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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천국' 골프장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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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천국' 골프장이 달라진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5.16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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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은 지금 아이디어 전쟁 중...골퍼의 눈길 끄는 이벤트 잇따라

[스포츠Q 신석주 기자] ‘골프장 벙커에서 씨름하고 페어웨이에서 캠핑을 즐기며 클럽하우스에서 전시회가 열린다,’

이제 골프장에서 골프만 즐기는 시대는 끝났다. 골프장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로 골퍼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2009년 골프장의 급증으로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이후 골프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골퍼들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한 시기다. 이 때문에 골프장은 골퍼들을 유치할 만한 ‘아이디어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독특하고 획기적인 이벤트로 골퍼에게 주목받고 있는 골프장들을 알아봤다.

◆ 골프장, 한류 콘서트장으로 변하다

매년 5월 가정의 달이면 지역 주민들을 위한 특별한 콘서트를 열고 있는 골프장이 있다. 올해로 15년째 콘서트를 열고 있는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이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지역 주민들을 위해 골프장을 개방한다. 이날 하루 동안 골프장은 거대한 놀이터이자 휴식처가 된다.

▲ 서원밸리는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대형 콘서트장으로 변화한다. 이 행사는 지역주민들의 자랑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지난해 서원밸리 그린 콘서트 장면. [사진=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제공]

올해 콘서트는 오는 31일 열린다. 지난해 이 행사에는 3만8000여명의 사람들이 골프장을 가득 채웠다. 1번 홀 전체를 개방해 벙커에서는 씨름대회를 열어 ‘어린이 씨름왕’을 뽑았고 골프장 풍경을 그리는 사생대회를 통해 그림 실력을 뽐냈다. 장타대회와 쇼트게임 왕 등 골프와 관련된 이벤트도 열었다. 올해도 어린이를 위한 다채로운 이벤트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골프장에 어둠이 내리면 이날 행사의 핵심인 ‘그린 콘서트’가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틴탑, 걸스데이, 에이핑크, 빅스 등 아이돌 스타는 물론 구창모, 박학기 등 중견 가수까지 총출동해 인기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이 콘서트는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 관람객까지 찾아올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만큼은 조용한 파주가 행사 열기로 들썩거린다.

골프장 측에서 토요일은 황금 시간이나 다름없다. 토요일 하루 영업을 쉬면 5억원 가까운 영업 손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손실을 감수함으로 인해 골프장 문턱을 낮추고 골프에 대한 인식을 바꾸며 골프문화 발전에 일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 골프장 속 캠핑은 어때?

최근 젊은 층에 아웃도어 레저 인구가 증가하면서 등산과 캠핑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골퍼라면 누구나 라운드를 마치고 푸른 잔디 위에서 캠핑하는 꿈을 한 번쯤 상상해 볼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장점만 섞어 하나의 흥미로운 마케팅 전략이 탄생했다.

그것이 바로 ‘글램핑’이다.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로 특별한 준비 없이 방문해 최고급 캠핑 시설과 호텔 수준의 바비큐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클럽이나 경기도 가평의 아난티클럽 서울 등이 대표적이다.

스카이72의 ‘글램핑 온 더 그린’은 도심에서 가족끼리 편안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이 글램핑은 골프장의 잔디 위에서 온 가족이 어린이골프, 배드민턴 등을 즐기며 소고기 스테이크, 훈제오리가슴살 등 다양한 바비큐 메뉴를 즐긴다는 점에서 골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 아난티클럽서울은 골프장 내 잣나무 숲을 활용한 글램핑 프로그램으로 골퍼들에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아난티클럽서울 제공]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난티클럽 서울은 올해도 글램핑을 더욱 특성화했다. 특히 글램핑 존에는 ‘키즈랜드’를 테마로 한 자연 친화적인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체험들로 구성됐다.

이 프로그램에는 숲 속 미니 음악회를 비롯해 키즈 요가 클래스, 사생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1km 코스의 ‘숲 속 트레킹’도 큰 인기다.

이처럼 자연친화적인 골프장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골프를 모르더라도 골프장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했다.

◆ '럭셔리 골퍼의 취향' 미술관 옆 골프장

골프장에서 골프도 즐기고 다양한 문화 예술 작품도 즐긴다. 럭셔리 스포츠를 표방했던 골프와 예술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이 때문에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해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

‘갤러리 골프장’으로 불리는 남촌 컨트리클럽은 각종 미술품을 비롯해 조각품 등을 전시하며 골프들에게 고상한 취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골프장 속 전시관을 열고 있다. 5월에는 ‘명장의 두근거림’을 주제로 강형구, 이혜순 등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 남촌 컨트리클럽은 골프장 내 미술관을 항상 열어 라운드 후 골퍼들이 고상한 취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남촌 컨트리클럽 제공]

레이크사이드CC 클럽하우스에서는 1년 내내 갤러리가 마련되고 있다. 유명 작가들의 사진이나 그림을 전시해 골퍼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하고 있다.

이외에도 충남 당진에 위치한 파인스톤 골프장은 파인스톤갤러리를 운영하고 있고, 곤지암골프장은 골프장 옆 리조트단지 내에 갤러리를 열어 골프와 예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 골프장 진입장벽 낮춰 골프인구 늘려야

골프장의 이러한 변화는 골프장의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9년까지만 하더라고 골프장은 문만 열면 골퍼들이 차고 넘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금은 600여개에 달하는 골프장들로 인해 골퍼들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하는 약자로 변한 것이다.

▲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골프장들은 다양하고 획기적인 이벤트로 골퍼들을 직접 찾아나서고 있다. [사진=에덴블루 컨트리클럽 제공]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지금의 이러한 현상은 건강한 골프장으로 가는 바람직한 상황이다”고 골프장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 소장은 “그동안 골프장은 산 속에 고립된 성과 같았지만 이제는 을의 입장으로 바뀌면서 골퍼를 유치하는데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하며 “골프 인구를 늘리기 위한 이용료 할인은 단기적인 계획밖에 될 수 없다. 골프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골프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골프장들은 골프인구를 확대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 다양한 골프장에서 전시회도 열고 콘서트도 개최하면서 골프장의 턱을 낮추는 일에 앞장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이러한 현상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내외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다양한 계층의 팬들을 골프장으로 이끌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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