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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박나리 강효형, 한국적 색채 안무가로 '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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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박나리 강효형, 한국적 색채 안무가로 '터닝'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0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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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 솔리스트 박나리(31)·강효형(27)이 안무가로 '턴'한다.

9월4~5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 1'을 통해 이영철 정영재 이산하 배민순 등 다른 7개 팀과 함께 무용수가 아닌 안무가로서 관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선후배 사이인 박나리와 강효형은 4일 무대에서 각각 '오감도'와 '요동치다'를 선보인다. 서양에서 유래한 발레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점이 동일하다. 두 발레리나는 작품 콘셉트 구상부터 음악 선정, 안무, 캐스팅, 무대 준비 등을 도맡아 올해 내내 구슬땀을 흘렸다.

▲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1'에 안무가로 참여하는 발레리나 박나리(왼쪽)와 강효형

박나리의 '오감도'는 시인 이상의 '오감도(烏敢圖)'를 모티프로 삼아 불안과 초조함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로하는 12분 분량의 작품이다. 2개의 파트로 구성돼 첫 번째 파트에선 5명 무용수의 군무, 두 번째 파트에선 객석 뒤에서 빨간 천을 가지고 등장해 무대 위로 오른 여성 무용수의 독무가 이어진다.

“고교시절 교과서에서 처음 접하고 느낌이 남달랐다. 이번에 ‘한’을 육체언어로 표현해보 싶었는데 시 ‘오감도’에는 공포와 당시의 불안감이 잘 배어 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 첫 파트는 시대 상황을 반영했고, 두 번째 파트는 살풀이를 모티프로 했다. 한을 풀어내고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걸 해피엔딩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박나리는 이번 작품에서 한국무용의 호흡을 적극 사용했다. 발레 호흡과 달리 한국무용의 호흡을 사용하면 훨씬 풍성해지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나만의 무브먼트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유년기 시절 한국무용을 배웠고, 대학 때까지 부전공으로 한국무용을 연마해 외국 무용수들과 차별화되는 몸짓과 호흡 구사에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지푸라기 인형이 빨간 천에 묶이면서부터 공포와 불안은 시작된다. 소도구와 무대 구성, 무용수들의 동선, 음악(영화 ‘은행나무 침대’ OST)에 이르기까지 신경쓸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포만감이 가득한 표정이다.

▲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박나리

“고교와 대학에 다니면서 안무가를 꿈꿨기에 창작에 관심이 많았다. 산고라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로 이번에 창작의 고통을 흠뻑 경험했지만 뿌듯하다. 무대에 내 작품이 올려지는 감동이 남다르다. 좋은 기회가 됐다고 여긴다.”

한예종 4년 후배인 강효형은 장고 4대 합주의 국악을 사용한 10분 분량의 ‘요동치다’로 관객의 가슴을 두드린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란을 겪는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그려낸 공연이다.

“한국적인 것을 접목해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하기를 원했다. 음악에서도 에너지가 느껴지면서 멜로디 없이 미니멀한 음악, 타악기의 변칙적 리듬만 있는 음악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지인을 통해 타악그룹 푸리의 ‘다드리’란 음악을 접하게 된 뒤 요동치는 음악에서 사람들의 변화가 떠올랐다. 한 사람의 내면이 변화하는 풍경을 표현해보자는 계획 아래 본격적인 안무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시각적 이미지를 한국적으로 어필하고, 움직임에선 한국무용·발레·모던댄스를 믹스해서 최대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다.”

‘요동치다’에는 7명의 여성 무용수가 등장한다. 무용수들은 자극으로부터 발생하는 각기 다른 내면의 심리들을 상징한다. 각각의 독무가 진행되다가 군무로 전환이 되며 다양한 구도의 군무가 펼쳐진다. 작품은 결국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더 강하고 새로운 자신을 찾아 앞으로 나아간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강효형은 군무의 구도에 공을 많이 들였다. 음악 장단이 변칙적으로 변하므로 그 느낌을 몸짓으로 살려내는 게 관건이었다.

▲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

“안무가 중에는 주제의식과 스토리부터 안무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음악이나 시각적 이미지로부터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난 후자다. 어렸을 때부터 안무가를 소망해왔기에 기회가 생길 때마다 내 이름으로 안무작을 발표했다. 지금은 댄서를 하고 있지만 좋은 안무가가 되는 게 꿈이다.”

발레가 에너지를 외부로 확장하는 춤이라면, 한국무용은 안으로 모으는 것과 동시에 아래로 내리는 춤이라 버거웠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한국무용이 지닌 호흡과 선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됐다. 강효형은 “발레 무브먼트에 한국무용의 곡선을 조화시키고 호흡법을 적용하는데 관심이 많다”고 눈을 반짝였다.

■ 박나리

국립발레단 입단(2005)/ 싱가폴 댄스시어터 입단(2008)/ 국립발레단 재입단(2010)/ 중국 상하이 국제발레콩쿠르 파이널리스트(2004), 일본 나고야국제무용콩쿠르 파이널리스트·동아무용콩쿠르 동상(2005)

■ 강효형

국립발레단 입단(2009)/ 한국발레협회콩쿠르 특상(2004), 동아무용콩쿠르 은상(2005), 불가리아 바르나국제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2006), 전국 신인무용콩쿠르 수석(2008), 동아무용콩쿠르 금상(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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