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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드라마' 현실 반영 아닌 동화같은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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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드라마' 현실 반영 아닌 동화같은 '신기루'?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5.0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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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남과 사귀는 알파걸 캐릭터,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 지적

[스포츠Q 이예림기자] 서한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40), 시사전문 주간지 트러블메이커의 탐사보도팀장 반지연(39), 대기업 홈쇼핑 뉴브랜드팀 팀장 신주연(32).

각각 종편채널 JTBC 월화드라마 ‘밀회’,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마녀의 연애’와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의 여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자 꽃미남 연하남과 연애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올해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 마치 공주가 백마 탄 왕자님과 결혼하면서 끝이 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구조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캐릭터들의 나이와 태도다.

◆ 내조 잘하는 20세기형 여성 vs 사회에서 두각 나타내는 21세기형 여성

월트 디즈니사가 1937년에 제작한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주인공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들이 집안을 어지럽혀도 화를 내지 않는다. 또한 빗자루질과 설거지 등 가사 노동을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한다. ‘미녀와 야수’(1991년)의 벨은 여행을 떠난 아버지에게 장미꽃 한송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야수에게 붙잡히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자신이 아버지를 대신해 인질로 잡히겠다고 한다.

▲ 백설공주(위)와 신데렐라(아래)

신데렐라(1962년)는 왕자와 결혼하려고 하루 종일 치장하는 두 새언니와 달리 무도회장을 한 번만이라도 가보는 게 소원인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싫은 내색 없이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던 신데렐라에게 요술쟁이가 나타나고, 그로부터 무도회장에 갈 때 필요한 마차와 드레스를 얻는다. 왕자는 기 세고 질투심이 강한 언니들 대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순종적인 신데렐라와 결혼한다.

20세기 디즈니 영화 속 여주인공들은 질투심이나 야망이 없다. 가사에 공을 들이며 남자에게 순종적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좋은 남자에게 시집가서 내조 잘하는 여자가 최고'라는 시대적 가치관을 대변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속 공주들이 바람직한 여성상이라며 어린 소녀 관객들을 부추겼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과 경제 활동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21세기의 이상적인 여성상은 사회 조직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엘리트 여성인 ‘알파걸’로 바뀌었다.

▲ '마녀의 연애' 방송캡처(위), '밀회'의 한 장면[사진=JTBC]

오혜원은 18세 어린 제자 이선재(유아인)와 몰래 연애를 한다. 반지연은 14세 차가 나는 윤동하(박서준)와 로맨스에 돌입했다. 신주연은 여대생들이 선망하는 직업인 패션 MD 9년차며 20대 남자 주완(성준)과 해피엔딩을 장식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당시의 이상적인 여성상을 양산했던 것처럼 2014년 드라마 또한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 연애 결혼 출산 포기한 2030 삼포세대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

취업난으로 인해 청춘과 낭만의 상징이었던 대학은 취업 준비장으로 바뀌었고 2030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가 됐다. 지난 2월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전국 만 19~3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5.7%가 자신들이 ‘삼포세대’라 생각한다고 집계됐다.

이처럼 현실로 눈을 돌리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의 비중은 극소수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능력 있는 훈남님과의 연애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렵다. 한마디로 요즘 드라마는 빙산의 일각을 너무나 빈번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상적인 여성이 마치 현실적이라는 듯이.

취업과 연애 어느 하나 제대로 따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2개의 '별'을 손쉽게 딴 오혜원 반지연 신주연은 과거 동화 속 공주, 눈에 보이지만 실재하지 않는 신기루 같은 캐릭터들이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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