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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승' 슈틸리케의 실리축구, 누가 나가도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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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승' 슈틸리케의 실리축구, 누가 나가도 지지 않는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8.10 0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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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2무 전적으로 8년만에 정상 등극…어린 선수 재발견으로 선수층 두꺼워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실리축구'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축구팬들이 기대했던 속시원한 축구는 한 번밖에 보여주지 못했지만 무패로 우승을 차지한 것 하나만으로도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제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1승 2무로 단 한 경기도 지지 않은 대표팀은 유일하게 우승 가능성이 있었던 중국이 일본과 1-1로 비기면서 8년 만에 동아시안컵 정상에 올랐다. 중국과 북한은 1승 1무 1패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골득실에서 앞선 중국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은 2무 1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 젊은 선수들의 경쟁력 확인, 유럽리그 선수 위협한다

대표팀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도 단 한번만 질 정도로 수비에서 탄탄한 모습을 보여줬다. 호주와 결승전에서 1-2로 지기 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면서 단 한 골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동아시안컵은 출전하는 선수들이 이전과 달랐다. 아시안컵에서는 기성용(스완지 시티)이나 구자철, 박주호(이상 마인츠), 손흥민(바이어 레버쿠젠)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동아시안컵은 K리거와 J리그, 중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구성해야 했다.

그러나 대표팀 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어떤 선수가 출전하더라도 경기력 기복이 크지 않다는 것을 동아시안컵을 통해 보여줬다.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큰 수확은 이재성(전북 현대)과 장현수(광저우 푸리)가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이다. 이재성은 동아시안컵에서 공격의 도화선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이 없어도 오른쪽 측면 공격에 큰 문제가 없음을 보여줬다.

또 장현수도 기성용, 박주호가 지키고 있는 중원에서 또 다른 옵션으로 자리할 수 있게 됐다. 장현수는 중앙 수비수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여서 슈틸리케 감독이 선호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늘 대표팀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권창훈(수원 삼성)도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없는 플레이로 3경기 모두 출전,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었다. 권창훈은 중국전, 북한전에 선발로 나서고 일본전에 교체로 나서는 등 신뢰를 받았다.

◆ 슈틸리케의 시스템 축구, 누가 나서도 제몫을 해낸다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과 경쟁력을 확인한 것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시스템 축구'다. 사실 어린 선수들이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슈틸리케 감독이 포지션마다 임무를 부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일례로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공격 2선은 얼굴이 대부분 바뀌었다. 이종호(전남)와 김승대(포항), 이재성이 나란히 공격 2선으로 뛰었지만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이 섰을 때와 비교해도 경기력이 크게 뒤지지 않았다. 손흥민과 이청용이 측면 뿐 아니라 중앙까지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처럼 이종호와 이재성도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오가는 활발한 공격 플레이를 보여줬다.

▲ 권창훈이 9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 동아시안컵 마지막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또 김승대는 구자철이나 남태희(레퀴야)가 보여줬던 날카로운 침투패스 또는 골 결정력 외에도 '라인브레이커'라는 자신의 색깔을 살리면서 새로운 공격형 미드필더의 전형을 보여줬다. 장현수-권창훈이 지킨 중원 역시 기성용-박주호와 크게 다른 것이 없었다.

이제 한국 축구대표팀은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까지 얻었다. 여기에 유럽리그 선수들의 경험까지 더해지면 더욱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다음달부터 재개되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에서 대표팀의 경쟁력이 더욱 올라가는 발판을 만들어낸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경험을 키워주고 경기력을 점검하기 위해 동아시안컵을 활용했다. 여기에 우승이라는 성적까지 덤으로 얻었으니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는 100% 성공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린 선수들 역시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깨닫고 대회 우승을 통해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얻었다. 이것만으로도 한국 축구대표팀은 동아시안컵에서 최고의 승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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