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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영화 드라마 '큰 손' 40대 여성을 잡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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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영화 드라마 '큰 손' 40대 여성을 잡아야 산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5.1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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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 장면1. 지난달 22일 영화 ‘역린’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던 건대입구 롯데시네마 로비. 4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룬 현빈의 팬클럽 ‘더 스페이스’ 회원들이 언론 관계자들에게 헛개차, 떡, 부채, 밴드 등이 담긴 기념품 세트를 일일이 나눠줬다. 기념품 안에는 호의적인 리뷰를 압박하는(?) 메모가 들어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역린’의 성공은 당신의 키보드에 달려 있습니다!”.

# 장면 2. 절친 사이인 40대 중반의 싱글여성 A씨와 B씨, 직장맘인 C씨의 카톡 단체대화방이 소란스럽다. “유아인(‘밀회’의 남자주인공) 연기 너무 잘하지 않니? 달달한 데다 의식도 있어 보이잖아. 어쩌면 피아노까지 글케 잘 치니?” “난 ‘상속자들’ 이후 김우빈이야. 그런 포스의 젊은 남자배우 없잖아. 연기력도 좋고” “배신자들 같으니라구! 니네 이민호에서 다 갈아탄 거야? 난 여전히 이민호야”.

중년의 여성들이 드라마와 영화를 품은 대중문화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이들의 영향력이 어마무시해졌고, 이들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 40대 여성, 극장가 흥행파워...욕망 자극하는 '역린' '표적' '인간중독' 잇단 개봉 

요즘 극장가에는 ‘중장년층 관객이 움직이면 터진다’는 흥행 공식이 자리 잡았다. 실제 롯데시네마에서 ‘역린’을 예매한 회원들의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중장년층인 40~50대 관객이 무려 30% 이상에 이른다. 중장년층 관객 흥행파워에는 40대 여성이 코어(핵심) 역할을 한다. 친구들끼리 혹은 남편과 가족을 이끌고 극장가로 발걸음을 향하기 때문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성규 홍보팀장은 “평일 오전에는 40대 주부 관객들이 특히 많다”고 전했다.

▲ 영화 '역린'의 현빈, '표적'의 류승룡, '인간중독'의 임지연과 송승헌(위부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J E&M, NEW]

중년 여성의 욕망을 부채질하는 영화가 잇따라 극장가에 간판을 내걸고 있다. 올해 초 40대 여성 3명의 성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린 문소리·엄정화·조민수 주연의 ‘관능의 법칙’, 중년 남녀의 도발적 사랑을 담은 아네트 베닝 주연의 ‘페이스 오브 러브’가 흥행에 호조를 보였고 오는 29일 중산층 주부가 겪는 인생의 변화를 다룬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주연의 '차가운 장미'가 개봉된다. 지난달 30일 동시에 개봉된 사극 ‘역린’과 액션영화 ‘표적’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역린’은 암살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침소이자 서고인 존현각에서 신체훈련에 매진하는 정조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톱스타 현빈의 군살 없는 복근과 등근육을 스크린에 가득 담아냈다. ‘표적’에서는 해외 용병 출신의 도망자 여훈 역을 맡은 중년 연기파 류승룡이 우람한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며 거친 남성미를 발산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파격 멜로’를 내세운 ‘인간중독’(오는 14일 개봉)에서는 미남배우 송승헌이 연기생애 최초로 전라의 격정적 베드신을 수회에 걸쳐 보여준다.

30~40대 남자배우들이 중년 여성의 욕망을 한껏 자극한다면, 40대 후반의 여배우 김성령은 ‘표적’에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강력반 여형사 역을 맡아 20대 여배우를 능가하는 생기발랄함과 절도 있는 액션연기로 40대 여성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영화홍보사 아담스페이스의 김은 대표는 “과거 콘텐츠가 남성의 판타지 충족에 전념했다면 현재는 정반대가 됐다”며 “대중문화를 향유하며 성장한 40대 여성들은 전업주부, 직장여성, 비혼과 돌싱 등 분화된 형태로 존재하고 경제력까지 지니고 있기에 가난한 젊은층에 비해 대중문화 소비자로서 파워를 발휘한다”고 짚었다. 이와 더불어 예술성 짙은 다양성 영화의 확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콘텐츠가 이들에게 일종의 ‘문화적 전시효과’를 내는 조건으로 역할하고 있다.

▲ '밀회'의 김희애와 유아인 [사진=JTBC]

◆ 드라마 '밀회' '마녀의 연애' 등 중년 여성의 대리만족 충족

안방에서는 스무살 청년 피아니스트와 20세 연상인 중년 여성의 사랑을 그린 JTBC 월화드라마 ‘밀회’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특급 칭찬’(김희애가 유아인의 볼을 꼬집으며 한 칭찬), ‘밀기증’(밀회와 현기증의 합성어. 본방을 기다리다 현기증이 나는 상태), ‘걱정멜로’(시청자들을 걱정하게 만드는 멜로물) 등 ‘밀회 용어사전’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tvN 월화드라마 ‘마녀의 연애’는 25세 남자와 내일모레 마흔인 39세 여자의 동거를 소재로 한다. 초반부터 주연배우 엄정화, 박서준의 아찔하면서도 유쾌한 베드신과 맥주거품 키스 등을 배치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캐릭터에 있어서도 불륜이나 열애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살인범을 추격하고('표적'의 김성령), 권력투쟁의 한복판에서 노련하게 베팅을 하고('밀회'의 심혜진과 김희애), 특종기사를 위해 뻗치기를 비롯, 몸사리지 않는('마녀의 연애'의 엄정화) 등 과거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역할을 남자 이상으로 척척 해내는 중이다.

드라마홍보사 와이트리미디어의 노윤애 대표는 “10대가 학업 및 자기들끼리의 고민, 20대가 연애, 30대가 성공과 육아, 50대가 자녀의 대학·취업·결혼에 열중한다면 40대는 자신을 감추고 딴 세상 이야기에 관심을 쏟는다. 이는 곧 삶의 여유가 생겼다는 말이다. 내 이야기하기는 싫고 ‘이런 남자 좋더라’ 식의 대리만족은 상상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마녀의 연애'에서 화제가 된 엄정화 박서준의 베드신[사진=tvN 방송캡처]

실제 현빈과 같은 30대 톱스타, 류승룡과 같은 40대 중년스타 그리고 유아인·김수현·이민호·김우빈·조정석과 같은 20대 청춘스타 팬클럽에는 40대 여성들이 팬클럽 회장이나 간부 등을 맡는 등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풍부한 인생경험과 경제력, 전문지식을 앞세워 물심양면으로 자신이 아끼는 스타(욕망의 기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여성의 지위와 경제적 능력이 향상되면서 '연상연하 커플'이 늘어나는 사회 현상과 비슷하게 ‘연상의’ 여성들은 안방, 스크린, 팬클럽을 막론하고 문화소비의 주체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이들의 즐거운 상상과 욕망을 자극하는 콘텐츠는 보다 정교해지고, 많아지고 있다. 이제 ‘권력’은 중년 여성의 시장으로 넘어갔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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