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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 음주운전 후 10개월 만의 방송복귀, 찬반양론이 반가운 이유 (이슈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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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 음주운전 후 10개월 만의 방송복귀, 찬반양론이 반가운 이유 (이슈Q)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8.1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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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그 녀석’, ‘돌아이’ 노홍철의 방송 복귀를 둘러싸고 인터넷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노홍철은 지난 2014년 11월 8일 서울 학동에서 경찰의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노홍철은 차를 빼달라고 하여 이동 중이었다며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채혈 방식의 혈중 알콜 농도 측정을 요구하는 등 물의를 빚었고, 결국 혈중 알콜 농도 0.105%가 나와 면허를 취소당했다.

이로 인해 노홍철은 MBC ‘무한도전’과 ‘나 혼자 산다’ 등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를 결정했다. 당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을 준비하던 ‘무한도전’은 급히 노홍철이 섭외한 가수들의 분량을 재촬영하고, 이미 출연한 분량에는 CG 처리로 노홍철의 흔적을 지웠다.

‘무한도전’ 하차 후 9개월이 지난 지금, 노홍철의 방송 복귀 소식이 솔솔 들리고 있다. 노홍철은 가을에 방송예정인 MBC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촬영 차 지난 9일 유럽으로 출국했다. 노홍철이 새로 출연할 프로그램은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섯 명의 일행이 최소한의 경비만을 가지고 창조적인 생산활동을 통해 자급자족형 유럽 여행을 하는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 2014년 11월 음주운전으로 '무한도전'에서 자진하차했던 노홍철 [사진 = 스포츠Q DB]

노홍철의 방송 복귀는 지난 7월 FNC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노홍철의 이번 방송 복귀는 ‘무한도전’을 함께 했던 손창우 PD의 설득 때문이고, FNC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이야기가 오갔다고는 하지만 FNC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일각의 예측처럼 노홍철의 방송 복귀를 위한 워밍업이었다는 것이 이번에 증명된 것이다.

노홍철은 하차 이후에도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무한도전’, 그리고 연예계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미 2014년 4월 멤버 길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후에도 ‘무한도전’은 새로운 멤버 충원 없이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노홍철, 정형돈, 하하의 6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홍철까지 하차하며 멤버는 5인으로 줄었다.

결국 ‘무한도전’은 2015년 새로운 멤버 충원을 위한 ‘식스맨 프로젝트’를 개최했고, 이 당시 유력 식스맨 후보이던 장동민의 과거 욕설 파문이 불거지게 됐다. 그리고 장동민의 욕설 파문은 다시 한 번 나비의 날개짓을 펼쳐 다음 카페 ‘여성시대’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 대란의 단초가 됐다. 노홍철의 음주운전 한 번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질서까지 흔드는 ‘나비효과’가 된 것이다.

노홍철이 MBC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으로 복귀한다면 2014년 11월 음주단속에 적발되어 2015년 9월 경에 돌아오니 약 10개월의 자숙기간을 거친 셈이다. 이런 표현이 적당할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숫자만으로 음주운전 이후의 ‘자숙기간’을 본다면 1년에 육박하는 노홍철의 ‘자숙기간’은 여태까지 음주운전, 혹은 음주 뺑소니 사고 경험이 있던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그리 짧다고는 볼 수 없다.

실제로 음주운전 이후 하차와 자숙은커녕 계속해서 방송을 이어나간 연예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탤런트 김지수는 2010년 10월 음주 뺑소니 사고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지만, 다음 달부터 방송된 KBS 사극 ‘근초고왕’에 곧바로 출연했다. 탤런트 정웅인도 2009년 4월 음주운전으로 면허 100일 정지를 당했지만, 2009년 6월부터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 곧바로 출연했다. 심지어 뮤지컬 배우 엄기준의 경우 2011년 8월 혈중 알콜 농도 0.119%를 기록해 면허 취소를 당했지만, 당시 출연중이던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와 뮤지컬 ‘잭 더 리퍼’ 두 작품 모두 하차 없이 계속 일정을 이어가기도 했다.

탤런트에 비하면 영화배우의 음주운전은 비교적 ‘자숙기간’을 지내기가 쉬운 편이다. 음주운전 당시 영화 촬영 중이라면 모를까, 작품을 고르는 시간과 제작기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는 영화는 관객들에게 음주운전의 기억을 잊게 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1996년 11월 음주운전으로 단속에 걸린 신은경은 1997년 9월 임권택 감독의 ‘노는계집 창’을 통해 흥행과 비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훌륭히 재기에 성공했고, 국민배우라는 송강호도 2005년 10월 음주 단속에 적발됐지만 2006년 7월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류승범도 2004년 9월 음주 단속에 적발됐지만 7개월 뒤인 2005년 4월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로 재기했다.

▲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과거가 있는 정웅인, 류승범, 엄기준 [사진 = 스포츠Q DB]

직업 특성 상 비교적 활동기와 공백기가 조화롭게 교차하는 배우들이나 가수들에 비해 TV에 꾸준히 출연하는 것만이 살 길인 개그맨이나 방송인들은 음주운전 이후 방송 하차 등 후속조치도 신속했고, 방송 복귀 역시 빠른 경우가 많았다.

‘개그콘서트’의 경우 황현희, 김준현의 경우처럼 출연 개그맨이 음주운전을 일으킨 경우 해당 코너는 폐쇄 혹은 멤버 교체, 그리고 반년 정도 후에는 어김없이 새 코너 복귀의 수순을 밟아왔다. 2013년 5월 음주운전 이후 자수라는 신개념 음주운전을 선보였던 유세윤도 불과 3개월 후인 2013년 8월 tvN ‘SNL 코리아’의 크루로 방송에 복귀했다. 노홍철이 가수나 배우가 아닌 방송인임을 감안하면 해당 부류에서 노홍철의 10개월 ‘자숙기간’은 그렇게 짧지는 않다.

물론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복귀마다 언제나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그리 짧지 않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노홍철의 복귀에 대한 논란이 이토록 뜨거운 것은 역시 노홍철의 복귀 소식에 유난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무한도전’ 팬덤의 만만치 않은 영향력과 그가 FNC 엔터테인먼트 계약 등으로 이미 복귀에 앞서 복귀를 타진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미묘한 행동을 보인 것에 대한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촬영을 위해 출국까지 한 지금 노홍철의 복귀가 다시 백지화될 가능성은 없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라 예상되던 유재석·강호동의 예능MC 투톱 체제도 저물어가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인터넷 트렌드를 활용한 예능까지 등장하며 예능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 지금 노홍철의 복귀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며 반가워할 관계자도 분명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시청자들 역시 지금은 노홍철 복귀에 대해 찬반양론이 빗발치지만 그가 방송에 복귀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의 논란도 모두 잊혀질 공산이 크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노홍철을 둘러싼 대중의 찬반양론이 반가운 점도 있다. 음주운전은 나 자신은 물론 엄한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범죄지만, 우리 사회는 이상할 정도로 음주운전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었다. 씁쓸하게도 노홍철의 복귀는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몰라도, 노홍철의 복귀를 둘러싼 이 뜨거운 찬반양론이 이 사회의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에 조금이라도 경종을 울려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노홍철은 의도치 않게 이 사회에 한 가지 공헌을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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