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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언' 박지성, "내 축구인생 평점은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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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언' 박지성, "내 축구인생 평점은 7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5.14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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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고려 안해, 행정가 꿈꾸지만 정확한 목표 아냐"

[수원=스포츠Q 민기홍 기자] “공식적으로 은퇴한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시즌을 마친 박지성(33)이 14일 경기도 수원 박지성 유소년 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하고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행사장에 들어섰다. 아버지 박성종 씨와 그동안 공식 자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어머니 장명자 씨도 함께 자리했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박지성의 은퇴 기자회견에 부모님이 자리했다. 공식석상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어머니도 함께 했다.

박지성이 앉은 테이블 앞에는 그가 현역 생활간 입었던 유니폼들이 전시됐다. 세류초-안용중-수원공고-명지대로 이어지는 아마추어 유니폼에서부터 J리그 교토퍼플상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유니폼까지 줄을 이었다. 가운데는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캡틴으로 착용했던 국가대표 유니폼이 자리했다.

또 박지성은 은퇴선언과 함께 7월 27일 결혼계획도 밝혔다. 회견 말미에는 예비 신부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도 참석해 수줍게 신랑이 될 ‘축구 레전드’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다음은 박지성과의 일문일답.

◆ 국가대표 박지성, 선수생활을 말하다

- 정확히 은퇴를 결정한 시점은.

"은퇴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점은 지난 2월이었다. 무릎 상태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경기를 하고 나서 바로 운동을 할 수 없고 휴식을 4일씩 취해야 했다. 과연 내가 내년에도 경기를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무릎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다음 시즌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수술을 해서라도 다음 시즌 경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리고 100% 완쾌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그 방법은 고려치 않았고 남은 선택은 은퇴뿐이었다. 계약 관계가 QPR과 남아 있어 구단주를 이미 만났고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그것에 대해 흔쾌히 인정해줬기 때문에 은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 보도에 의하면 PSV 임대를 원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요청한 적은 없다. PSV 구단에서도 직접적으로 요청한 것은 없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오갔다. PSV도 이해했다. QPR은 구단주와 만나 이야기했다."

-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순간을 즐기고 싶나.

"단연 2002년 월드컵이다.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가 꿈이었고 월드컵이 꿈이었다. 막내여서 부담감도 없었고 다른 생각없이 축구를 할 수 있던 시기였다."

- 선수생활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몸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 PSV가 코리아투어로 한국에 온다.

"PSV 유니폼 입고 뛰는 것은 방한 경기가 마지막일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자선 경기를 하고 K리그 팀과 같이 경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7월 경기가 국내팬들게 보여드리는 마지막 경기일 것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클럽에서의 기억은?

"많은 골을 넣지는 않았는데. (웃음)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그렇긴 하지만 PSV에서 뛰었던 2004~2005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지막 우승 때도 기억 남고, 일본에서도 마지막 시즌도 기억이 남고, 팀마다 기억에 남는 시즌들이 있다. 이번 시즌은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나에겐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QPR경기는 다른 사람이 꼽아도 말할 일이 없을 것 같다."

- 아쉬운 순간, 후회됐던 기억은? 

"개인적으로 무릎 부상이 가장 아쉽다. 그 외에 아쉬운 순간은 특별히 없다."

- 박지성 앞에 유니폼이 있다. 단 한 유니폼만 입고 뛰라면. 

"두 가지 유니폼 입고 싶다. 하나만 꼽으라면 국가대표 유니폼을 꼽겠다. 꿈이 국가대표였기 때문에 당연히 선택한다. 하나 더 고르라면 QPR 유니폼을 고르겠다. (웃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내고 싶은 마음에 고르겠다."

- 무릎을 다친 이유가 특별한 경기가 있었나. 누적된 것인가. 

"경기 중에 당한 것은 아닌 게 확실하다. 무릎은 일본에서부터 좋지 않았다. 그걸 시작으로 무릎 수술을 두번을 하게 됐는데 경기 중에 일어난 부상은 아니었다."

- 평점이란 잣대로 평가를 받아왔는데 스스로 평점을 준다면. 

"완벽한 선수는 없고 내가 생각해도 나는 완벽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7점 정도 주고 싶다."

- 활동량 많은 스타일이 주목받았다. 본인 플레이스타일은. 

"선수마다 각자 장점이 있고 그것을 극대화하느냐인데 나의 장점은 활동량이었고 최대한 그 능력을 부각시키느냐가 중요한 과제였다. 나는 남들이 갖지 못한 능력을 보여줘야 했다. 테크니션이 아닌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나는 나름의 방식으로 플레이했고 다른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 선수생활을 하면서 많은 관심이 부담이 되지는 않았었는지. 

"부담이 안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럽에 있어서 부담감을 느끼는 강도가 줄었다. 대표팀에서는 부담감을 느꼈지만 선수라면 당연히 갖고 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서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다. 유럽에 있어서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 K리그에서 뛰는 박지성을 기대했는데. 

"K리그에서 뛰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K리그 진출 기회는 한 번 있었는데 무산됐다. K리그에서 뛰었다면 경기력은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스타일 적응의 문제라든지 경기력은 도움은 되지 않았겠지만 흥행에는 도움이 됐을 것이다."

- 고마웠던 선수와 껄끄러웠던 선수는. 

"껄끄러웠던 선수는 특별히 없었다. 스스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를 망친 적은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한 명을 꼽기보다는 모든 선수가 힘들었다. 모든 팀 선수들이 고마웠다. 내가 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독려를 많이 해줬다. 좋게 않게 대했던 부분마저도 내가 강하게 클 수 있었던 약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은퇴 경기 치를 계획은 없는지.

"대표팀 경기는 그럴 수 없다. 은퇴한 지 오래 됐고 그럴 여력은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시간이 지나면 경기장에서 뛰어다닐 수 없어서 힘들다고 본다."

- 박지성이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가. 

"저 선수는 믿음이 가는 선수다 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영광스러울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셨다면 좋은 선수를 했구나’, ‘내가 원하는 축구를 했구나’ 라고 생각할 것 같다."

- 기억나는 스승, 지금의 박지성을 만든 충고나 한마디가 있다면. 

"나를 지도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한다. 성장하며 그 나이 때 지도받았다는 것 자체가 운이 좋았다. 그 분들이 없었다면 이 위치에 오지 못했다. 한 분이라도 빠졌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가장 의미가 있다. 월드컵에 나갔고 유럽으로 데려갔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세계 최고의 레벨에서 경기할 수 있게 지도해주고 기회를 줬다. 모든 감독님들께 감사하다. 이 부분들을 많이 공유해서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축구는 크다고 잘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나, ‘분명히 잉글랜드나 스페인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는 히딩크 감독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 은퇴한 박지성, 인생 제 2막을 논하다

- 결혼 계획, 구체적인 장소 등 알고 싶다. 

"결혼식은 서울에 있는 W호텔에서 할 것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스튜디오로 연락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휴식을 취하면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고, 준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국내에 머물 것 같지는 않다. 유럽에서 생활할 것 같다."

- 예비신부 김민지 전 아나운서 근황은.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다. 기자회견 잘하고 오라고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잘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 관심받은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끔 행복하게 해주겠다."

- 지도자나 행정가 등 보다 구체적인 추후 거취는.

"지도자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지도자 자격증도 없다. 지도자 이외의 일을 하겠다. 행정가를 꿈꾸고는 있지만 정확한 목표는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와 스포츠에 도움이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를 생각하겠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공부를 해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 해설을 할 생각은 없나.

"해설가 하게 된다면 선수들 비판을 너무 할 것 같아서 후배들에게 그럴순 없다. 비판하기 싫어 해설가는 안될 것 같다."

- 크리스마스에 프러포즈 했다고 들었다. 자녀 계획은? 

"자녀 게획은 상의를 안해봐서 모르겠다. 힘 닿는데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 프러포즈는 크리스마스에 했다는 걸 김민지 전 아나운서가 이야기했는데 장소는 여기(박지성 축구센터)이다. 기본적인 꽃다발과 반지와 편지로 했다."

- 어머니까지 나오셨는데, 어떤 말씀 드리고 싶은지. 

"아버지는 더 했으면 하는 서운한 느낌 있는 것 같다. 어머니는 부상당하는 걸 싫어하셔서 반대를 안 하셨다. 빨리 은퇴했으면 하셨다. 여기까지 올 수 있는 힘은 부모님이었다. 자라오면서 많은 고생을 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제는 몸이 아픈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서 다행이다. 앞으로 진 빚을 갚고 살아가겠다. 감사드리고 살아가겠다."

- 고별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자세히 설명할 것은 없다. K리그 선수들과 같이 경기할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없다. 현재 프로축구연맹과 협의중에 있다. 그 경기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하는 경기가 될 것이다."

- 브라질에 간다고 들었다. 오랜만에 팬의 입장에서 월드컵을 보는데. 

"대표일 때와 바라보는 차이는 있다. 월드컵을 경험해 봐서 분위기와 느낌들을 알기 때문에 월드컵을 보는 재미가 더 있을 것이다. 그만큼 선수와 팀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바라볼 것이다. 브라질에 갈지는 아직 모르겠다."

▲ [수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박지성이 축구선수를 하며 입었던 유니폼들 전부가 전시돼있다.

◆ 선배 박지성, 후배를 향한 조언

- 박지성이 없는 월드컵이다.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고, 가진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부상 조심하고 컨디션 조절 잘 하는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 박지성을 우상으로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뭐를 해야지만 나처럼 될 수 있는 것은 없다. 개인마다 축구 스타일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선수로서 유혹들을 떨쳐내고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가가 중요하다. 집중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과 달리 상대적으로 K리그가 침체돼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럽파 대부분이 K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나가서 약간 영향받는 것 같다. K리그는 아시아에서 수준 높은 리그라는 것을 인정받고 있다. 기량적인 부분보다는 경험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K리그 선수들은 범위가 아시아로 좁혀져 볼 수 있는 부분이 작을 뿐이다. 기량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경험의 차이가 큰 것이라 생각한다."

- 포지션을 고려한 '포스트 박지성'은. 

"이미 내 이름을 지운 선수들이다. 굳이 제2의 박지성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 손흥민과 김보경이 어렸고 당시에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제 그들은 자리를 잡았다. 굳이 그런 표현을 할 필요가 없다."

- 월드컵 팀에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면. 

"대표팀은 8강을 목표로 하는 걸 알고 있다. 원정 16강을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8강을 목표로 해야 한다. 월드컵은 힘든 대회기 때문에 8강을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8강을 목표로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월드컵 경험은 많이 없지만 올림픽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별리그를 어떻게 뚫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분위기를 몰아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고 코칭스태프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것들을 메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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