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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미식회' 스타 셰프 레스토랑 분석, 칭찬은 넘치는데 비판과 검증은 어디로?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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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미식회' 스타 셰프 레스토랑 분석, 칭찬은 넘치는데 비판과 검증은 어디로?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9.0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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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셰프들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테이너’(Cheftainer, Chef + Entertainer)의 시대를 맞아 ‘수요미식회’가 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 스타 셰프 레스토랑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2일 방송된 tvN ‘수요미식회’의 주제는 바로 ‘스타 셰프 레스토랑’. 보통 한 가지 음식을 선정해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패널들이 선정한 세 곳 정도의 맛집을 분석하는 일반적인 방송 패턴과 달리 이날 방송은 특정 음식이 아니라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타 셰프’들이 직접 경영하는 레스토랑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 2일 방송된 '수요미식회'에서 직접 검증에 나선 스타 셰프 3인방, 최현석 셰프, 오세득 셰프, 진경수 셰프 [사진 = tvN '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캡처]

2일 ‘수요미식회’가 분석에 나선 ‘스타 셰프’는 모두 세 명. 일명 ‘허셰프’라 불리는 특유의 쇼맨십으로 방송계를 접수하며 현재의 ‘셰프테이너’ 열풍을 불러온 이탈리안 최현석 셰프의 ‘엘본 더 테이블’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까지 진출하며 최현석의 뒤를 잇는 ‘셰프테이너’로 맹활약 중인 프렌치 오세득 셰프의 ‘줄라이’, 그리고 프랑스의 유명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파리 블루에서 요리를 배워 한국에서 정통 프렌치 요리를 선보인 1세대 프렌치 셰프인 진경수 셰프의 ‘라 싸브어’ 등 세 명의 스타 셰프가 경영 중인 레스토랑 세 곳에 대해 분석했다.

먼저 스타 셰프 레스토랑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분석대상인 최현석, 오세득, 진경수 셰프 등 세 명의 셰프를 불러 ‘스타 셰프’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것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듣는 도입부는 그래도 흥미로웠다.

총괄 셰프(Executive Chef)로 자신이 방송을 위해 자리를 비워도 상당한 경력의 수 셰프(Sous Chef)들이 레스토랑을 지키며 자신이 있든 없든 항상 동일한 퀄리티의 음식을 제공한다는 최현석 셰프와, “한 명의 손님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쉽다”는 원칙 아래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레스토랑 역시 문을 닫는다고 밝힌 진경수 셰프의 상반된 원칙은 스타 셰프 레스토랑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회였다.

또한 왜 한식 셰프는 ‘요리연구가’라고 부르고 양식 셰프만 ‘셰프’라는 호칭을 사용하는지, 또 드라마 ‘파스타’나 ‘오 나의 귀신님’에서 보인 것처럼 실제 레스토랑 주방에서 요리사들이 셰프의 지시에 “예 솁!(Yes, Chef)”이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는지 등의 질문도 ‘스타 셰프’를 넘어서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셰프’의 세계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수요미식회’ 방송에서는 ‘수요미식회’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이 실종된 느낌이었다. 최현석, 오세득, 진경수 등 세 명의 스타 셰프가 물러난 후 시작된 이들의 레스토랑에 대한 검증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분석’이나 ‘비판’보다는 일방적인 ‘칭찬’으로만 점철된 자리였다.

▲ 2일 '수요미식회'가 검증에 나선 스타 셰프 레스토랑의 요리들. 요리에 젤리를 사용해 식감을 강화하는 것이 특징인 최현석 셰프의 '엘본 더 테이블', 신선한 제철재료를 이용한 프렌치 요리가 장점인 오세득 셰프의 '줄리아;', 정통 프렌치 스타일의 요리가 장점인 진경수 셰프의 '라 싸브어'[사진 = tvN '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캡처]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이규한과 올리브(O’live)TV의 미식기행 프로그램 ‘테이스티 로드’로 잘 알려진 배우 김성은은 “양이 적은 게 아쉽다”나 혹은 “양이 너무 많다” 정도 외에는 세 명의 스타 셰프 레스토랑에 대해 칭찬만을 늘어놓아 도대체 어떤 전문성을 기준으로 게스트를 초청한 것인지 의문을 품게 했다. 여기에 전현무, 이현우, 신동엽, 요리연구가 홍신애, 음식평론가 황교익 등 고정 패널들도 분석보다는 칭찬을 늘어놓기에 열중했다.

‘수요미식회’는 과거 황교익 평론가가 했던 ‘미각 스캔들’처럼 엄중하게 식당의 문제점을 찾아내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만큼, 비판보다 칭찬이 더 많은 부분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근 화제인 ‘스타 셰프’ 레스토랑의 검증에 들어가겠다는 거창한 선언과는 달리 “맛이 뛰어나다”는 칭찬으로만 점철된 ‘수요미식회’의 모습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물론 이들 레스토랑의 음식들은 실제로도 맛과 스타일이 뛰어난 음식들인 것은 사실이고, 그렇기에 패널들의 칭찬이 이어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수요미식회'라면 그렇게 칭찬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본질적인 부분에서 '스타 셰프'의 대세화가 가지는 문제점을 분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스타 셰프들이 점차 셰프테이너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스타 셰프들에 대한 문제점도 점차 대두되는 상황이다. 최현석 셰프와 함께 ‘냉장고를 부탁해’를 첫 시작부터 이끌던 정창욱 셰프가 ‘냉장고를 부탁해’와 ‘인간의 조건’ 등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며 “본업인 요리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말을 남긴 것이 화제가 된 것처럼, 셰프들이 지나치게 엔터테이너화 되면서 정작 본업인 요리에는 열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일명 ‘맹모닝’ 사건을 만들어낸 맹기용 셰프의 예처럼 셰프라고 불릴 충분한 경력이 되지 않음에도 방송을 통해 스타 셰프로 과대포장되는 경우도 간간히 눈에 띄고 있다.

이왕 스타 셰프 레스토랑의 검증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면 ‘수요미식회’의 능력으로는 ‘스타 셰프’들의 장점만이 아닌 단점이나 부작용도 충분히 검증해낼 능력이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요미식회’에는 ‘미각 스캔들’을 통해 뛰어난 비판능력을 선보인 황교익 평론가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수요미식회’는 그런 검증 대신 칭찬만으로 스타 셰프에 대한 분석을 마치며 스스로 프로그램의 수준을 이날만큼은 평범한, 아니 비싼 음식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맛집 기행 프로그램’ 수준으로 추락시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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