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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마동석 "내 이름은 귀여운 마초남, 마요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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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마동석 "내 이름은 귀여운 마초남, 마요미"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0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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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천만영화 ‘베테랑’의 후반부에서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란 한 줄 대사로 객석에 웃음을 ‘빵’ 터뜨린 배우 마동석(44)이 살벌한 눈빛을 쏜다.

5년차 부부 준식(조한선)과 소연(김민경)이 기분전환을 위해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산마루 식당주인 성철을 만나며 벌어지는 악몽과 같은 이야기를 다룬 범죄 스릴러 영화 ‘함정’(감독 권형진)에서 마동석은 성철 역을 맡았다.

함정에 빠뜨리려는 자와 빠져 나가려는 자의 목숨을 건 대결을 그린 영화에서 마동석은 너무나 친절한 주인에서 섬뜩한 눈빛과 표정의 남자로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개봉(9월10일)을 앞두고 강남의 한 카페에서 ‘대세남’을 만났다.

 

◆ 힘들었던 영화 베스트3 ‘천군’ ‘통증’ ‘함정’...추위, 놀이기구, 혐오식품 탓

“60편 넘게 영화를 찍어왔는데 그 중 10편이 형사와 조폭 역할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거 같다.(웃음) ‘함정’은 기획 단계에 참여했지만 출연을 생각하진 않았다. 전작 ‘살인자’와 캐릭터가 겹칠 수 있어서 2차례나 거절했다. 그런데 도전해보고 싶은 발동이 걸렸다. 악역을 많이 해봤지만 더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캐릭터에 대한 이해, 동화가 가장 힘들었다. 해답은 남녀관계도 그렇듯 이해보다는 대상에 대한 ‘인정’이었다. 전개되는 상황과 캐릭터를 관객에게 잘 심어주기만 하면 성철의 행동이 설득력 있을 거라 판단했다. 포악한 사람과 맞닥뜨렸을 때의 절망감을 불어넣자고 디자인했다. 영화 ‘감기’에서의 파렴치한 국환도 악당이지만 더 센 악당 성철은 이렇게 탄생했다.

2005년 ‘천군’으로 데뷔한 이후 숱한 영화를 해오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꽤나 많다. ‘함정’은 베스트3에 들어간다. ‘천군’은 영화 12도의 혹한 속 강물에서 3일간 촬영했다. ‘통증’ 때는 80m 높이의 자이드롭을 타며 통화하는 장면을 10회에 걸쳐 촬영했다. 6년 전 아프리카에서 드라마 촬영하던 당시 3층 건물에서 떨어져 척추, 어깨, 갈비뼈 골절 등 전치 32주의 부상을 입었다. 아직도 재활 상태라 놀이기구라면 질겁한다. 자이드롭 촬영 당시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이번엔 혐오식품이 그를 힘들게 했다. 극중에선 지네로 술을 담그고, 멧돼지의 배를 갈라 쓸개를 적출하고, 살아있는 닭을 잡아 손질하는 장면이 줄줄이 이어진다.

 

“원래 안 좋아한다. 그런데 닭의 목을 따서 잡았고, 죽은 멧돼지 배를 갈라야 했다. 감독이 현실감이 있기를 원해서 찬성했다. 그래야 성철이 진짜 같은 느낌을 줄 것 같아서였다. 과거 중국에서 촬영할 때 고급식당에 초대받았는데 수십 가지 음식이 나오더라. 자라, 바퀴벌레차, 곰 발바닥 등...나는 계란 볶음밥만 먹었다. 굳이 그런 음식들 안 먹어도 될 거 같은데...”

◆ ‘상남자’부터 ‘부드러운 남자’까지 캐릭터 소화 폭 넓어

팔뚝 굵기 18인치의 근육질 몸매에 거친 인상으로 범죄액션이나 스릴러 장르에서 조직폭력배, 형사 역할을 주로 맡아왔고 살인자도 연기했다.

그런데 ‘댄싱퀸’의 게이 커플, '결혼전야'의 고개 숙인 남자 건호, ‘상의원’의 코믹한 패셔니스타 판수, 개봉 예정인 ‘가족계획’에서 톱스타 김혜수의 절친이자 스타일리스트인 평구 등 의외의 장르에서, 부드러운 남자도 자연스레 소화한다. 액션스타의 틀에 갇히기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감수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실재 그는 미국 체류 시절부터 영화 기획에 관심이 많아 몇 년 전부터 작가 3명과 함께 꾸준히 아이템 발굴 및 시나리오 개발을 해오고 있다. 현재 완성된 시나리오만 5~6편에 이른다. 소모되는 캐릭터의 작품은 아무리 흥행이 예상되더라도 거절할 만큼 두뇌 플레이를 한다. ‘베테랑’의 왕 형사 역할도 그런 이유로 정중히 사양했다. 현장에서 감독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테랑’에서의 아트박스 사장 직업, 대사 역시 그의 아이디어였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분야는 눈도 돌리지 않을 정도로 객관적인 시선을 지니고 있다. 영화 기획을 넘어선 연출·제작은 트레이너가 피트니스 센터를 차리는 것처럼 비즈니스가 되므로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마초’ ‘상남자’는 그를 둘러싼 이미지일 뿐이다.

 

“어려서 싫증을 많이 느껴서 격투기, 권투, 태권도, 합기도를 모두 배웠다. 고교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에는 크고 힘센 미국인에게 기죽기 싫어 운동에 빠져들었다. 신체 과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콜럼버스 주립대 체육학과에 진학했고, 영양학 등을 공부해 트레이너 자격증을 땄다. 전문 트레이너로 일하기 위해선 시합도 나가봐야 해서 이종격투기 선수로도 활동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마동석은 UFC 초대 헤비급 챔피언, 프라이드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자인 미국의 이종격투기 선수 마크 콜먼의 개인 트레이너를 맡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선 무술가 출신 배우 척 노리스, 장 클로드 반담, 스티븐 시걸, 돌프 룬드그렌 등이 액션을 책임지며 '리얼 액션'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국내 영화계에선 인기 배우들이 촬영 전 액션스쿨에서 몇 개월간 트레이닝을 받은 뒤 액션을 구사한다. 마동석은 이런 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스타의 자질을 지니고 있다.

“본격적인 액션영화의 주연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늘 있으나 충무로에 액션영화 시나리오가 별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액션, 스릴러, 휴먼드라마, 코미디다. 특히 80년대를 주름잡은 스타 레슬러의 이야기를 다룬 미키 루크 주연의 영화 ‘더 레슬러’를 무척 좋아한다. 액션과 휴먼드라마가 적절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 ‘마블리’ 이어 ‘마요미’ 애칭...앞으로 ‘난로동석’으로 불리고 싶어

 

최근 들어 사랑스럽단 의미의 ‘마블리’에 이어 귀여움이 강조된 ‘마요미’란 애칭을 새로 얻었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과 CF ‘배달통’으로 인해 마요미란 별명이 생겨난 것 같다. 이미지란 게 작품을 보고 관객이 만들어준 거니까 관심이라 여겨 감사할 뿐이다. ‘함정’ ‘부산행’이 연이어 개봉하면 안 될 거 같다.(웃음) 별명과 어울리지 않아서. 앞으론 따뜻한 남자란 의미의 ‘난로동석’이란 애칭을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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