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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스크린은 벌써 '정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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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스크린은 벌써 '정치의 계절'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5.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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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언론' '정의' 말하는 영화들 속속 개봉

[스포츠Q 용원중기자] 6.4 지방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요즘 스크린은 이미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영화를 표방하지 않았음에도 정치의 핵심인 권력의 문제를 조명하는 작품부터 공권력, 언론권력,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두 축인 상식과 정의에 대해 말하는 영화들이 극장가를 가득 채우고 있다.

◆ '역린' 필두로 '일대일' '군도:민란의 시대' 권력의 문제 환기

관객 340만명을 모으며 흥행몰이 중인 ‘역린’은 정조 암살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극중 정조(현빈)와 상책(정재영)의 입을 빌어 두 차례에 걸쳐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용’ 23장의 이 문구는 ‘기본’에의 충실과 최고 권력자의 올바른 자세를 제시하며 객석에 깊은 울림을 던졌다. 새로운 메시지가 아님에도 초호화 캐스트와 현실 상황이 맞물리며 막강한 파급력을 발생했다는 게 영화계 안팎의 분석이다.

▲ '역린' '군도' '일대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여고생 오민주가 납치살해된 이후 살인용의자 7명과 이들을 납치해 고문하는 그림자 7인의 이야기를 다룬 김기덕 감독의 스무 번째 영화 ‘일대일’(22일 개봉)은 보다 직접적이다. 김 감독은 언론시사회 직후 “이 영화는 상식을 추구한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고백”이라고 공개 선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에 따르면 오민주의 살해는 권력층에 의해 가해진 상식의 훼손이자 실종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이를 방관하거나 외면했던 우리의 실상에 분노의 직격탄을 날린다.

비열한 권력구조에 파열음을 내는 영화의 방점은 오는 7월 23일 개봉될 ‘군도: 민란의 시대’가 찍는다. 이 영화는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을 배경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던 백성이 주인인 새 세상을 위해 나선 의적떼(군도) 수장 도치(하정우)와 탐관오리 조윤(강동원)의 대결구조를 취하며 혁명을 이야기한다. 최근 ‘망할 세상, 백성을 구하라’는 헤드카피가 담긴 포스터 및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와 트위터 타임라인이 들끓었을 정도로 관심이 솟구치고 있다.

◆ '표적' '끝까지 간다' '슬기로운 해법'...세월호와 맞물려 대중 공감대 형성 

범죄 액션물인 류승룡 주연의 ‘표적’은 지난달 30일 개봉돼 200만 관객을 모았다. 같은 장르인 이선균 주연의 ‘끝까지 간다’는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영화는 경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의 부정부패를 전면에 그려낸다. 1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슬기로운 해법’은 이른바 주류언론으로 불리는 ‘조중동’의 속내를 파헤치며 현재의 언론 생태계를 꼬집는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경찰과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세 영화는 관객의 공감대를 파고드는 중이다.

▲ '표적' '슬기로운 해법' '끝까지 간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직장인 박보영(28)씨는 “예전에는 사회문제를 담은 영화들의 시선이 단순하고, 자기주장에 갇힌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그 어느 보도 프로그램보다도 더 잘 다루는 것 같다”며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현실의 이야기라 깊이 공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거나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 조원희 영화평론가는 “세월호를 통해 정부와 공권력, 언론문제 등이 극명하게 노출됐고 대중의 각성과 공감이 동시에 이뤄진 결과”라고 짚었다.

◆ 사회의 거울인 영화... 관객에 성찰과 사유 자극

사회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증폭시킨 게 영화이므로, 영화는 현실의 반영일 수밖에 없다. 영화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의 욕구와 정확히 맞아 떨어질 때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 2000년 햇볕정책 시기에 등장했던 남북한 병사의 우정과 대립을 담은 ‘공동경비구역 JSA’나 2012년 대선 직후 개봉된 한 인권변호사의 초상을 그린 ‘변호인’이 대표적인 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두 작품은 특정 시기나 거대담론을 겨냥해 만들어진 ‘기획용’ 영화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한 콘텐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제작됐기에 빛날 수 있었다.

 

하혜령 영화프로듀서는 “대중이 좋아할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대중예술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벼랑 끝까지 몰린 사람들이 많으므로 사극을 통해서는 과거를 돌아보며 위안을 얻고, 현대물을 통해서는 현실을 직시하자고 말하는 거다. 이는 일종의 시대정신이다”라고 설명했다.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그동안 꾸준히 나왔지만 최근들어 그 제작편수가 월등히 많아졌다. '사회의 거울'로 기능해온 영화가 이야기하는 우리 현실의 문제점에 대해 같이 생각하는 관객이 늘어난 것 또한 사실이다. 정치색 짙어진 5월의 스크린, 관객은 가치에 대한 성찰과 사유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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