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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김고은, 의와 협으로 캐릭터를 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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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김고은, 의와 협으로 캐릭터를 품다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17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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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별 김고은(24)이 시작점에 섰다. 첫 사극인 무협멜로 ‘협녀, 칼의 기억’(13일 개봉)의 18세 홍이, 첫 드라마 출연인 ‘치즈 인 더 트랩’의 평범한 여대생 홍설을 연이어 품는다.

혼돈의 시대 고려 말을 배경으로 세 검객의 엇갈린 운명을 다룬 ‘협녀, 칼의 기억’에서 김고은은 전반부엔 천방지축 소녀를, 중반부 이후에선 부모의 원수인 유백(이병헌)에 대한 복수심, 스승인 월소(전도연)와 애증으로 치달으며 감정의 너울에 매끄럽게 몸을 싣는다.

 

이 젊은 여배우의 캐릭터 선구안, 80회차 대부분 와이어 액션을 소화하며 허공을 가르고 땅바닥을 구르며 검을 휘두른 파워는 대단하다. 흉내만 낸 느낌, 힘이 딸려 자세가 흐트러지는 모습 따윈 없다. 시종일관 날다람쥐처럼 민첩하다. 어느 새 강호로 돌아온 말간 얼굴의 그녀, 근성과 집중력의 김고은과 나눈 빅 토크.

◆ 체육인으로 살았던 1년...와이어, 근육통, 디스크와의 전쟁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비극적 드라마인데 거북하질 않았다. 있을 만한 일 같았고 감정이 움직였다.”

문제는 무협 장르다보니 강도 높은 액션이었다. 홍이의 성장 드라마이자 무협 향연일 만큼 액션 분량이 많아서 훈련부터 촬영까지 1년이 소요됐다.

“그 기간은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한 상태였다. 골반이 결리고 근육통이 무시로 찾아들었다. 목 디스크 증상도 왔다.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는 건 소용이 없더라. 운동선수들의 경우 뿌려봤자 통증이 가라앉질 않으니 아예 부위에 밀착시켜서 뿌린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살이 에일 정도로 아프지만 몇 시간은 통증에서 해방된다.”

근육 이완제를 맞았고, 현장엔 마사지사가 상주했다. 다리에 쥐가 나는 건 우습지도 않았다. 홀로 나무나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골반이 결리면 혼자서 마사지하며 풀곤 했다.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힘든 건 감정연기였다. 액션에 감정을 실어 나르는 건 예상 이상으로 난도가 높았다.

 

“액션만 했으면 한계에 부딪히진 않았을 거다. 매 회차 한계에 직면했다. 난 연기가 중요해서 고집을 부리고, 무술감독님과 엄청 티격태격했다. 그러다보니 요령이 생겨 타협점을 많이 찾았다. 딥(Deep)한 감정 신이 있을 땐 와이어 액션을 하나 빼주든가 하는 식이었다. 촬영이 종료된 날, 무술감독님이 눈물을 글썽였다. 울어야 할 사람은 정작 난데...후후.”

이번 ‘협녀, 칼의 기억’에서 액션을 완성도 높게 소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중학교 시절까지 연마했던 무용이다. 또한 4세부터 14세까지 중국에 체류하면서 ‘동사서독’ ‘와호장룡’ ‘동방불패’ 등 무협영화를 즐겨 봄으로써 장르에 대한 이해가 생성됐던 점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화 ‘몬스터’ 때도 액션스쿨을 다녔으니 체육인으로 1년을 넘게 살았다. 이 기술을 썩히기 아까우니 나중에 현대적인 액션영화를 해보고 싶다.”

◆ “나를 위해 버럭해준 전도연 선배, 유레카처럼 다가온 이병헌 선배”

‘차이나타운’에선 김혜수, ‘협녀, 칼의 기억’에선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걸출한 충무로 여제들을 영화 속에서 넘어야 할 산처럼 상대했다.

“두 분의 공통점은 밝다. 당시엔 내 연기하느라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 알게 되는 배려가 엄청났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시기를 지나와서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주신다. 전도연 선배님과의 신을 촬영할 때였다. 감정이 잡히질 않아서 애를 먹었다. 스태프들이 재촉하자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으시던 선배님께서 버럭하셨다. ‘배우가 준비되질 않았는데 가만히 좀 있어라!’. 대 감동이었다.”

 

라스트 신에서 벌인 이병헌과의 검투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눈발이 흩뿌리는 가운데 빛과 어둠을 오가며 부딪치는 칼날은 스크린을 뚫고 나올 기세다.

“그 장면 때도 감정이 잘 잡히질 않아 촬영이 지연됐다. 내게 감정이 온 걸 순식간에 캐치하고선 스태프에게 ‘빨리 (촬영)해야 한다’고 재촉하시더라. 무서울 줄 알았는데 유쾌한 분이다. 고된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빵빵 터지게 했다. 한 번은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며 대사를 여러 톤으로 쳐보며 낑낑대고 있으니까 나직한 목소리로 ‘호흡만 가지고 해봐’ 하셨다. 툭툭 던져주시는데 내겐 유레카처럼 다가왔다.”

홍이와 특별한 감정을 나누는 청년검사 율 역 이준호와는 2013년 2PM과 동반 촬영한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CF에서 처음 만났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가 ‘협녀, 칼의 기억’을 촬영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 ‘치즈인더트랩’ 평범하고 밝은 홍설...캐릭터 변화 필요했던 시기

티 없이 맑은 소녀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여검객으로 극단의 변화를 그려내야 했던 홍이에 대해 “캐릭터를 대할 때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냥 받아들이는 부분이 크다”고 말한다. 치밀한 계산이 아닌, 충만한 감성으로 캐릭터에 빙의하는 타입이다.

 

그런 그녀가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선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는 10월 방영 예정인 tvN ‘치즈 인 더 트랩’이다. 88만원 세대의 고민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에서 여대생 홍설로 출연한다.

“피해지지 않는 작품이 있다. 영화를 선택할 땐 별반 고민하질 않는데 드라마라 고민이 많았다.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텐데 과연 그걸 견딜 수 있을까 우려가 됐다. 다행히 이윤정 PD께서 ‘우리 드라마는 그런 일이 없을 거다’고 약속하셨다. 스케줄 조정이 돼서 결국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커피프린스’ 이윤정 PD의 작품이라 끌렸다. 그동안 영화에서 극단의 상황에 존재하는 인물을 연기해 왔는데 캐릭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홍설은 평범하고 밝은 역할이다.

또 2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데 20대 초반 여자가 지닌 감성을 지금이라면 표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더 나이 들면 더듬어서 표현해야 하니까. 그 나이 대에 해볼 수 있는 건 꼭 해보자는 주의다.

올곧은 마음과 거침없는 호방함. 여배우 김고은이 캐릭터에 돌진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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