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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니엘, 염세주의 소년에서 '댄디+코믹' 청년으로 포물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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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니엘, 염세주의 소년에서 '댄디+코믹' 청년으로 포물선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23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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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배우 최다니엘이 스크린에서 깃털처럼 가벼운 캐릭터로 코드 변환했다.

브라운관에서의 스마트하거나 까불거리는 캐릭터완 정 반대로 최근 몇 년간 영화 ‘공모자들’ ‘열한시’ ‘악의 연대기’ 등 스릴러 장르에서 어둡고 무거운 역을 연달아 연기했다. 악역도 서슴지 않았다. 그랬던 최다니엘이 코믹 액션영화 ‘치외법권’(8월27일 개봉)에서 억눌렀던 본능을 대방출했다. ‘X같은 세상, 통쾌하게 날려버린다’는 영화의 헤드카피처럼.

 

◆ 코믹액션 '치외법권'에서 '코미디+똘기 충만 캐릭터+액션+노출연기' 도전

‘치외법권’은 범인만 봤다 하면 일단 패고 보는 프로파일러 정진(임창정)과 경찰대 수석 졸업의 카사노바 강력계 형사 유민(최다니엘)이 특수수사본부로 호출돼 법 위에 군림하는 사이비재단 총재(장광)를 검거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성 충동 장애를 지닌 유민은 간통, 경찰 윤리 위반 및 명예 실추 등으로 숱한 경고·감봉·정직을 달고 살아온 독특한 캐릭터다.

“류승완 감독님의 액션영화 결정판과 같은 ‘베테랑’처럼 진지한 요소와 홍콩 배우 겸 감독 주성치의 B급 코미디가 섞인 퓨전영화가 나온 듯싶어요. 그간 B급 정서의 코미디 영화가 별로 없었으니 다양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싶고요.”

선배 임창정과는 ‘공모자들’에 이어 두 번째다. 외모부터 성격에 이르기까지 정반대의 배우다. 특히 전작에선 대척점에 선 관계였으나 이번엔 찰떡 호흡의 ‘투캅스’라 변화가 상당하다.

“창정이 형과 다시 하는 게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이 천재적인 배우의 순발력과 센스라면 부족한 부분이 너끈히 메워지겠다고 판단했죠. 개인적으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서로 워낙 다르다보니 선배님을 보며 제 문제점이나 가지고 있던 틀이 뭔지를 바라볼 수 있었죠. 성장하면서 영화를 찍은 느낌이에요. 공통점은 흥이 많다는 거고요. 형이 술을 좋아한다면 전 술은 못 먹어도 만취한 사람처럼 놀거든요.”

 

촬영장에선 애드리브가 난무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촬영이었다. 자신이 우리 안의 양이라면, 임창정은 야생 멧돼지였다. 점차 임창정의 호흡에 적응해가면서 자신도 애드리브를 짬짬이 구사했다. 이를 통해 실제 성격이 캐릭터에 많이 묻어났다.

“원래 시나리오 상에는 유민 캐릭터가 뚜렷하게 나타나질 않았어요. 어떻게 빈 공간을 채워나갈까 고민하다가 호피무늬 팬티를 입고 여자들과 어울리는 파티장면을 신동엽 감독님께 제안해서 넣었어요. 방은희 선배님과의 간통장면도 원래 설정은 그렇게 야하질 않았는데 선배님께 ‘행위 중에 남편이 쳐들어오는 상황이면 더 임팩트 있지 않을까요? 저만 벗겠습니다’라고 제안했죠. 중요 부위 ‘공사’도 제가 직접 했어요. 하하.”

뒤태 전라노출과 베드신뿐만 아니다. 본격적인 액션연기도 처음이었다. 스스로 ‘몸치의 황태자’라고 부를 만큼 액션과 거리가 먼 사람인데, 영화 속에서 임창정이 절권도를 응용한 리듬감 있는 액션을 구사한다면, 최다니엘은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한 시원한 액션을 보여준다. 도박장, 나이트클럽, 벌목장, 갤러리 등에서 펼치는 두 배우의 액션 합은 강렬하고 그럴싸하다.

“집에서 액션영화들을 보며 연습을 많이 했죠. 혼자 발차기 연습을 하다가 가슴에 통증이 와서 담에 걸린 줄 알고 열심히 약을 복용하다가 낫질 않아서 병원에 가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갈비뼈에 금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창정이 형이 급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머리를 운전석 앞 유리에 들이받았는데 정말로 창에 금이 쫙 가더라고요. 콘티에도 없는 상황이라 형도 놀라고, 저도 놀랐는데 애드리브로 강행했어요. 나중에 보니 머리에 혹이 엄청 크게 생겼더라고요.”

 

◆ 불행한 가족사 탓 어린 시절부터 염세주의 성향...신앙 얻으며 긍정적으로 변화

드라마 ‘동안미녀’(2011)를 끝으로 연기생활을 접으려고 했다. 연기하기가 싫어서였다.

“급변한 삶이 적응이 잘 되질 않더라고요. 어딜 가든 불편했고요. 인기를 얻기 전엔 차 끊기면 공원에서 신문지 덮고 자고, 나이트클럽에도 자주 다니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몇 편의 드라마를 통해 이름이 알려지고 난 뒤 주위엔 매력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 중심을 잡기 힘들었고, 방송이나 공식석상에서 해야 할 행동이나 심지어 의상조차 불편했어요. 내가 꿈꾸던 배우는 이게 아니었구나,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그릇이구나란 회의가 엄습했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자’란 생각에 마지막으로 임한 작품이 ‘동안미녀’였다. 멋있게 그려낼 수 있던 패션회사 MD 최진욱을 주위에서 흔하게 마주칠 법한 인물로 탈바꿈시켰다. 그런데 이런 시도가 반응이 좋아 작은 확신이 생겼다. 아이러니하게 연기하기 싫어 선택한 작품으로 인해 연기를 지속하게 된 셈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난 왜 태어났지’를 고민했어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없었고요. 그래서 많이 흔들렸던 것 같아요. 연기도 자격증이나 기술이 없었으니까, 살아남아야 하니까 시작했던 거고요. 데뷔 후에도 ‘왜 태어났지’란 고민이 1순위였고, 연기는 2~3순위였죠. 지금은 연기가 1순위가 됐어요. 뒤늦게 신앙이 생기면서 그런 갈등이 많이 해소된 거 같아요. 지금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감사한 거구나,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자란 생각에 잔잔한 바다 위에 떠있는 듯 평온해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천방지축 조연출 양수경, ‘지붕뚫고 하이킥’의 엄친아 레지던트 이지훈, ‘학교 2013’의 시크한 선생님 강세찬이란 프리즘을 통해 비쳐진 최다니엘은 유복한 과정에서 고민 없이 성장한 청년이다. 어린 나이부터 실존적 고민을 했을 거라곤 잘 상상이 되질 않는다.

 

“아버님이 1946년생으로 나이가 많으세요. 한국전쟁을 겪으며 친가족이 월북을 해 연좌제로 고통을 많이 겪으셨어요. 직업 군인이 되기 위해 육사에 입학했는데 이후 진급을 하지 못하고 결국 군복을 벗으셨죠. 사회에 나온 뒤로도 하시는 일마다 잘 풀리질 않아 가산을 탕진하고 빚만 쌓여갔어요. 중고교 시절엔 학비 지원을 받아야할 만큼 형편이 어려워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만 했고, 대학도 경제적인 이유 탓에 한 학기밖에 다니질 못했죠.”

이른 나이에 삶의 신산함을 경험한 탓인지, 별반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서른의 나이에 뒤늦게 군입대할 상황임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충전기를 가질 수 있으니 군 입대가 오히려 좋을 것 같아요. 한편으론 뒤늦게 공포영화 ‘렛미인’(2010)을 보고는 주연 여배우 클레이 모레츠에 매료됐거든요. 예쁘고 연기도 잘 해서 좋더라고요. 클로이 모레츠와 영어로 대화하고 싶어서 지방에 소재한 기숙학원에서 하루에 8시간씩 3주 정도 배웠는데 촬영 때문에 아쉽게도 중간에 접었어요. 군에 입대하면 영어를 더 연마하려고요.”

군 입대 전, 드라마나 영화 출연 계획은 전혀 없다. ‘치외법권’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여유 혹은 무심함이 내비쳐진다.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최다니엘은 어떤 배우이고 싶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냥 많은 배우 중 한 명으로 남고 싶다”는 예상치 못한 하이킥을 날린다. 깔수록 양파 같은 사람이다. 그런 점을 요즘 사람들은 ‘반전 매력’이라고 좋아하니 요즘 시대에 최적화된 배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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