안 매일 아침 생방송(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가능케 한 요인이다.

1984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 아침방송 진행자로 활약했다. 2000년대 이후 ‘백분토론’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맡으며 시사 저널리즘의 한복판으로 진입했다. 핵심을 짚어내는 예리한 안목과 절제된 표현, 균형 잡힌 진행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집요한 송곳질문은 정치인 박근혜·홍준표 등의 분노를 유발하곤 했다. 논조를 두고 정권 및 보수진영에서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손석희를 ‘합리적 보수’로 평가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나 기계적 가치중립에 갇히지 않은 채 진실 추구에 매진하는 ‘앵커 손석희’는 이제 우리 언론의 신뢰지수를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다. 30년의 시간과 값진 경험을 체화해 만들어낸 캐릭터다. 그래서 매일 밤 언론의 파수꾼이 전하는 “내일도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클로징 멘트에 든든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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