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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돌아온 두 남자, LG팬들에 신바람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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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돌아온 두 남자, LG팬들에 신바람을 심다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5.13 2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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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은 감독 데뷔 첫 승, 최경철은 3660일 만의 통산 2호포

[잠실=스포츠Q 이재훈 기자] 데뷔전에서 승장이 된 남자와 10년 만에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끈 한 노장 포수의 표정이 모처럼 밝아졌다. 이들의 활약에 침묵했던 LG팬들도 다시 신바람이 났다.

양상문 감독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5-0 승리를 거뒀다. 롯데 감독 재임 시절인 2005년 9월 27일 사직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무려 8년 7개월 15일만이다.

그간 참 많은 길을 오갔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2013 대표팀 투수코치 이후 2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감독직으로는 2005년 롯데 이후 8년여 만이다.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양상문 감독은 “좀 더 냉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지휘봉을 잡아 더욱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상문 감독은 6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로 2승을 따낸 에버렛 티포드에 대해 “평소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 생각했다”며 “빠른 공이 위력적이어서 롯데 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본다”고 답했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감독 취임후 젓 경기를 치르는 LG 양상문 감독이 13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4 프로야구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롯데 감독시절부터 보인 선수에 대한 믿음은 여전했다. 8회 2사 1, 2루 찬스에서 이는 드러났다. 당시 타석에 들어선 오지환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었으나 찬스에서 대타를 내지 않았다. 결국 오지환은 1, 2루 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3루타로 팀의 쐐기점을 박았다.

양 감독은 타순에 대한 믿음도 보였다. 그는 “초반에 조금 부진해 5점 냈으면 성공이라 본다”며 “박용택을 1번에 두고 믿었던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이날 5회 결승홈런을 친 최경철도 먼 길을 돌아왔다. 2004년 5월 5일 문학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 이후 무려 3660일 만에 나온 개인 통산 2호 홈런이었다.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고졸지명 받았으나 팀이 해체돼 선수 소유권을 받은 SK에 2003년부터 9년간 있었다. 그러나 앞에는 박경완, 정상호라는 큰 산이 있어 자리잡지 못했다. 이후 2012년 전유수와의 트레이드로 넥센에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그는 허도환에 이은 2번째 포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서동욱과의 트레이드로 LG로 와서는 달라졌다. 노련한 투수리드로 존재감을 인정받았고, 리즈의 전담포수로 14년 만의 가을야구에 감초같은 역할을 했다.

양상문 감독의 데뷔전에도 최경철은 감초같은 활약을 펼쳤다. 만약 이날 최경철의 홈런이 없었다면 LG는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 기자] 최경철이 5회 결승 솔로포를 친 뒤 그라운드를 돌며 웃음짓고 있다.

이날 최경철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의미가 담긴 한마디로 팬들을 울렸다. 그는 “홈런을 치고나서 이걸 빨리 뛰어야 하는지 천천히 걸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해 애잔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 팬들도 웃음을 지었다. 1년만에 LG 경기를 보러 두바이에서 왔다는 한 팬은 “감독이 부임했다는 점이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경기를 통해 양상문 감독이 먼 길을 돌아와 야구를 보는 눈이 더욱 넓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팬은 “LG는 신바람 야구다. 분위기를 타면 그만큼 팀도 상승한다”며 “새 감독 부임 후 첫 승을 따냈으니 분위기로 더욱 상승할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양상문 감독은 마지막으로 “앞으로 LG가 승승장구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늘 경기가 내 색깔이라 생각하면 된다. 단단하고 냉철한 야구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과연 LG팬들이 원하는 ‘신바람 야구’는 부활할 수 있을까. 일단 팬들의 환호라는 바람은 다시 불어오기 시작했다.

steelhear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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