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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과 히로시마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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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과 히로시마의 평행이론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5.0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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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율 고효율' 전형 보여주며 올시즌 한·일 프로야구 1위 돌풍

[스포츠Q 이재훈 기자] “지금은 잉어의 계절일 뿐이야.”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대표적인 B클래스(4~6위) 팀으로 꼽혀왔던 히로시마 도요 카프 팬들은 팀이 초반 상승세를 타면 위와 같이 답했다. 봄철 산란기를 맞아 활발해지는, 히로시마의 상징물인 잉어처럼 봄에만 상승세를 타다 이내 그쳐버리는 패턴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 히로시마 카프팬들은 경기장에서 히로시마의 상징물인 잉어가 그려진 해당 종이를 들고 응원을 펼치기도 한다.[사진=히로시마 도요 카프 홈페이지 캡처]

히로시마 도요 카프로 구단명이 바뀐 다음에도 팬들은 팀의 상승세에 같은 답을 반복할 뿐이었다. 오죽하면 우스개소리로 히로시마 팬이면 명심해야 할 7계명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 7계명은 ▲ 승패에 연연하지 말 것 ▲ 남의 자유계약선수(FA)를 탐하지 말것 ▲ 외국인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도 좋아하지 말 것 ▲ 외국인 선수에게 정을 주지 말 것 ▲ FA가 되는 선수의 유니폼은 과감히 버릴 것 ▲ 야구는 9회말 2사부터 ▲ A클래스(1~3위)와 B클래스 사이에는 4차원 공간이 존재함 등이었다.

'포스트시즌이라 쓰고 기적이라 읽는다'는 히로시마에게 살짝 기적이 찾아왔다.

지난 시즌 히로시마는 에이스 마에다 겐타와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얄스 출신의 외국인 1루수 카아이후의 홈런포를 앞세워 16년만에 3위에 오르며 A클래스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들의 가을 야구는 요미우리라는 벽을 넘지 못하며 1승 3패로 끝났다.

사실 반쪽짜리인 가을야구였다. 히로시마는 클라이막스 시리즈에 진출은 했으나 시즌 성적은 69승 3무 72패로 5할이 안되는 승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 히로시마는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16년 만에 승이 패보다 10개 이상 많은 성적(20승 10패)으로 센트럴리그 선두(4일 현재)에 오르며 정체를 숨겨왔던 카프팬들을 마쓰다 스타디움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넥센이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창단 이후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오던 넥센은 올시즌 17승 10패(4일 현재)를 기록하며 2위 NC에 반 경기 앞서 있다.

히로시마와 넥센은 묘하게 닮았다.

▲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가 1일 잠실야구장에서 홈런을 터트린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저비용 고효율의 타선, 비결은 홈런

히로시마는 올시즌 팀 타율 0.253으로 센트럴리그 6개 팀 가운데 5위에 불과하다. 팀 출루율은 0.319로 최하위다. 하지만 홈런 35개로 요미우리, 도쿄 야쿠르트(이상 32개)에 3개 차이로 센트럴리그 1위에 올라있다.

외국인 타자 엘드레드가 타율 0.375, 10홈런, 30타점으로 맹활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엘드레드의 올 시즌 장타율은 0.705로 센트럴리그 전체 1위다. 곧 복귀를 앞두고 있는 카아이후(3홈런)까지 포함하면 클린업의 무게는 더 증가하게 된다.

넥센 또한 올 시즌 홈런의 팀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넥센은 35개의 홈런을 때려 2위 롯데에 8개 앞서 있다. 여기에는 시즌 초반 이택근(0.253 5홈런 17타점)의 활약과 박병호(0.283 8홈런 15타점)와 강정호(0.309 5홈런 18타점)가 연일 장타행진을 이어가는 게 결정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서건창도 벌써 2홈런을 치며 파워형 리드오프가 되어가고 있다. 상대팀 입장에서 언제든 홈런이 나올 수 있는 타선과의 맞대결은 긴장 백배다.

▲ 넥센 히어로즈 우완 조상우는 데뷔 2년 차인 올해 기량을 만개하며 넥센 불펜진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탄탄한 뒷문, 6회 이후부터가 중요해지는 야구

올시즌 히로시마 돌풍의 핵심은 강한 마운드다. 특히 불펜진이 핵심으로 자리잡은 것이 가장 큰 힘이다.

마무리를 맡은 캄 미콜리오가 9세이브(리그 1위) 0.7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고 NPB에서 손꼽히는 포크볼을 던지나 시한폭탄 같던 나가카와 가즈히로는 지난해부터 셋업맨으로 보직을 옮긴 뒤 올 시즌 1승 7홀드 2.1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7회 이후를 막아주고 있다.

핵심은 나카타 렌이다. 2009년 히로시마에 입단해 오랫동안 1~2군을 오가다 지난해 24.2이닝 3홀드 2.9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더니 올 시즌은 15이닝 동안 2승 4홀드에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6회와 7회를 막아주는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승리조로 떠오르는 루키는 이치카와 료지다. 오오타케 간의 보상선수로 요미우리에서 건너왔으나 요미우리에서는 ‘신인은 2년 간 1군 무대를 밟을 수 없다’는 조항으로 인해 숨겨져 있던 원석같은 존재였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으로 1군에 든 후 구속 140km 후반대의 직구와 포크볼을 앞세워 현재 1승 8홀드 평균자책점 ‘0’행진을 달리고 있다. 특히 이닝 당 주자 허용률은 0.54밖에 안 된다.

이는 넥센도 마찬가지다. 넥센의 불펜진은 올 시즌 1위에 오르는데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3일 KIA전에서 2년 연속 두자릿수 홀드를 작성한 한현희가 1.96의 평균자책점으로 맹활약하고 있고, 손승락도 11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다.

히로시마에 나카타가 있다면 넥센에는 조상우가 있다. 최고구속 155km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조상우는 팀이 리드하고 있다면 6~7회에 불펜으로 나서 리드를 지킨다. 최다이닝인 19.1이닝을 소화하며 3승 2.3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완벽히 각성한 모습이다.

현대 야구에서 선발 투수들의 완봉이 줄어들면서 6회 이후를 지킬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팀의 탄탄한 불펜은 돌풍의 핵 중에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 문우람(왼쪽)과 서건창(오른쪽)은 넥센의 스카우팅 능력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선수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넥센은 이 외에도 강지광이 2군에서 대기중이다.[사진=스포츠Q DB]

◆ 능력있는 스카우트는 팀을 강하게 만든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부터 한국 프로야구에 떠오르는 감독이다. 마찬가지로 노무라 겐지로 현 히로시마 감독도 현재 히로시마 팬들이 적극지지를 받는 사령탑이다.

물론 두 감독의 성격은 조금은 다르다. 염 감독은 누구보다도 차분한 반면 노무라 감독은 호탕하고 적극적이다. 특히 염 감독이 태평양-현대-LG 등을 오가며 평범한 선수생활을 보낸 반면, 노무라 감독은 17년 통산 2020안타에 0.285의 타율을 기록한 히로시마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러나 두 감독은 모두 소통형 리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좋은 자원이 없다면 감독의 능력도 빛을 덜 발하는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넥센과 히로시마를 만든 건 스카우트에서의 성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거액 FA를 잡을 팀이 아닌 넥센과 외부 FA는 꿈도 꾸지 못하는 히로시마에 있어 스카우트의 성공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두 팀은 2010년 이후 가장 성공한 스카우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위픽에서의 성공이 놀랍다. 넥센에 지난해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2루 주전을 꽤찬 서건창이 있다면 히로시마는 2011년 2라운드에서 지명한 기쿠치 고스케는 작전수행 능력과 수비력을 자랑, 주전 2루수로 발돋움했다.

넥센에 또 다른 신고선수 신화인 문우람이 있다면 히로시마는 도바야시 쇼타가 있다. 2009년 2라운드 출신인 그는 올 시즌 4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에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넥센에는 강지광이 1군 무대를 고대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로 LG에서 건너온 그는 시범경기 12경기에 나와 타율 0.294(34타수 10안타) 3홈런 5타점 3도루로 펄펄 날았고 경험을 쌓기 위해 2군에서 뛰고 있다.

히로시마도 2012년 1라운드에서 지명한 다카하시 히로키가 올 시즌 2군에서 홈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차기 거포로 인정받았다. 양 팀이 올 시즌 되는 집안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 넥센 히어로즈 선수단이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 '진정한 강팀'으로 도약하려는 두 팀의 약진

히로시마는 지난 시즌 16년 만에 A클래스에 진입했다. 올해도 A클래스에 들어가면 진정한 강자로 다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넥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위에 오르며 전신인 현대시절을 포함해 7년 만에 가을야구를 밟았다.

한일 두 팀의 이 같은 행보는 시즌 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넥센은 지난 시즌 종료 후 FA시장에 뛰어들지 않았고 히로시마는 오히려 FA를 선언한 주축 투수 오오타케 간을 3년 5억 엔에 요미우리에 내줬다. 특히 히로시마의 올 시즌 팀 연봉 20억 엔(200억 원)은 12개 구단 중 뒤에서 두 번째이l며 ‘거상’ 요미우리의 팀 연봉 46억 엔에 절반도 못 미친다.

그러나 양 팀은 각각 자국리그에서 1위에 오르며 ‘저비용 고효율’이 무엇인지를 증명해내고 있다.

‘야구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한일의 양 팀이 올 시즌 나란히 1위를 달리는 것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분명 진정한 강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steelhear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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