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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배하라, 갓저스' 한화 로저스 8억이 아까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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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배하라, 갓저스' 한화 로저스 8억이 아까울까
  • 김지법 기자
  • 승인 2015.08.12 0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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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kt전 9이닝 완봉승, KBO 최초 데뷔 2경기 연속 완투

[수원=스포츠Q 김지법 기자] 한화 새로운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단 2경기 만에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한화 팬들은 전통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에게 많은 애정을 쏟았다. 1999년 우승을 이끈 댄 로마이어와 제이 데이비스를 시작으로 데니 바티스타, 펠릭스 피에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로저스다. 벌써 '갓저스', '지저스'로 불리기 시작했다.

로저스는 1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9이닝 3피안타 7탈삼진으로 한화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대전 LG전 완투승에 이은 완봉승. 데뷔 후 2경기 연속 완투승은 선동열, 최동원, 류현진도 해내지 못한 KBO리그 역대 최초 기록이다.

▲ 로저스가 11일 kt전 9회말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후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로저스는 경기 후 "오늘 완봉으로 KBO 기록을 세웠다는 것을 몰랐다. 팀을 위해 던지는 부분에만 집중했다"는 소감을 전하며 "투구수가 많고 적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끝까지 나의 공을 어떻게 던지느냐가 핵심"이라는 투구 철학도 밝혔다.

로저스의 연봉은 70만 달러(8억 원). 8월 초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불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불과 2경기 만에 "비싼 선수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뉴욕 양키스 계투 경력자 다운 초대박 활약이다.

데뷔전에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서도 로저스는 익히 알려진 속구가 아닌 변화구로 재미를 봤다.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에 곁들여진 변화구는 압도적인 위력을 보였다. 패스트볼은 49개였는데 변화구는 이보다 10개 많은 59개였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로저스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뛸 당시에는 속구 위주로 투구했다"며 "하지만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면서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며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이 부분을 눈여겨 봤다"고 설명했했다.

체격이나 외모를 놓고 보면 로저스는 2011년부터 3년간 활약한 바티스타를 연상시킨다.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뿌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로저스는 불안한 제구로 고생했던 바티스타와는 다르다. 이날 108개 투구 중 68개가 스트라이크였다.

로저스는 실력 외에도 밝고 긍정적인 태도로 긍정 에너지를 퍼뜨리고 있다. 이날 역시 공수 교대 때 호수비를 펼친 선수들을 일일이 기다리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앤디 마르테를 두 차례 병살타로 처리한 후 보여준 포효하는 세리머니도 팀 분위기 상승에 기여했다.

▲ 로저스가 11일 kt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KBO리그 데뷔 후 최초로 2경기 완투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로저스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르테에게 병살타를 유도한 데 대해 "상대가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며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어서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베테랑 포수 조인성과 호흡이 좋다. 리드에 맞춰 최대한 던지려고 노력한다"며 "승리는 조인성 덕분"이라고 밝혔다.

8월 타율 0.338, 16홈런으로 두 부문 모두 월간 1위를 달리던 kt는 이닝이 흘러도 전혀 로저스의 투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7회부터 9회까지는 모두 삼자범퇴로 물러나 추격의 발판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완봉을 당하는 것 아니냐"던 조범현 감독의 농담은 현실이 됐다.

방문경기임에도 마치 대전처럼 3루 스탠드를 가득 메운 한화팬들은 로저스를 박수로 맞이했다. 로저스는 모자를 벗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글스 팬들을 매료시킨 로저스는 삼성, NC 등 상위권 팀을 상대로도 힘을 쓸 수 있을까. 그의 어깨에 한화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로저스(오른쪽)는 동료들의 호수비에 일일이 감사함을 표현하는 등 선수단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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