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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전성시대' 한국 리틀야구, 현장이 말하는 비약성장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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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전성시대' 한국 리틀야구, 현장이 말하는 비약성장 비결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8.1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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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 연속 세계챔피언 쾌거 원동력...아시아 넘으면 세계 챔프 가능하다는 자신감, 지도자들 똘똘 뭉쳐 합심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이번엔 13세 대표팀이 해냈다. 한국 리틀야구가 2년 연속 세계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8월은 ‘리틀야구의 달’이다.

2015 세계리틀야구 INTERMEDIATE 50-70 월드시리즈에서 5연승의 퍼펙트 우승을 이룬 13세 이하(INTERMEDIATE) 리틀야구대표팀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이동수 감독을 비롯한 리틀전사들은 소속팀으로 복귀해 오는 14일부터 개막하는 속초시장기 전국리틀야구대회를 준비한다.

지난해에는 12세 이하(MAJOR) 대표팀이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개최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29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2001, 2002년생이 주축이 된 이들은 전설의 92학번, 1982년생들처럼 향후 한국 야구를 짊어지고 나갈 ‘황금세대’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최대성 기자] 10일 오후 개선한 세계 최강 50-70 리틀야구대표팀 선수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2년 연속 대업을 일궈낸 가장 큰 비결로 문화체육관광부와 KBO의 적극적인 지원을 꼽았다.

현장에서 생각하는 비약적인 성장의 요인은 무엇일까. 2년간 세계대회를 경험한 지도자들로부터 한국 리틀야구가 급성장한 원동력을 들었다.

◆ 아시아만 통과하면 세계는 우리 것, '단기전의 강자' 한국

양궁이나 쇼트트랙 대표 선발 과정을 연상시킨다. 리틀야구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동서울, 서서울, 중부, 남부 등 4개 권역 대표간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혈전에서 살아남은 대표팀은 아시아-퍼시픽 예선에서 대만(12세) 또는 일본(13세)의 벽을 넘어야 한다.

지난해 13세 대표팀을 지휘한 진승철 경기 부천 원미구 감독은 “2년 전과 비교해 리틀야구 수준이 크게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접전을 통해 위기를 헤쳐나가는 대응력이 생겼다고 본다”며 “이제는 아시아 예선을 통과하면 세계대회에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13세 이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한국 리틀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이동수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사진=세계리틀야구연맹 제공]

지난해 12세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박종욱 서울 동대문구 감독은 “이전에 결코 못했던 것이 아니다. 운이 따르지 않아 아시아의 벽을 넘지 못했을 뿐”이라며 “지난해 월드시리즈 제패 이전에도 좋은 선수들은 계속 있었다. 미국에 그런 꿈의 무대가 있는지 알고 나니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세 대표팀은 29년 만에 대만을 넘고서 세계대회에 출전해 전승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올해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지역예선서 마지막 이닝까지 초접전을 벌인 끝에 분패했다. 13세 대표팀 또한 2년 연속 일본을 넘어섰다. 아시아만 넘어서면 한국은 국제무대의 강호로 변모한다. 단기전에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코치로 이동수 감독을 도운 윤현식 경기 군포시 감독은 "스코어로만 보면 기량차가 월등히 앞서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의 강점은 베이스러닝, 작전, 투수 운용인 것 같다. 토너먼트에서 힘을 낼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마운드 운용을 전담한 지희수 경기 수원 영통구 감독은 스타일이 다른 투수들을 앞뒤로 배치해 성미가 급한 북중미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지 감독은 "생각한대로 전략이 먹혔다"며 "피처 운용이 생각대로 잘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은 단결력, 근성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해답을 찾았다. 박종욱 감독은 “수비만 놓고 보면 기본기에서 뒤지는 면도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자유롭기만 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다. 정신력에서 앞선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박종욱 감독을 보좌했던 황상훈 서울 서대문구 감독은 “선수들이 태극마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소집 때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며 “우리라는 생각, 하나로 단합하는 힘이 가진 전력 이상을 내보이는 비결이라 본다”고 밝혔다.

◆ 찰떡궁합 지도자들, 한국야구 미래를 위해서라면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오직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리틀야구 지도자들은 한데 뭉쳤다. 소속팀 지도로 바쁜 와중에도 국가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동수 감독, 지희수 코치는 지난해 세계 대회를 경험한 사령탑들에게 SOS를 요청했다.

▲ 13세 대표팀 소년들이 우승 기념 촬영 때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세계리틀야구연맹 제공]

지난해 12세 대회에서 푸에리토리코를 8-6으로 제압했던 박종욱 감독은 키가 190cm에 달하는 선발투수 에릭 피게로아의 특징을 설명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를 미리 경험한 진승철 감독은 기후, 그라운드 상태, 이동 경로 등 변수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윤현식 감독은 2년 연속 13세 대회 코치로 참가해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내야 수비와 주루를 전담한 윤 감독은 "이동수 지희수 감독님이 틀을 잘 잡아주셨고 나는 옆에서 돕기만 했다"며 "지난해 실패한 경험을 잘 받아들여주셨다. 셋의 호흡이 잘 맞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쓴맛을 본 진승철 감독은 “생소한 상태서 멋모르고 경험한 것들이 작게나마 도움이 된 것 같다”며 “12세, 13세 둘 중 한 팀이라도 꼭 우승했으면 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먼저 고생한 선구자로서 정말 기쁘다”고 웃었다.

황상훈 감독은 “리틀야구 감독들은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많이 묻는다. 다른 종목 지도자들이 부러워할 만큼 서로를 아낀다. 유대감이 최고”라며 “마음 맞는 사람끼리 코칭스태프를 꾸려 큰 대회를 치른 것이 2년 연속 성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강조했다.

▲ 이동수 감독은 지난해 세계 대회를 경험한 진승철 감독과 박종욱 감독에게 연락을 취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진=스포츠Q DB]

한 달에 두 번, 국내 대회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날 장충리틀구장에는 수많은 지도자들이 모인다. 자신이 지도하는 팀의 경기가 없더라도 매번 모여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다. 이들은 한국시간으로 오전 일찍 진행된 경기를 스트리밍으로 지켜보며 리틀야구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은 한국 야구였지만 '풀뿌리'인 리틀야구에서는 2년 전까지 빛을 보지 못했다.

이제는 다르다. 지도자들의 헌신, 단합으로 무장한 리틀야구는 성인 야구보다 더 큰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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