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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Q] TV조선 ‘간편밥상’으로 쿡방 대세 합류…쿡방, 전성기 넘어 과포화 조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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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Q] TV조선 ‘간편밥상’으로 쿡방 대세 합류…쿡방, 전성기 넘어 과포화 조짐 우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9.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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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안 그래도 방송가에 넘쳐나는 쿡방 시장에 TV조선까지 새로 출사표를 던졌다. 정말 이제는 어느 채널을 돌려도 쿡방이 넘쳐나는 ‘쿡방 전성시대’를 넘어 과포화의 조짐까지 엿보이고 있는 판국이다.

TV조선은 10일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인스턴트의 재발견! 간편밥상’(이하 간편밥상)의 제작발표회를 가지며 쿡방 시장 참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TV조선의 첫 쿡방이 될 ‘간편밥상’은 배우 김수로, 이재룡, 윤다훈 등 평소 요리와 담 쌓은 유부남 세 명이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들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10일 첫 방송된다.

편의상 ‘쿡방’이라는 말로 표현하지만, ‘쿡방’의 범주는 매우 넓다. 단어의 어원처럼 출연자나 셰프가 출연해 직접 요리를 하는(Cook) 방송은 물론, 맛집을 찾아 다니며 요리를 먹는 ‘먹방’ 프로그램이나 심지어 ‘VJ 특공대’와 같이 맛집이나 음식정보를 소개하는 정보·교양 프로그램도 넓은 의미에서는 ‘쿡방’의 개념에 포함된다.

▲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SBS '백종원의 3대천왕', O'live TV '비법', tvN '집밥 백선생' [사진 = 각 방송화면 캡처]

그리고 지금은 바야흐로 ‘쿡방’의 전성시대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방송에 쿡방이 넘쳐난다. 요리 전문채널인 올리브TV(O'live TV)의 경우에는 쿡방 자체가 방송국의 정체성 그 자체이므로 이해할 수 있지만, 공중파부터 종편, 케이블까지 온갖 채널에서 다양한 종류의 쿡방이 넘쳐나고 있다.

케이블 연예·엔터테인먼트 채널인 tvN은 아예 평일 오후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쿡방을 배치하고 있다.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 9시 40분에는 간단한 재료로 반찬 만드는 비법을 백종원이 직접 알려주는 ‘집밥 백선생’과 음식의 유래와 전국의 맛집을 살펴보는 ‘수요미식회’가 방송되고, 금요일 오후에는 직접 농사를 지어 재료를 구해 요리하는 유기농 라이프 쿡방 ‘삼시세끼’가 방송되고 있다. 

여기에 9일 막을 내린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나 시즌제로 방송 중인 ‘꽃보다 할배’와 같은 프로그램도 여행이 중심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의 화제성은 정작 여행지에서 출연진들이 먹는 음식에 몰리는 ‘쿡방’으로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공중파에서도 쿡방은 대유행 중이다. 인터넷 방송의 1인 방송 시스템을 도입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매주 다양한 주제의 방송을 선보이고 있지만, 지금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기를 만든 것도 그리고 쿡방의 유행을 불러온 것도 모두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보여진 백종원의 쿡방 ‘고급진 레시피’가 그 시작이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백종원 하차 이후에는 오세득 셰프를 선택해 새로운 쿡방을 선보이고 있다.

정글에서 직접 식재료를 구해 먹는 모습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쿡방이 없던 SBS도 금요일 심야시간대에 ‘백종원의 3대천왕’을 새롭게 런칭하며 쿡방 시장에 뛰어들었다. ‘백종원의 3대천왕’은 돼지불고기, 닭볶음탕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음식을 주제로 선정해 백종원이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엄선한 맛집의 주인들이 스튜디오에서 조리대결을 펼친다는, 지금까지 등장한 쿡방의 집대성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다.

▲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MBC '기분 좋은 날', tvN '수요미식회', O'live TV '비법' [사진 = 각 방송화면 캡처]

종편채널 중 예능적인 감각이 가장 앞서는 JTBC는 지난해부터 방송한 ‘냉장고를 부탁해’로 쿡방 열풍과 함께 ‘셰프테이너(Cheftainer, Chef + Entertainer)’ 열풍을 이끌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일류 셰프들이 출연자의 냉장고 속 재료들을 이용해 단 15분 만에 요리를 완성하는 대결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백종원과 함께 2015년 범람하고 있는 쿡방 열풍을 이끈 1등 공신이다.

쿡방의 명가인 올리브TV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박수진이 등장하는 전통의 먹방 ‘테이스티 로드’를 비롯해 신동엽과 성시경이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는 ‘오늘 뭐 먹지’, 한식 장인들의 대결을 그린 ‘한식대첩’, 요리 하수들의 대국민 레시피 프로그램 ‘비법’, 일류 셰프들의 대결이 펼쳐지는 ‘올리브쇼’ 등 올리브TV의 쿡방들은 이름과 기획 모두 뛰어나다.

여기에 최근 은근히 화제를 모으는 쿡방이 바로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이다. 정준하가 등장하는 케이블TV 전통의 먹방 ‘식신로드’의 업그레이드라 할 수 있는 ‘맛있는 녀석들’은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 등 방송계에서 소문난 대식가 코미디언 네 명이 전국의 맛집을 돌아다니며 일반인들은 엄두도 못 낼 엄청난 대식 먹방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유행했던 쿡방 열풍의 종착지가 바로 대식가 열풍이었음을 감안하면 ‘맛있는 녀석들’이야말로 쿡방, 먹방 열풍의 종착지와 가장 근접한 프로그램이기도 한 셈이다.

이외에도 정통 쿡방이나 먹방은 아니지만 쿡방이나 먹방을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도 많다. 매주 한 가지씩 제철음식이나 화제의 음식들을 찾아다니는 꼭지를 방송하는 KBS ‘VJ 특공대’는 쿡방의 암흑기를 지켜낸 프로그램으로 불리며,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에서도 ‘야간매점’이라는 이름으로 스타들의 야식 쿡방을 선보인다. SBS에서 일요일 오전에 방송되는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나 MBC의 평일 오전 교양 프로그램인 ‘기분 좋은 날’과 같은 교양·정보 프로그램에서도 쿡방이 수시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제는 먹방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tvN은 본격 먹방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가 좋은 반응을 얻자 ‘식샤를 합시다2’로 전편의 열기를 이어갔다. 여기에 SBS도 동명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 ‘심야식당’으로 토요일 밤 잔잔한 쿡방을 선보였다. 

▲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tvN '식샤를 합시다', SBS '심야식당', KBS '해피투게더3-야간매점', tvN '삼시세끼' [사진 = 각 방송화면 캡처]

방송사들이 이처럼 쿡방을 선호하는 이유는 당연히 쿡방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쿡방은 방송 그 자체로도 화제지만, 방송 다음날까지도 맛집 정보와 레시피들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며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높이는데 단단히 한 몫을 거든다. 여기에 쿡방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도 적게 들어 가성비도 좋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처럼 우후죽순 쏟아지며 채널을 점령하고 있는 쿡방 열풍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쿡방이나 먹방이 지나치게 많이 쏟아지다보니 콘텐츠의 과포화에 대한 우려가 등장하고 있는 것. 이미 백종원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이어 성격은 다르지만 쿡방의 일종인 ‘집밥 백선생’과 ‘백종원의 3대천왕’ 등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두 개나 진행하고 있으며,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등장한 레시피가 ‘집밥 백선생’에서 다시 등장하는 등 자기복제도 종종 눈에 띄고 있다.

백종원이나 일류 셰프들의 자기복제도 문제지만, 앞으로는 방송 소재의 중복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미 쿡방계는 일류 셰프나 요리 고수들의 대결부터 요리 하수들의 요리 걸음마까지 온갖 종류의 쿡방이 난립해있다. 아직은 쿡방 유행 열풍이 점화된 지 채 1년 정도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제법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쿡방들은 방송의 포맷만 조금씩 다를 뿐 만드는 요리는 과거 소개된 다른 쿡방의 요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중복된 요리들이 계속 등장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먹방도 마찬가지다. ‘수요미식회’와 ‘VJ 특공대’,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등 맛집을 찾아다니는 먹방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오늘 이 방송에 나온 맛집이 얼마 후에는 다른 먹방 프로그램에서 방송될 정도로 소재의 겹침이 흔히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백종원의 3대천왕’까지 가세하다보니 전국에 더 이상 새롭게 소개할 맛집이 있기는 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 

이처럼 쿡방이나 먹방이 난립으로 생겨나는 검은 부작용도 있다. 김재환 감독이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를 통해 보여준 맛집 전문 브로커와 같은 것이 쿡방, 먹방의 난립으로 생겨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돈만 주면 먹방에 맛집이 등장할 수 있고, 쿡방 역시 직접적으로 맛집을 소개하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맛집 홍보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KBS, MBC, SBS에 등장한 맛집’이라는 광고보다 ‘방송에 등장하지 않은 맛집’이라는 광고가 더 신뢰가 간다는 말도 있는 것이다.

쿡방의 대유행은 씁쓸하고 암울한 현 시대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쉽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과 더욱 힘들어져가는 서민의 삶 속에서 시청자들은 삶의 가장 근본인 의식주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식(食)에 더욱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지금의 쿡방 열풍이기도 하다. 그래서 쿡방이 이런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친절하게 맞춰 점점 저렴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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