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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의 양진리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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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의 양진리로 가볼까?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5.0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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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통일공원 등 자유로 주변 즐기기

이동휘 대통령, 육탄용사충용탑 앞에서 묵념

[스포츠Q 이두영 편집위원]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롭다.” 영혼의 해방을 갈망하며 세계 곳곳을 방랑했던 그리스의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적힌 글입니다. 마음은 늘 어딘가로 훌훌 떠나고 싶은데 현실은 놔두지를 않지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는 노력은 그래서 더욱 유용해 보입니다. 기회 있을 때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는 말씀입니다.

저도 주말에 자유로를 달렸습니다. 인구 이동이 많은 연휴에는 가능한 한 멀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라 평소 자주 가는 파주로 향했습니다. 자유로와 한강을 끼고 있는 파주는 안보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출판도시와 쇼핑몰, 헤이리예술마을 등이 있어서 문화의 향취를 느끼는 장소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파주에서 가볼만한 곳들을 소개합니다.

 

쓰리데이즈에서 양진리로 등장한 ‘통일공원’

▲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양진리로 등장한 '파주 통일공원'.
▲ 통일공원의 육탄용사충용탑.
▲ 통일공원의 육탄용사충용탑.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이동휘 대통령(손현주)이 양진리의 위령탑 앞에서 묵념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곳은 바로 경의선 문산역 근처의 파주 통일공원입니다. 1953년 휴전회담 당시 유엔종군기자센터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이 공원에는 육군 제1사단 호국영령들의 애국심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와 기념탑, 안보전시장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극 중 대통령이 묵념을 올린 ‘육탄용사충용탑’입니다. 1949년 5월 개성 송악산 전투에서 장병 10명이 박격포를 안고 적의 기관총 진지에 몸을 던져 장렬하게 산화했다고 합니다. 이 탑은 그들의 살신 구국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세운 기념물입니다. 영문 안내문의 Human Bomb(인간폭탄)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꽃다운 청춘들이 제 몸 사리지 않고 지켜내 물려준 조국인데, 세월호 침몰 이후의 과정에서 보이듯이 해운마피아로 일컬어지는 권력 집단의 만연한 부패와 부도덕성, 극단적 이기주의 때문에 나라 기강이 흔들리고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공원에는 주차장과 매점, 근린공원 운동시설 등이 있습니다. 지금 빨갛고 하얀 철쭉꽃이 눈부시게 피어 있습니다.

▲ 육탄용사충용탑(왼쪽)과 한국전 순직종국기자 추념비.
▲ 파주 통일공원에 있는 고인돌. 근방에 있던 것을 옮겨 왔습니다.

 

임진강이 굽어보이는 정자 ‘화석정’

임진강이 크게 휘돌아 흐르는 파평면 율곡리 언덕 위에는 율곡 이이가 만년에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학문의 즐거움을 누렸던 팔작지붕 정자가 서 있습니다. 당나라 재상 이덕유는 경치가 매우 수려한 별장을 갖고 있었는데 그 별장 기록에 나타난 花石(화석)이란 말을 임진강변 정자에 빌려 썼다고 합니다. 율곡 선생은 왜구침입에 대비해 10만양병설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선조는 그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임진왜란이 터져 급기야 한밤중에 지금의 북한 땅인 의주로 피신을 했습니다. 그때 화석정을 태워 불을 밝혔다고 하니 그저 쯧쯧이라는 소리밖에 나오질 않군요.

▲ 화석정.
▲ 화석정 앞 임진강.
▲ 화석정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500년 넘은 느티나무.

 

그런데 율곡 선생이 여덟 살 때 지었다는 ‘팔세부시’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林亭秋已晩 (임정추이만) 숲속의 정자에 벌써 가을이 깊어,

騷客意無窮 (소객의무궁) 시인의 생각이 끝이 없네.

遠水連天碧 (원수연천벽) 먼 물줄기는 하늘에 이어져 푸르고,

霜楓向日紅 (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햇빛을 받아 붉네.

山吐孤輪月 (산토고륜월) 산은 외롭고 둥근 달을 토해내고,

江含萬里風 (강함만리풍) 강은 만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었네

塞鴻何處去 (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聲斷暮雲中 (성단모운중) 울음소리는 저녁 구름 속으로 사라지네.

 서리 맞은 단풍, 외로운 달, 변방의 기러기, 저녁구름 속으로 스러져 가는 울음소리! 생의 고단함을 충분히 경험한 노인이나 표현할 만한 시상을 8세 아동이 표현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다른 어떤 어른이 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도로명주소로 행정지명이 바뀌면서 이이가 호로 삼은 ‘율곡’이라는 동네 이름이 없어지고 파평면 화석정로로 바뀌었군요. 이런 식으로 전국의 향토색 짙은 이름들이 사라지고 있어 아쉽습니다. 화석정에는 자동차를 10대 남짓 주차할 수 있는 공간과 매점이 있습니다.

 

넓은 풀밭으로 소풍 가자!... 자운서원

▲ 파주 이이 유적(자운서원)의 너른 잔디밭.

 

▲ 자운서원.

자운서원은 이이의 학문과 정신세계를 알리기 위해 조선 광해군 7년(1615년)에 세워졌고, 1650년 효종으로부터 ‘자운’이란 사액을 받았습니다. 그 후 광해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빈 터만 남았다가 1970년대에 복원됐습니다. 2013년 2월에는 이이의 유적이 한데 모여 있는 점이 고려돼 ‘파주 이이 유적’이라는 명칭으로 국가사적이 되었습니다. 주말이 되면 자운서원의 널따란 풀밭은 아이와 부모가 뛰어노는 매력적인 소풍 장소로 변합니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무성한 숲의 향기를 느끼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습니다. 역내에 이이의 묘와,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묻힌 묘, 율곡기념관 등도 있습니다. 관리사무소 (031)958-1749

 

물새 노닐던 모래톱이 눈앞에...반구정

▲ 반구정.

반구정은 조선 세종 때의 명재상 방촌 황희가 영의정에서 물러난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세운 정자입니다. ‘낙하진’ 부근에 있어서 본래는 낙하정이었답니다. ‘반구’는 갈매기를 벗 삼는다는 뜻이지요. 옛 기록에 이곳은 흰 갈매기들이 날아들어 경치가 뛰어났다는데 지금도 고운 모래톱과 강물이 빚어내는 경치는 절경입니다.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라서 철조망이 설치돼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까닭에 깨끗한 연안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습니다. 상상으로 고깃배 하나만 띄우면 수묵화가 그려집니다. 원래 반구정이 있던 곳은 현재 앙지대가 있는 절벽 위입니다. 복원 시 자리를 옮기면서 원래의 터에 정자 하나를 더 세우고 황희 선생의 인품과 학문을 떠받든다는 뜻에서 앙지대라고 한 것이지요.

이곳 황희 선생 유적지에는 반구정 외에 앙지대라는 정자와 황희 선생 영당, 그의 4대손 월헌 황맹헌의 신위를 모신 부조묘, 경모재 등이 있습니다. 반구정 관리사무소 (031)954-2170.

 

바람의 언덕에서 자유를 외치다...임진각

▲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의 바람의 언덕.
▲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카페.

 신행주대교 북단에서 임진각까지 이어진 길을 자유로라고 합니다. 통일이 되기 전에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곳에 임진각이 세워져 있고, 거기에는 커다란 바람의 언덕과 야외공연장, 전통놀이 체험장, 통일기원 돌무지, 자유의 다리 등으로 꾸며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 있습니다. 물 위의 카페와 언덕 위의 바람개비, 언덕에 우뚝 선 거대한 조형물이 눈길을 끕니다.

그외 파주의 명소 

그 외에 파주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으로는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 다양한 식물과 조형물, 레스토랑 등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정원 분위기를 자아내는 벽초지문화수목원(031-957-3004), 타조에게 먹이를 주고 타조알 목걸이 만들기와 타조고기 먹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우농타조농장(031-942-6272)’, 용미리석불(보물 제93호), 세계문화유산인 파주삼릉 등이 있습니다. 타조 농장은 파주출판단지 뒷산 격인 심학산 기슭에 있으며 어린이들이 매우 좋아합니다.

▲ 심학산 기슭의 '우농타조농장'
▲ 파주 용미리석불입상. 자연 암반에 조성된 조각품이며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납니다.

 

*통일공원만 간다면 서울역이나 신촌역에서 경의선 열차를 타고 1시간 조금 넘게 갈 수 있지만 다른 곳도 둘러보려면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합니다. travel220@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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