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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기의 '마흔 다섯 청년'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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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기의 '마흔 다섯 청년' 유준상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5.1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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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종횡무진 누비는 배우 유준상이 흥행 가도를 달리는 추격 액션영화 ‘표적’에서 광기 어린 경찰로 카리스마를 폭발시켰다. 명품 악역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 그는 네 번째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선다. 다큐멘터리 ‘하얀스페셜’의 내레이션과 삽입곡 작곡을 맡으며 다시금 활동 영역을 넓힌 그는 드라마와 영화음악 작곡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새 영화 ‘꿈보다 해몽’ ‘화가’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창작뮤지컬 ‘그날들’로는 공연 애호가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광기의 2014년 상반기를 보내고 있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18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조물주인 신의 영역에 도전한 닥터 프랑켄슈타인을 연기하고 있는 유준상(45)이 추격 액션영화 ‘표적’(창감독)에서는 살인을 서슴지 않는 부패한 경찰로 스크린을 잠식 중이다.

◆ '표적'에서 광기 어린 악역 송반장으로 시선 장악

광역수사대의 송기철 반장은 한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 베테랑 형사다. 살인 용의자 여훈(류승룡)과 공범 태준(이진욱)을 집요하게 추격한다. 냉철하면서도 연륜이 묻어나는 인물이다.

흐물흐물한 말투로 처음 등장하는 순간, 객석은 일순 정적에 휩쌓인다. 명품 악역으로 유명한 게리 올드먼을 연상케 하는 카리스마가 작렬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과 중반 이후 송반장의 캐릭터는 극명하게 바뀐다. 유준상의 자연스러운 감정선 변화는 몰입을 이뤄낸다.

“가장 늦게 캐스팅됐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형사 영주(김성령)를 총 쏘는 장면이 너무 임팩트가 강해서 출연을 결정했죠. 각본을 짜는 형사라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집에서 직접 상황 설정을 한 그림을 몇 컷 그려서 혼자 연습을 해보고 감독님께도 보여드린 뒤 논의를 이어갔죠.”

캐스팅되자마자 며칠 후 떠난 MT에서 ‘비리형사팀’과 어울려 집중 토론을 이어갔다. 시나리오상에는 없지만 왜 이들이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지, 첫 번째 프로젝트는 뭐였고 현재 몇 번째 프로젝트인지 연습과 시연을 이어나갔다. 극중 송반장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캡슐 담배를 ‘딸깍’ 깨무는 장면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 "세월호 참사 선장처럼 죄책감 없는 이들에게 경종 울리고파"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 악역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힘들더라고요. 고민했죠. 어느 순간 ‘송반장처럼 나쁜 사람이 현실에도 있을 거야’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부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어요. 비리에 발을 디딘 처음엔 양심의 가책을 느꼈겠지만 이후 습관적으로 부패에 가담하면서 불감증에 갇힌 남자인 거죠. 세월호 참사를 보더라도 선장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모르잖아요.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고. 이들의 뒤에는 이런 사람을 이용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이 우리 사회를 독버섯처럼 좀먹어가고 있는 거죠. 이런 메시지를 ‘표적’을 통해 던져주고, 관객들이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악인 송반장이지만 그 역시 인간이기에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했다. 모든 실체가 드러난 뒤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발산했다. 광기와 코믹함, 처연함이 장면에 질퍽하게 흘렀다. 유준상은 “한계에 이르러 자포자기한 심리, 여훈과 태준을 향한 분노, 일말의 죄책감, 살아보겠다는 원초적 모습을 한꺼번에 드러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촬영현장에서 그는 ‘넘버2’였다. 위로 최고령자(47세)인 김성령이 있었고 모두가 아래였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평균 나이가 상당히 높은 현장이었다. 어느덧 어느 자리에서건 (최)고참으로 군림하다보니 책임감이 뒤따른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동반한 채.

“나이 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니까 밀도가 높아요. 오히려 중년 배우들의 에너지가 젊은 배우들보다 더 좋고 열심히 해요. 액션도 대부분 대역 없이 소화했다니까요.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자극이 되죠. 류승룡씨와는 처음 공연을 했는데 그의 긴장감과 기운이 너무 좋았어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하고. 전 오히려 한신, 한신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촬영에 임했습니다. 푸하하~.”

 

◆ '표적'으로 네 번째 칸영화제 방문...해외진출은 뮤지컬을 타고

‘표적’은 14일 개막하는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았다. 유준상의 경우 이번이 네 번째 칸 영화제 방문이다. 과거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로 연이어 칸에 초청받은 바 있다.

“배우로서 너무 좋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2012년에 칸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 담긴 일기장을 잃어버려서 무척 아쉬웠거든요. 시간이 나면 칸의 정취를 다시 그려보려고요. 해외진출 자꾸 질문하시던데, 불러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웃음) 전 뮤지컬을 하는 배우이기도 하니까 제 작품들이 일본에 이어 중국에도 진출한다니까 공연을 보여준 뒤 자연스럽게 영화작업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뮤지컬에 입문한 지 20년째다. 대학시절(동국대 연극영화과)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6년이나 같은 일을 해오고 있다. ‘그리스’ ‘천사의 발톱’ ‘그날들’ ‘레베카’ ‘잭더리퍼’ ‘삼총사’ ‘프랑켄슈타인’ 등 수많은 공연을 해오면서 뮤지컬의 소중함을 새록새록 느낀다.

“무대에서의 연마한 경험과 에너지가 영화나 드라마를 할 때 캐릭터 해석이나 집중력에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돼요. 특히 ‘프랑켄슈타인’은 이렇게 힘든 적이 처음일 만큼 엄청난 눈물을 쏟아내야 하고, 쉴 틈 없이 폭발적인 노래들을 연이어 불러야 하죠. 그게 다 훈련과 연습으로 몸에 익숙해져서 이뤄지는 거더라고요. 교훈을 얻었죠. 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자기무장을 하는 ‘45세 청년’이라고 타이틀을 붙여줬어요.”

 

◆ 작가, 화가 이어 작곡가 영역 도전...연출은 No!  

유준상은 그야말로 ‘만능’이다. 운동과 악기연주, 작곡, 저서 출판과 그림 전시회 개최 등 목마른 사람처럼 다양한 분야에 촉수를 내민다. 최근에는 SBS 다큐멘터리 스페셜 ‘하얀 블랙홀’의 내레이션과 삽입곡 작곡을 맡아 화제를 지폈다. 호기심과 열정이 강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대학 1학년 때 은사인 안민수 교수님으로부터 ‘배우는 이것저것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과 함께 배우일지를 쓰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지금까지 해오면서 능력이 개발되고 발전을 이룬 거죠. 앞으로 드라마와 영화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는 걸 좋아해요. 음악이든 그림이든 내가 상상하는 걸 세상에 보여주는 거니까 다 연결이 되더라고요. 궁극적으로는 연기를 잘 하기 위한 방법이고요. 하지만 연출 영역은 제 능력 밖의 일이라 꿈도 꾸지 않아요. 제가 시도를 많이 하지만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하거든요. 잘할 수 있는 걸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죠. 하하.”

그는 올 하반기 2편의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과 전규환 감독의 ‘화가’ 촬영을 모두 마쳐놓은 상태다. 이어 창작뮤지컬 ‘그날들’ 앙코르 공연에 나선다. 시간을 쪼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국민남편 이미지를 거둬낼 새로운 드라마에 출연하기를 희망한다.

“40대임이 항상 고마워요. 이 나이에 젊은 배우들과 공연하는 게 쉽지 않은데 20대와 30대를 거치며 쌓아온 훈련과 에너지가 3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해주는 거잖아요.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해가 되면 제가 오십이거든요.(웃음) 그 때도 ‘프랑켄슈타인’ 앙코르 공연을 지금의 기량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취재후기] 긍정의 기운, 유머 가득한 배우다. 그런 그가 몇 차례 방송을 통해 폭로(?)됐듯이 집에서는 엄격한 아버지라는 게 실감나질 않는다. 아버지 유준상은 자녀와 이런저런 분야를 같이 한다. 잘 놀아준다. 그러면서도 엄격하다. “큰 애가 공부는 아니라 공부에 대한 기대치는 대폭 낮췄어요. 대신 ‘예의바르게 씩씩하게만이라도 자라다오’인 거죠”. 이마저도 안 따라준다면 경을 칠 태세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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