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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점령한 시대정신...연극 '뼈의 노래' '녹차정원' '상어' '만리향' '안전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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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점령한 시대정신...연극 '뼈의 노래' '녹차정원' '상어' '만리향' '안전한家'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0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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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서울 혜화동 연극무대의 트렌드인 로맨스와 코미디 장르가 아니다. 영화, 드라마를 동시에 뛰는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는다. 연극의 가치이기도 한 시대정신을 작품 속에 아로새긴 작은 작품들이 9월을 맞아 대학로에 쏟아지고 있다.

연극 '뼈의 노래'는 일본 작가 하기시 겐지의 원작을 토대로 한 번역극이다. 2007년 아시아연극연출가워크숍을 통해 국내에 선보인 후 2011년 극단 낭만유랑단의 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져 호평 받았다.

일본 바닷가 마을 센보라에서 옛 풍습을 고집하며 사는 뼈 세공사 겐고는 아내를 잃고, 딸들과 떨어져 혼자 지낸다. 18년 뒤, 장녀 카오루는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에 풍습을 거부하는 카오루, 18년 전 사고로 불치병에 걸린 시오리 등 재회한 세 가족의 만남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병세가 나빠지는 시오리를 위해 카오루와 아버지는 처음으로 합심해 고통과 슬픔을 사라지게 해준다는 바다 신기루를 보여주기 위해 바람개비 천 개를 만들기 시작한다.

▲ '뼈의 노래' '상어' '녹차정원'(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뼈의 노래'는 일본 작품이지만 지난해와 올해 우리 사회가 겪었던 슬픔과 고통을 어루만지는 의미를 담아 제작됐다. 윤혜진 연출, 김병철 김민정 송경화 출연. 9월30일까지 여우별씨어터.

돌아온 연극 '녹차정원'은 코미디와 로맨스가 점령한 대학로에 시원한 산바람 같은 작품이다. 첫사랑에 눈뜬 재수생 동생 다롱이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인 형 영재의 따뜻한 이야기를 다뤘다.

한 장애인 가족을 통해 풋풋한 감동과 연극적인 위트를 맛볼 수 있는 '녹차정원'에는 장애인 형 역에 김용민, 동생 다롱이 역에 김현식이 출연해 사실적인 형제 연기를 보여준다. 이시원 작가의 옥랑 희곡상 수상작으로 가족애, 장애인, 성과 같은 묵직한 주제를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대학로 원로 연출가 강영걸이 3차례의 암 투병을 이기고 복귀한 작품이기도 하다.

'녹차정원'은 문화체육관광부 1+1 지원작으로 인터파크 예매를 통해 티켓 1매(1만5000원)를 구입하면 1장의 티켓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문영수. 오선숙. 김용민. 사녹. 강윤경 출연. 9월1~20일까지 아름다운 극장.

연극 '만리향'은 제34회 서울연극제에서 4개 부문(대상, 연출상, 신인연기상, 희곡상)을 수상하고, 지난해 ‘서울 우수공연작품 지역문화공간 순회사업’과 ‘한문연 세월호 사고관련 공연예술계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한 소시민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만리향'은  때론 삶의 이유가 되고,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하지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아버지의 부재, 동생의 실종. 배 다른 형제. 나약한 가족이 어떻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탱해왔는 지가 펼쳐진다. 절정에 이르러 이뤄지는 가짜 무당의 굿판을 통해 가족 개개인의 속마음이 드러나며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다. 김원 극작, 정범철 연출. 김효숙 김지은 성노진 김현정 이성순 출연. 9월2~20일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최근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의 역사가 아프게 새겨진 일본 군함도(하시마섬)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이슈가 됐다. 이후 영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차기작으로 군함도 배경 영화를 연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연극 '상어'는 군함도를 배경으로 그 곳이 천국 같은 섬이라 기억하는 일본인 소녀 하루코와 지옥으로 기억하는 조선인 소년 경덕이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군함도는 일본 최초의 콘크리트 아파트가 세워지고, 극장과 수영장 등이 있었던 최고의 섬이었던 반면 조선인에게는 콩겨 묻은 주먹밥으로 목숨을 연명하며 하루 12시간 이상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지옥과 같은 섬이었다.

'상어'는 이런 모습을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또한 2030세대 제작진과 배우들이 모여 열정적인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신지원 극작, 박근화 연출. 공하성, 박근화, 원진호, 임윤환, 이채승이 출연한다. 9월8~9일 성미산 마을극장.

▲ '안전한家'(사진 위)와 '만리향'

창작극 '안전한家'는 세월호와 메르스, DMZ 지뢰폭발 사고, 강남역 스크린 도어의 사고에 이르기까지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시골의 범죄 없는 마을 안전리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국민의 알 권리 침해, 국가 정보 은폐, 기득권층의 비리와 축재로 일어나는 현실의 대형 참사를 풍자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또한 국민 안전에 대한 현실적 키워드를 제시하고, 이를 희극 요소를 통해 풀어낸다.

강민호 연출은 "2015년 대한민국 국민의 목표는 '살아남기'라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나올 만큼 우리의 삶은 불안하다. 이런 상황을 잊혀지는 연극이 아닌 웃음과 소통을 통해 깨달음을 가져갈 수 있는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태용, 조형일, 이재익, 강총명, 전고은, 경지은이 출연하는 '안전한家'는 동숭동 열린극장에서 9월9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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