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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42) 30대 새 출발점에 선 KB 김요한의 '위시리스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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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42) 30대 새 출발점에 선 KB 김요한의 '위시리스트'는?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8.17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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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팀명으로 새출발 알린 김요한, KB손해보험과 함께 키우는 '선수인생 2막'

[200자 Tip!] 버킷 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희망목록이다. 이 버킷 리스트는 살면서 자기가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을 준다. 어느덧 프로 9년차.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김요한(30)이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예상 가능한 것도 있었고, 의외의 답변도 있었다. 전신 LIG화재보험의 주인이 바뀐 뒤 지난달 KOVO(한국배구연맹)컵에서 새출발한 구미 KB손해보험의 중심 김요한. 그의 ‘위시리스트’를 파헤쳐보자.

[수원=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지난 16일은 김요한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다. 30대를 맞은 만큼 새 시즌을 맞는 각오도 남다를 터. KOVO컵을 치르고 휴가를 다녀 온 뒤 몸을 만들고 있는 김요한을 경기도 수원 인재니움에서 만났다.

“나이가 드니 회복 속도가 확실히 더디네요.(웃음)”

▲ 김요한이 소속팀의 훈련장이 위치한 KB손해보험 수원 인재니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른 살 김요한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다. 어린 선수들에 비해 힘이나 기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회복 속도가 더뎌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모든 경기에서 느끼지는 않지만 풀세트를 뛸 때 예전에는 ‘힘들다. 힘내야지’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요즘은 ‘힘들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당장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투지가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 체력이 있어야 기술도, 투지도 생길 수 있다는 게 김요한의 생각이다.

김요한은 “나는 정말 힘든데 그 와중에 장난치고 웃는 후배들을 보면 ‘역시 젊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도 예전에는 저랬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럴수록 평소에 체력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로서 김요한의 배구인생은 지금까지 제법 찬란하게 흘러왔다. 유광우(대전 삼성화재)와 함께 몸담았던 인하대 시절 대학배구 전관왕을 휩쓸기도 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 아시아 정상에 서보기도 했다. 프로에 와서도 지난 시즌 3000득점을 달성하는 등 빼어난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김요한에게도 몇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제안해본 것이 바로 버킷 리스트. 김요한 본인이 이루고 싶은 세 가지를 선정해 달라고 제안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김요한은 이내 거침없이 희망 보따리 하나하나 풀어냈다. 첫 번째 버킷 리스트는 부모님의 건강. 그렇다면 배구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김요한의 남은 위시리스트는 무엇이었을까.

◆ '부상의 덫'에서 탈출하기

“아프지 않았다면 조금 빨리 달성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3000득점을 달성했을 때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느냐는 질문에 대한 김요한의 답이다. 김요한은 지난 1월 17일 V리그 현대캐피탈과 홈경기에서 역대 5번째로 3000득점을 돌파했다. 국내 선수로서는 이경수(KB손해보험), 박철우(삼성화재)에 이어 3번째였다.

“처음에는 나 자신에게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는 칭찬을 했지만 이내 ‘다치지 않고 뛰었더라면 더 일찍 달성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배구인생의 전환점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까지 3000점을 올렸으니 앞으로 3000점을 더 올리고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 지난 세 시즌 중 두 시즌은 부상 때문에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컨디션을 회복한 뒤 돌아온 지난 시즌 또 한 번의 좌절을 맛봤기 때문에 올 시즌을 앞둔 각오가 남다르다.

김요한이 아쉬움을 내비쳤을 만큼 부상은 잊을 만하면 그를 따라다녔다. 2007~2008시즌 V리그에 데뷔한 김요한은 첫 세 시즌은 풀타임으로 뛰었지만 2010~2011, 2012~2013, 2013~2014시즌에는 전체 경기의 절반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특히 2012~2013시즌부터 2년 연속 손등 골절상을 입어 마음고생이 심했다. 훈련 도중 불의의 사고로 다쳤지만 팬들로부터 ‘유리몸’이라는 비난을 들어야했다.

“그땐 정말 몸과 마음이 힘들었어요. 재활을 끝내고 운동을 다시 시작했는데 트라우마가 생기더라고요. 공이 오면 손을 뻗어야 하는데 무서웠어요. 블로킹을 할 때 조심하게 되고 위축됐습니다. 그래도 차츰 시간이 지나다보니 트라우마가 해결됐어요. 지금은 뼈도 다 붙었고 운동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입니다. 정상적으로 블로킹할 수 있어요. 올해는 정말 부상 당하지 않고 코트에서 뛰었으면 해요.”

올 시즌이 끝난 뒤에도 허리가 좋지 않아 두 달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과 재활 훈련을 반복한 김요한은 KOVO컵이 끝난 후에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단계적으로 재활 훈련을 소화한다면 새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몸이 올라올 것이라는 게 김요한의 설명. 2014~2015시즌 한 경기에만 결장했던 김요한은 올 시즌도 풀로 뛰겠다는 목표를 잡은 상태다. 부상 없이 팬들에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 선수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김요한이다.

◆ 오랜 숙원, '소속팀 우승'

김요한의 마지막 버킷 리스트는 바로 소속팀의 우승이다. 2012년 KOVO컵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지만 리그에서는 단 한 차례도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 2010~2011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이후 봄배구 경험이 없다. 이듬해부터 KB손해보험의 순위는 6위, 5위, 6위, 6위다.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무르다 보니 선수들의 마음속에 알게 모르게 패배 의식이 젖어들었다. 이때 권영민이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되면서 팀에 있는 어두운 부분을 걷어내줬다고 한다.

▲ 사실 권영민은 앞선 FA때 팀에 합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몇몇 조건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되고 말았다. 권영민의 합류에 대해 김요한은 "고마우면서도 다행이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고마우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민이 형이 와서 선수들에게 ‘지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을 심어주고 있어요. 워낙 승부욕이 강하고 솔선수범하는 형이라 선수들이 군말 없이 따르고 있습니다. 예전 FA 때 왔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온 게 참 좋습니다.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선배이지요.”

권영민이 팀 내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됐기에 KOVO컵 예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것. KB손해보험은 예선에서 3전 전승을 거두며 이전까지 패배에 익숙했던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준결승에서 서울 우리카드에 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얻은 것이 많았던 KOVO컵이었다.

야전 사령관 권영민이 노련한 볼 배급을 해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른쪽 공격수 자리에는 외국인 선수 네맥 마틴(슬로바키아)이 온다. 마틴은 인천 대한항공에서 두 시즌 동안 뛰며 공격력이 입증된 선수. 두 시즌 동안 각각 949점(공격성공률 55.62%), 780점(공격성공률 51.29%)을 올리며 팀의 2연속 준우승을 이끌었다.

김요한은 “아직 몸이 완전히 올라오진 않았지만 충분히 예전의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 예상된다”며 “꾀를 부리는 외국인 선수도 많은데, 마틴은 훈련 자세가 매우 성실해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된다. 동료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려 하는 면모가 정말 좋다”고 웃었다.

김요한이 입단한 뒤 전신 LIG손해보험 시절엔 삼성화재,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에 이은 4인자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원 한국전력의 멤버가 좋아짐에 따라 여기에도 밀린 KB손해보험은 바닥을 찍고 올라와 우승에 도전한다. 김요한은 “1~2라운드에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아둬야 끝까지 순위싸움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초반부터 총력전을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

▲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꼽을 만큼, 김요한에게 팀 우승은 간절하다. 새로 합류한 선수가 많은 만큼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 김요한은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 버킷리스트에 '결혼'이 빠진 이유?

김요한의 버킷 리스트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세 가지 중에 꼭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결혼’이 리스트에 없었기 때문. 혼기가 찬 나이이지만 김요한은 굳이 짝을 찾아 나서지는 않겠다고 손을 저었다.

지인 결혼식에 갈 때마다 ‘너는 언제 갈 거냐’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김요한은 “SNS에 아기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냥 (결혼에 대한 생각을) 다 놓은 상태”라며 “좋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하고 싶다. 그렇다고 애써 내가 배우자감을 찾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만나는 사람도 없어요. 운동을 쉬는 날에는 취미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다지 외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요. 신붓감이 나타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오픈마인드죠.(웃음)”

결혼에 대한 김요한의 열린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1년에 한 차례 이상 화보촬영을 해 유명인들과 왕래도 있을 것 같지만 알고 지내는 연예인은 없고 한유미(수원 현대건설), 한송이(서울 GS칼텍스) 자매와 친하게 지내는 정도란다. 의외로 이성들과 교류가 적은 김요한은 당분간은 본업인 배구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성적으로 보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선수들도 안타까워하고 있고 비시즌 동안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경기장에 많이 찾아오셔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팬 여러분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플레이로 응원에 보답하겠습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KB손해보험에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김요한 프로필

△ 생년월일 = 1985년 8월 16일 
△ 출생지 = 광주 
△ 체격 = 200㎝ 95㎏
△ 혈액형 = AB형
△ 출신교 = 상무중-광주전자공고-인하대
△ 주요 경력
- 세계남자선수권대회 국가대표(2006년) 
-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2006년)
- 월드리그 국가대표(2007년) 
- FIVB(국제배구연맹) 월드컵 국가대표(2007년 10월)
- 구미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2007년 12월~2015년 6월)
- 월드리그 국가대표(2008년)
- AVC(아시아배구연맹)컵 국가대표(2008년)
-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2010년)
- 월드리그 국가대표(2011년) 
- 아시아선수권대회 국가대표(2011년)
- 구미 KB스타즈 손해보험(2015년 6월~)
△ 수상 경력
- 전국대학배구연맹 춘계대회 MVP(2006년)
-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2006년)
- V리그 남자부 기량발전상, 포토제닉상(2009년) 
- 아시아선수권대회 득점왕, 서브상, 인기상(2009년)
-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2010년)
- 아시아선수권대회 서브상(2011년)
- V리그 올스타전 MVP(2012년) 
- 수원컵 프로대회 MVP(2012년 8월)

[취재후기] 코트에서 잘 웃고 파이팅이 넘치는 것으로 유명한 김요한은 올 시즌에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에 힘을 쏟을 참이다. 배구가 몸싸움이 없는 스포츠이지만 기싸움은 있다고 생각하는 김요한이다. 분위기에서 지고 들어가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터. 김요한은 “이제 어느 정도 연차가 있으니 팀에 상징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적 지주 권영민의 영입과 리그 최상급 외국인 선수 마틴의 가세, 그리고 팀의 중심을 잡아줄 김요한의 활약이 어우러져 올 시즌 KB손해보험이 반등할 수 있을까.

▲ 이제는 팀의 고참 대열에 들어간 김요한은 그만큼 부담감이 커졌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배구인생도 짧지 않은 만큼,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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