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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한양대, 야구일지 쓰는 자율야구로 부활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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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한양대, 야구일지 쓰는 자율야구로 부활을 외치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5.09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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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팀 탐방] 스타플레이어 산실 한양대 야구부, "2년이면 우승한다"

[300자 Tip!] 한국 야구의 역사를 논하는데 있어 한양대를 빼놓을 수 없다. 한양대는 박찬호를 비롯해 숱한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해왔다. 현재도 프로야구 10개 팀 감독 중 3명이 한양대 출신이다. 그런 그들이 어느 순간부터 뒤안으로 밀려나 있다. 숱한 부침을 겪던 그들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그 때 그 명성을 되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남양주=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차를 타고 한참을 들어갔다. 내비게이션도 정확한 야구장 위치를 안내하지 못했다. 꼬불꼬불 비포장 길을 따라 들어서자 비로소 야구장이 나타났다.

▲ 한양대가 성균관대와 연습경기를 갖고 있다.

현역 시절 쌍방울 돌격대에서 쏠쏠한 활약을 했던 김기덕(46) 코치가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한양대 야구부는 이렇게 서울 캠퍼스에서 떨어진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 야구장에서 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양대가 대학야구 본류에서 밀려난지는 꽤 됐다. 최근 2년간 동국대, 인하대, 건국대, 고려대, 동의대 등이 정상을 나누어 석권하는 춘추전국시대에서도 한양대는 단 하나의 우승컵도 들지 못했다.

그런 그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한근(59) 감독을 필두로 상처난 자존심 회복을 위해 조금씩 기틀을 다지고 있다. 그들은 조만간 명성을 되찾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김한근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상처난 자존심, "2년만 기다려봐"

“일단 올해는 한 대회 4강이 목표다. 2년이면 우승할 수 있다.”

김한근 감독의 당찬 포부다. 한양대는 그 동안 많은 부침을 겪었다. 2007년 대학야구 추계리그 정상을 밟은 이후 아직 우승이 없다. 고교 선수들의 프로 진출 러시 속에 스카우트 경쟁에서 밀린데다 2012년에는 천보성 전 감독이 사퇴한 뒤 끝모를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학야구하면 한양대’던 1970~80년대의 찬란했던 영광은 먼 추억이 됐고 대학야구 조연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2년 전 벌어진 불미스런 입시비리 사태는 안 그래도 어렵던 팀을 더욱 어수선하게 만들고 말았다.

2012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감독직을 맡은 김한근 감독은 “이미 늦었더라”라는 말로 처음 사령탑에 앉았을 때를 회상했다. 사기가 떨어진 분위기를 다잡는데만도 한참 걸렸다. 그는 지금도 “팀을 꾸려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비로소 김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선수를 하나둘 데려오기 시작했다.

▲ 한양대가 모교인 김기덕 코치는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경기 중간 김 코치가 야수를 불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한 대회 4강이 목표다”라며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다음해까지 정상적으로 선수들이 수급되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양대의 찬란한 명성을 되찾는데는 2년이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감독은 “올해는 타선에 파워가 턱없이 부족하다. 선수 구성상 공격적인 주루를 바탕으로 빠른 야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현 상황을 설명하며 “올해 파워툴을 겸비한 친구들을 수급해 짜임새 있는 팀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양대는 지난달 15일 막을 내린 2014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 C조 조별예선에서 3승2패로 공동 2위를 기록하며 12강에 진출했다. 녹다운 토너먼트에서 영남대에 1-2로 패하며 아쉽게 고배를 들었다.

◆ 부활의 중심엔 우리가 있다, 4학년 3인방

▲ 왼쪽부터 외야수 여진석, 투수 황인준, 포수 권정웅. 셋은 "졸업 전 마지막 해에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감독은 ‘2년’을 생각하고 있지만 졸업반 삼총사는 “올해가 진짜 부활 원년”이라고 주장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는 셋은 “상처난 자존심을 되찾고 말겠다”며 좋은 성적을 내고 모교를 떠날 것을 다짐했다.

황인준(23)은 1학년 때부터 선발로 나섰던 한양대의 확실한 필승카드다. 빙그레 이글스와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황대연 우석대 감독의 아들이기도 하다. 대전고를 나온 그는 185cm, 90kg의 당찬 체구에 최고 구속 144km의 묵직한 직구를 구사한다. 132km까지 나오는 슬라이더도 수준급이다.

포수 권정웅(23)은 “인준이 공은 변화구의 각이 크고 브레이킹이 아주 좋다”고 칭찬했다. 황인준은 “마지막 해인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자신있다”며 “팀을 위해 더욱 악착같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안방마님 권정웅은 누구보다 파이팅이 좋았다. 그는 “투수는 외로운 자리라는 걸 아니까 목소리도, 액션도 더 크게 낸다”고 전하며 “박경완 (SK 2군) 감독님처럼 투수 리드가 안정적인 포수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 '안방마님' 권정웅은 마운드에 서는 것이 외로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끊임없이 투수들을 격려한다.

주장이자 리드오프를 맡고 있는 여진석(23)은 발이 빠르고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다. 그는 “팀 공격 선봉에서 분위기를 제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인준은 “타구가 진석이 쪽으로 향하면 마음이 편하더라”며 여진석의 타구 반응 속도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팀의 주축인 이들 트리오는 하나같이 “한양대만한 야구 명문이 없는데 우승 횟수가 적어 자존심에 크게 상처가 났다”며 “분위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맏형으로서 명문 부활의 기틀을 잘 닦아 놓고 프로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김한근 감독의 꿈, “프로 한 번 다시 가고싶다” 

김한근 감독은 한양대를 졸업했다. 그는 “모교를 맡고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라며 “그래서 더 애착을 갖고 옛날 그 명성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 김한근 감독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노트에는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특성이 빼곡히 적혀있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일지를 적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야구일지를 쓰도록 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며 야구를 해야 오래 간다고 믿는다”며 “지도자가 시키는 ‘꼭두각시’ 야구로는 한계가 있다. 선수들이 야구일지를 직접 써가며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자율야구가 내 지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허심탄회하게 “아직 프로 감독을 못해봤다”며 “프로로 다시 돌아가고픈 마음이 있다”고 고백했다. 김 감독은 “심정수, 정수근, 장원진, 이도형, 안경현 등과 특타하며 선수들 기량이 상승하니 재미있더라”며 OB 베어스 타격 코치 재직 시절과 1995년 우승 당시를 떠올렸다.

김 감독은 “아마추어 감독으로 기술 지도는 물론 재정, 합숙 계획, 각종 부대비용까지 신경을 써보니 보는 눈이 더 넓어진 것 같다”며 “격이 없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때로는 친구로, 형으로, 부모로 선수들 눈높이에 맞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 한양대 선수들은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남양주 퇴계원 야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어 “프로로 다시 돌아가 원없이 해보고 싶은 꿈만큼은 버리지 않고 있다”고 목표를 내세웠다. “물론 한양대의 부활이 우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대학야구, 이렇게 살립시다

한양대 야구에 대해서 말하고 옛 추억을 떠올릴 때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던 김 감독은 대학야구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대학야구는 야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히 급격히 줄어들었다. 야구 좀 한다 싶은 선수들은 모두 고교 졸업 후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로 직행하고 있다. 문제는 대단한 선수들이 아님에도 모두 프로만 바라본다는 데 있다.

▲ 김한근 감독이 연습경기 후 선수들에게 문제점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감독은 “프로 선수들에게 계약금은 퇴직금이다. 굳이 2000~3000만원 받으며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프로에 진출했다고 성공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초고교급 선수만 프로에 가면 좋을텐데. 실력이 애매하면 금방 그만두게 된다”며 대학야구를 바라봐줄 것을 주문했다.

현 상황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그는 “프로에서 살아남아남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니 야구 실업자만 양산되고 있다”며 “대학야구 수준을 끌어올려 프로야구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야구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대학교에 다니면 살아가면서 갖춰야할 기본적 소양도 갖출 수 있다. 공부하고 리포트도 써보고 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 아니겠는가”라며 고교 선수들이 시간을 두고 생각해주기를 당부했다.

선수들도 “대학 진학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며 맞장구를 쳤다. 권정웅은 “4년을 거치며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고 귀띔했고 황인준 역시 “프로에 가서 자리를 못 잡은 동기들은 오히려 부러워한다. 기초적인 과목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동의했다.

■ 한양대 야구부는 

▲ 한양대 선수들은 하나같이 "상처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한근 감독, 김기덕 코치가 이끄는 한양대는 투수 황인준(이하 배번 35) 심규민(29) 윤준식(17) 서지현(40) 조기현(19) 조영빈(32) 조현준(18) 김상엽(28) 최채흥(14) 김경훈(20) 포수 권정웅(22) 소재환(23) 오흥진(37) 내야수 김대봉(21) 최창용(6) 황현준(10) 김태수(2) 이재영(16) 정영선(13) 김세훈(25) 이창엽(11) 외야수 이재성(8) 김희준(1) 김재민(39) 이선재(38) 김종인(36) 방종배(26) 유현기(31) 최현성(3)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57년 창단됐고 류중일(삼성), 김시진(롯데), 이만수(SK) 감독을 비롯해 고 장효조, 박찬호, 유지현, 정민태, 구대성, 김동수, 김현욱, 성준 등 숱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 대학야구리그는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전,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 KBO총재기 전국대학야구대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전국체육대회 야구 일반부 등 총 6개 대회가 있다. 지난달 끝난 첫 대회 춘계리그에서는 동국대가 건국대를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 7일 두 번째 대회인 전국대학야구선수권이 개막했다.

[취재 후기] 그들은 화려한 선배들의 이름값을 자랑스러워했다. 가슴에 적힌 ‘HANYANG’이라는 문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당시의 그 명성을 잇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한 마음도 공존했다. 한양대 출신인 김한근 감독과 김기덕 코치의 각별한 애정 속에 명문부활을 선언한 한양대의 행보가 흥미롭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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