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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챔피언' 한국 리틀야구, 큰물에서 놀더니 눈이 트였다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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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챔피언' 한국 리틀야구, 큰물에서 놀더니 눈이 트였다 [SQ현장]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8.11 0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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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세 이어 이번엔 13세가 월드시리즈 제패, 국제 경험 통해 기량 업그레이드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금의환향이다. 세계를 호령한 13세 이하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개선했다.

이동수 서울 중구 감독이 이끄는 13세 대표팀은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리버모어 맥스베어 스포츠파크에서 막을 내린 2015 세계리틀야구 INTERMEDIATE 50-70 월드시리즈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이동수 감독을 필두로 지희수 윤현식 코치가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자랑스런 14인의 태극 소년들이 등장하자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조성현, 강현구를 파견한 인천 남동구 선수단과 이동수 감독을 잠시 국가에 내줬던 서울 중구 선수들은 대형 현수막을 준비했다.

▲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13세 이하 한국 리틀야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 귀국해 우승자축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영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을 비롯해 현남수 박종호 이건복 진승철 황상훈 감독 등이 선수단을 맞이했다. 한 회장은 이 감독으로부터 우승패와 우승기를 건네받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장시간 비행으로 녹초가 됐던 선수들은 '엄마의 얼굴'을 보고는 그제서야 미소지었다. 

◆ 야구 강국 푸에르토리코, 리틀 전사들의 눈을 틔웠다 

“제일 힘들었던 건 푸에르토리코와 2차전이었다.”

이동수 감독은 대회 중 가장 큰 고비로 푸에르토리코전을 꼽았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11-1, 6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스코어만 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 이 감독은 대회 결승 플로리다주 웰링턴 클럽전은 오히려 수월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은 1차전에서 라틴아메라카 대표 버진 아일랜드를 8-4, 2차전에서 유로아프리카 대표 체코를 17-0으로 완파했다. 3차전에서 푸에리토리코를 10-5로 잡고 디비전 결승 상대를 기다렸다. 푸에리토리코는 버진 아일랜드를 잡고 한국에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

패자에게 한 차례 더 기회를 부여하는 토너먼트 방식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성인 대표팀이 일본을 두 차례나 잡고도 4강에서 패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했다. 이동수 감독은 연속해서 맞붙은 푸에르토리코를 몹시 부담스러워했다.

푸에르토리코는 도미니카공화국, 쿠바와 함께 메이저리거들을 대거 배출한 야구 강국이다. WBC 대표팀 전원을 메이저리거로 꾸릴 수 있다. 코칭스태프는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를 참사를 막기 위해 철저한 대비책을 세웠다. 결과는 10점차 완승.

▲ 한영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오른쪽)과 이동수 13세이하 리틀야구대표팀 감독이 우승패를 든 채 손을 맞잡고 있다.

선수들 역시 동양인과는 골격이 다른 상대를 접하며 값진 경험을 했다. 강현구(인천 남동구)는 “특히 푸에르토리코 선수들에게 큰 자극을 받았다”며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앞으로 야구를 하는데 큰 자산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 값진 공부한 선수들, 경쟁력 쑥쑥 

지난해 12세 대표팀이 29년 만에 우승컵을 든데 이어 이번엔 13세 선수들이 대업을 이뤘다. 이번엔 12세 팀이 아시아-퍼시픽 예선에서 대만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동반우승은 물건너 갔지만 2년 연속 한국 리틀야구가 국제 대회를 제패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지희수 코치는 “우리 선수들의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단합만 잘 된다면 한국 리틀야구는 어느 팀과 맞서도 지지 않을 수 있다”며 “단기전 투수 운용을 통해 이기는 법을 익혔다. 한국 야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눈으로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우승의 일등공신 이영재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회에서는 너도나도 에이스이지만 이들 역시 세계 대회는 처음이었다. 합숙을 하며 시차 적응 훈련을 했지만 미국 시간에 생체리듬을 맞추는 일도,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초등 6학년, 중학 1학년인 이들은 국제무대를 통해 한층 성숙했다.

정원영(인천시)은 “생각보다 상대 수준이 낮더라. 그동안 고생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준비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하람(경기 군포시)은 “세계 대회라 잔뜩 긴장했지만 갈수록 자신감이 생겼다”며 “다른 나라 선수들과 붙어봐 정말 좋았다”고 웃었다.

대회 내내 투타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영재(경기 안양시)는 “초반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감독님들이 기를 불어 넣어주셔서 부담을 이겨냈다”며 “야구 잘 하는 친구들이 많더라.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생일을 맞은 최지효(경기 수원 권선구)는 “소속팀에서도 못해본 우승을 처음 해봤다”며 “큰 무대를 경험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각오를 다졌다.

▲ 50-70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해 12세 대표팀의 우승 때 펼쳐진 열띤 취재 경쟁이 사라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13세 대회의 위상이 12세 대회의 그것에 비해 떨어진다 하더라도 11개 팀과 자웅을 겨뤄 우승컵을 든 대표팀을 향한 관심은 너무도 떨어졌다.

공항을 찾은 선수들의 학부모들은 “지난해 12세 대회에 비해 언론의 관심이 덜한 점은 안타깝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리틀야구연맹 관계자 역시 “사진을 요청하는 문의만 들어올 뿐 작년같은 취재 열기는 없다”고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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