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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한화 최진행, 약물파동 지워버린 '한화극장 번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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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한화 최진행, 약물파동 지워버린 '한화극장 번외편'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8.13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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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만국기가 새파란 하늘을 수놓고 따가운 가을 햇살에 질끈 동여맨 머리띠가 땀으로 흥건하다. 바통을 들고 출발선에 나란히 선 아이들 모두 숨소리마저 멈춘듯한 그때, 고막을 찟는듯한 총소리와 동시에 앞으로 내달린다. 그러나 곧바로 들리는 날카로운 호각 소리.

부정출발이다. 누군가 먼저 출발을 한 것! 우리는 '스포츠의 페어플레이'를 어린 시절 가을운동회에서 배운 셈이다. 지난 8월 12일은 약물파동으로 첫 번째 부정출발을 했던 한화 최진행이 다시금 출발선상에 선 날이다.

 

12일 수원구장에서 벌어진 kt위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 1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터벅터벅 타석을 향해 걸어온 최진행은 사방의 팬들을 향해 사과의 폴더 인사를 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박수를 치며 격려하는 사람도 있었고 비아냥 거리며 조롱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어찌 되었던 최진행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를 숙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임에 틀림없다. 페어플레이를 배웠던 어른들과 배우고 있는 아이들 모두에게 기억될 만한 장면이었다.

 

그렇게 이벤트(?)가 끝이 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화 최진행은 사과의 마침표를 찍었다. kt 선발 주권이 술렁이는 장내 분위기 속에 공을 뿌렸고 최진행은 주권의 3번째 공을 골라 담장을 넘기는 속죄 투런포를 때려냈다.

 

한화극장 번외편은 그렇게 탄생했다. 상황 자체가 정말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다이아몬드를 돈 최진행은 더그아웃에서 축하해 주던 김태균의 품에 와락 안기며 앙탈 아닌 앙탈을 부렸다. 그가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는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화 김성근 감독 역시 흐뭇해 할 사건이었다.

 

한화 최진행의 속죄포가 도화선이 된 한화 이글스는 이후 타선에 불이 붙으며 13-4로 갈길 바쁜 kt위즈를 제압했다. 30경기 징계를 받고 바라만 봤던 운동장일 게다. 팬들의 사랑 없이는 나설 수 없는 그라운드다. 속죄포라 할지라도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훔치진 못했을 터, 최진행이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이날 보여준 진정성이 계속되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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