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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간중독' 격정의 스캔들! 중독성 약한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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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간중독' 격정의 스캔들! 중독성 약한 남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5.08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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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정사' '스캔들'의 각본, '음란서생' '방자전' 연출을 통해 국내 영화계에서 ‘색(色)을 가장 잘 다루는 감독’으로 정평이 난 김대우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파격멜로 ‘인간중독’(14일 개봉)이 시사회를 통해 속살을 드러냈다.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69년 여름 최상류층 군 관사를 배경으로 부하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 ‘베트남전’ 욕망의 전장일까 vs 진부한 소재주의인가

출세가도를 달리는 교육대장 김진평 대령(송승헌)과 출세지향의 부하 경우진 대위(온주완), 음악감상실 임사장(유해진)과 밀수업자 학수(배성우)는 모두 월남 참전용사들이다.

Good! 1960년부터 75년까지 지루하게 이어진 베트남전쟁은 이데올로기와 인간의 욕망이 극명하게 교차한 지점이다. 산업화 시기의 대한민국은 조국의 명예와 외화획득을 명분으로 전투 병력을 파견, 5000명의 전사자를 냈다. 참전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김진평 대령과 한국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던 종가흔의 서로에 대한 맹목적인 탐닉은 기존 세계관이 허물어지며 민낯의 욕망이 이성의 자리를 대체한 전장과 닮은 구석이 많다.

Bad!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베트남전일까. 영화는 전장에서 꽃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 전쟁의 상처를 연결고리로 한 멜로드라마로 명료하게 읽히지도 않는다. 베트남전이 금지된 사랑을 둘러싼 장식적 효과로 기능할 경우 소재주의에 갇힐 공산이 크다.

◆ 시선 장악하는 조연배우 군단 vs 서걱거리는 남녀 주연배우

Good! 김진평을 장군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가진 아내 이숙진 역 조여정의 연기는 발군이다. 품격과 속물성을 아우르며 디테일을 살리는 연기는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물오른 코미디 감각과 설핏 드러내는 카리스마의 더께는 그의 성장세를 확인하게끔 해준다. 군관사 내 부인들의 봉사모임 ‘나이팅게일회’ 멤버들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처세술의 달인인 최중령 부인 역 전혜진은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 이어 만만치 않은 연기 내공을 과시한다. 이외 특별출연한 유해진의 코믹연기, 배성우의 묵직한 호흡은 영화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 '나이팅게일회'의 멤버인 전혜진(사진 위 맨 왼쪽)과 조여정. 아래는 배성우와 유해진

Bad! 송승헌과 임지연은 수위 높은 베드신을 몸 사리지 않고 소화했다. 송승헌은 과거의 이미지를 깨고 도전을 감행했다. 변화 발전한 모습이 순간순간 드러나지만 사랑으로 인해 파멸해가는 남자의 광기와 울부짖음은 부족하다. 신예 임지연은 모험이자 승부수였을 터. 비밀을 간직한 화교 종가흔 캐릭터의 핵심인 ‘순수와 관능’은 어느 정도 살려냈으나 ‘도발’은 약하다. 감정 전달에서도 미숙하다. 여기에 사랑 앞에 갈팡질팡하는 듯한 캐릭터까지 보태져 감정선 유지가 버거워 보인다. 두 남녀의 사랑에 몰입과 공감이 쉬 이뤄지질 않는 이유다.

◆ 윤기나는 미장센 vs 아쉬운 연출력

Good! 1960년대 후반의 낭만을 재현한 프로덕션은 영화에 윤기를 더한다. 도입부를 장식한 기생집부터 지글거리는 레코드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음악감상실, 흑백TV 뉴스, 담배와 성냥곽, 복고풍 의상과 헤어는 향수를 자아낸다. 낮과 밤 산책길의 아름다운 색감을 살려낸 조명은 매우 인상적이며, 피크닉 장면 등과 같이 아름다운 영상이 쏠쏠하다. 나이팅게일회가 모이는 미장원 신은 팝아트 작품을 보는 듯하다. 바흐의 ‘오보에를 위한 현 콘체르토’를 피아노, 클래식 기타버전으로 사용한 음악은 가슴을 파고든다.

 

Bad! “누가 보면 어때요? 다 남인데” “정말 숨 안 쉬어졌어요? 나만 그런 줄 알았어요”. 영화에는 귓전에 오래 머무르는 짧지만 강렬한 대사들이 꽤 많다.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던 시대와 공간, 중독에 관한 메시지 등 나름 괜찮았던 시나리오를 스크린의 감동으로 충분히 전환하지 못한 책임은 연출의 몫이다.

goolis@sportsq.co.kr

남녀 주연배우 송승헌(사진 위)과 임지연(아래)의 극중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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