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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기에 웃고 사는 배우 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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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기에 웃고 사는 배우 조정석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5.17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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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으로 데뷔한 조정석(34)은 첫 영화 데뷔작 ‘건축학개론’(2012년)에서 납뜩이로 주연 배우들보다 더 강력한 존재감을 방출했다. 다음해 영화 ‘관상’에서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는 올해 ‘역린’에서도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선전했다. 현재 그는 다음달 초연되는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의 연습에 매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또 한 편의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교회에서 올리는 연극으로 연기를 처음 접해 연기 인생의 길로 접어든 그의 최종 목표는 ‘죽기 전까지 연기하는 것’이다.

[스포츠Q 이예림기자] 현빈을 비롯해 정재영, 조재현, 한지민, 김성령, 정은채, 박성웅 등 초호화 캐스팅 군단으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가 됐던 ‘역린’에서 정조(현빈)를 암살하려는 을수를 연기한 조정석을 16일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햇빛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피부의 을수가 아닌 흰 피부와 싱그러운 미소를 가진 조정석과 마주했다.

 

◆처음으로 남의 배역이 탐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했던 캐릭터, 을수

1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역린’은 348만368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역린’을 포함해 ‘건축학개론’ ‘관상’ 등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했고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도 어마어마하다. 이쯤 되면 그는 연기력뿐만 아니라 작품을 선택하는 눈까지 갖췄다. 그에게 작품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 물었다.

“시나리오가 재밌으면 선택해요. 캐스팅된 다른 배우들도 선택하는 이유 중에 하나죠. 이재규 감독님과 개인적인 친분도 있긴 하지만 이 감독님이 저희 회사로 시나리오를 보내줬어요. 시나리오가 재미없는데 드라마 ‘더 킹 투하츠’에서 같이 작업한 인연 때문에 작품을 선택한다면 감독님도 불편하실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도 회사를 통해 주셨겠죠.”

을수는 광백의 비밀 막사에서 살수로 길러졌다. 비밀 막사에서 의지가 됐던 갑수(정재영)는 내관이 돼 궁으로 들어갔다. 주막에서 눈 깜빡하지도 않고 사람의 목을 젓가락으로 눈 깜짝할 새에 찌르고 고기를 집어 먹는 을수는 살수로의 삶을 살고 싶지 않았으나 월혜를 위해 정조 암살에 가담하게 된다. 왕을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기에 정조를 향해 칼을 겨눴지만 칼을 대신 맞은 자가 갑수인 걸 알게 되는 비운의 인물이다. 극 중 대사도 거의 없고 표정과 제스처로만 스크린을 채워야 하는 을수를 연기하기란 프로 연기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일 터. 그가 을수를 연기하기 위해 따로 참고한 인물은 누구인지 궁금했다.

“을수를 연기하기 위해 참고한 인물은 없어요. 대본을 처음 리딩할 때 을수의 대사가 너무 없어서 다른 배우분들의 대사를 경청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을수라는 캐릭터 자체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텍스트 말고 서브 텍스트에 특히 신경을 썼죠. 을수가 어릴 때 광백의 밑에 들어가 어떻게 자랐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연기를 할 때마다 다른 배우의 배역들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은 없었어요.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요.”

영화 '역린'의 한 장면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에선 5대5 가르마를 하며 “납득이 안돼 납득이”라는 대사를 찰지게 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으며 ‘관상’에서도 코믹한 연기를 지나침도 부족함도 없이 잘 살렸다. 코믹 연기에 강점을 보이던 그가 웃음기 없고 애틋한 사랑을 가슴에 품은 살수 역은 다소 의외다.

“시나리오를 맨 처음에 받았을 때 의아했어요. 이 감독님이 저에게 소년 감성이 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소년 감성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리고 섬세하고 때로는 마음이 약해지고. 그런 것들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어릴 때보면 을수가 강한 아이는 아녔잖아요. 갑수가 강하면 강했지. 저와 매치시켜서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 "역린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취향 차이"

‘역린’에서 을수는 광백(조재현)이 월혜(정은채)를 거론하며 협박을 가하자 월혜를 보호하기 위해 정조의 암살을 결심한다. 그렇지만 을수와 월혜의 러브 라인이 짧다는 관객들의 지적이 많다.

“저는 적절하게 편집됐다고 생각해요. 정조와 갑수, 갑수와 을수의 관계가 영화에서 더 강조돼야할 포인트거든요. 거기에 다른 관계가 부각된다면 오히려 극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을수가 정조를 암살을 결심하기 위해선 강력한 동기가 필요한데 월혜가 동기가 됐으니 월혜와의 관계는 이 정도가 적당하죠.”

다모폐인을 만들어 낸 드라마 ‘다모’와 ‘더 킹 투하츠’의 이재규 감독과 주연급 스타 배우들의 출연으로 관객들의 기대가 컸던 탓일까. 자객들이 정조의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까지 침투한 정유역변(1777)이 일어나기까지 24시간을 다룬 ‘역린’은 2시간의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일과 관계들을 담으려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조정석은 ‘역린’을 어떻게 봤을까.

“저는 세 번을 봤는데 세 번째가 제일 재밌던데요? 하하. 어느 작품이든 호불호가 갈리지 않나요? ‘역린’이든 다른 작품이든 재밌게 보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재미없게 본 관객도 있는 거죠.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개인의 취향인 것 같아요. 그래도 ‘역린’을 많이 본다는 게 관심있게 봐주시는 증거가 아닐까요?”

▲ 정조 역의 현빈과 대결하는 장면

을수가 비를 맞으며 존현각을 침투해 정조와 겨루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조정석 또한 ‘역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꼽았다. 내내 촬영하면서 건강 상에 문제는 없었는지 결투 장면이 많은데 부상은 없었는지 물었다.

“존현각 결투장을 12월에 내내 비를 맞으며 촬영했어요. 어두운 밤에 촬영하다보니 해가 뜨면 촬영이 끝났어요.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면 오후 2시, 촬영장에 가면 4시, 분장하면 6시, 밥을 먹고 촬영하면 7시였죠. 밤을 새고 이런 식으로 계속 촬영했어요. 이런 사이클로 지내다보니 몸도 으스러지고 미치겠는 거에요. 눈을 뜨면 자연스럽게 보양식을 찾게 되더라고요. 숙소가 광주에 있었는데 광주에선 오리탕이 유명하니까 낮에 오리탕, 장어를 먹고 집에 있는 홍삼은 다 갖고 와서 챙겨먹었죠. 촬영할 때 큰 부상은 없었어요. 마당에서 달려가는 장면이 있어요. 지미집으로 제게 확 다가오는데 제 달리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지미집과 부딪혔어요. 이마에 큰 혹이 났지만 촬영은 계속 해야 하니까 다음날 병원에서 주사 맞은 적이 있죠.”

 

대선배 배우들과 함께 촬영했던 영화 ‘역린’. 배역이나 액션 연기에 있어서 그의 또 다른 도전이었던 ‘역린’을 촬영하고 나서 배우 조정석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역린’이 추가된 필모그래피요. ‘역린’은 타이틀 자체로도 정말 멋있는 거 아닐까요. ‘관상’도 그렇고요. 훗날 ‘역린’이란 영화에 내가 출연했다고 자부심 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같이 캐스팅된 배우들의 이름을 보면 내가 이런 배우들과 연기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놀랍기도 하고요.”

◆ "운동, 음악을 좋아하지만 연기만큼 오래 할 확신은 없어"

조정석은 연기를 교회에서 처음 접했다. 그가 연기 외에도 운동, 음악을 좋아하지만 연기 만큼 오랫동안 끌고 갈 자신은 없다고 한다. 오랜 시간 연기와 함께 살아온 조정석은 연기에 대한 싫증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한다.

“제가 연기를 처음 할 때 놀이처럼 배웠어요. 어린 아이들이 소꿉 장난하듯이요. 교회에서 연기를 처음 접했는데 ‘문학의 밤’ 이런 연극을 올렸어요.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죠. ‘난 잘해야 돼’라는 강박감 없이 친구들이랑 가볍게 역할 놀이를 하는 식으로 접했기 때문에 연기는 저에게 놀이 문화와 같은 느낌이 있어요. 운동, 음악, 기타 연주를 좋아하는데 연기만큼 오래 끌고 갈 거란 확신은 없어요. 공연, 작품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순간적으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연기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조정석은 연기하면서 지칠 때 명작을 본다고 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 ‘링컨’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철의 여인’의 메릴 스트립, ‘21그램’의 숀 펜, 송강호, 최민식, 정재영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 피가 끓어요. 연기자가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고 고심하는 표정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오히려 재반문하는 그다.

 

[취재후기] 조정석의 최종 목표를 물었더니 “늙어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힘주며 답했다. 죽기 이전에 단 한순간만이라도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는 순간을 느껴보고 싶다는 그의 얼굴을 보니 ‘영화계에 길이 남을 명배우’라는 어떤 거룩한(?) 암시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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