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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태극전사 배번 확정, 번호에 담긴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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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태극전사 배번 확정, 번호에 담긴 의미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5.1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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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10번' 강한 신뢰 재확인…김보경, 박지성의 7번 승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박주영(29·왓포드)에 대한 홍명보 감독의 신뢰는 역시 강력했다.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긴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에게 에이스 공격수의 상징과 같은 10번으로 신뢰를 표시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은 다음달 브라질에서 열리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선수 23명의 등번호를 19일 확정,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이 원하는 번호를 기준으로 등번호를 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등번호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면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다. 이른바 '홍심'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팀에서 주전 공격수들에게 주어지는 등번호는 9번부터 11번까지다. 물론 현역 시절 주로 18번을 달았던 황선홍 포항 감독이나 20번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이동국(35·전북 현대) 같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9, 10, 11번은 그야말로 공격수들의 자존심이다.

▲ 박주영(왼쪽)은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3개 대회 연속 월드컵대표팀에서 10번을 달고 뛰게 됐다. 기성용은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16번을 부여받았다. [사진=스포츠Q DB]

◆ '영건' 손흥민도 9번, 골을 책임져줘

스트라이커의 상징과 같은 등번호는 단연 10번이다. 역대 우리나라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역사를 봤을 때 10번을 단 선수는 스트라이커나 에이스였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10번은 박창선이었다. 미드필더인 박창선은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첫 골을 넣은 주인공이다.

대표팀에서 스트라이커의 상징으로 본격적으로 자리를 굳힌 것은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다. 당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만 21세에 불과했던 박주영에게 10번을 달아줬고 이후 3개 대회 연속 10번은 박주영의 차지가 됐다.

10번과 함께 주득점원의 상징은 9번이다. 오히려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에서 9번이 공격수인 적이 많았다. 최순호(1986년), 황보관(1990년), 김주성(1994년), 김도훈(1998년), 설기현(2002년), 안정환(2006, 2010년) 등 역대 9번 선수만 보더라도 그렇다.

바로 이를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이 물려받았다. 팀내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름값만 보더라도 손흥민에게 9번은 매우 잘 어울리는 번호다. 물론 손흥민이 소속팀에서 달고 있는 7번이 어울릴 수도 있지만 9번 등번호를 부여한 것은 역시 득점을 책임져달라는 무언의 표시로 풀이된다.

11번은 이근호(29·상주 상무)에게 돌아갔다. 통상적으로 11번은 드리블 돌파가 빠른 선수가 받는 경우가 많다. 차범근(1986년), 변병주(1990년), 서정원(1994, 1998년), 설기현(2006년) 등이 그러했다. 이근호 역시 빠른 돌파가 돋보이며 더구나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등번호이기도 하다.

▲ 함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구자철(왼쪽)과 손흥민은 각각 13번과 9번의 등번호를 부여받았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함께 몸을 풀고 있는 구자철과 손흥민. [사진=스포츠Q DB]

◆ 김보경 '포스트 박지성'?…기성용·이청용은 그대로 16·17번 사용

박지성의 은퇴로 7번 주인공에 대한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다. 그 주인공은 박지성이 후계자로 조심스럽게 점찍었던 김보경(25·카디프 시티)이 달았다.

김보경은 여러모로 박지성과 많이 닮았다. 포지션도 박지성과 같은 중앙 미드필더 또는 왼쪽 측면이다. 소속팀에서 박지성이 13번을 달았듯이 김보경 역시 카디프 시티에서는 13번이다.

남아공월드컵 당시 6번이었던 김보경은 박지성이 떠나 주인이 없게 된 7번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행보를 봤을 때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팀내 또 다른 에이스를 뜻하는 7번에 걸맞는 활약을 김보경이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로 같은 포지션에 손흥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기자니 구자철(25·마인츠)이 버티고 있다. 구자철은 이번에 13번을 달았다.

기성용(25·선덜랜드)과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은 남아공월드컵 당시 달았던 16번과 17번을 그대로 사용한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대표팀에서 뛰면서 꾸준히 달았던 번호다. 이청용은 소속팀에서도 이 번호를 단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대표팀에서 달고 있는 번호를 선호하고 팀내 중고참이 된 이들에게 홍명보 감독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 박주영(왼쪽부터), 이청용, 이근호가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 도중 딱밤을 때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청용은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17번을 달게 됐고 이근호는 11번을 부여받았다. [사진=스포츠Q DB]

◆ 이영표의 12번 받은 이용, 지동원은 19번

대표팀 내에서 12번은 한동안 이영표가 달았던 번호였다.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10번을 달았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12번을 달았다.

역대 12번의 주인공은 다양한 포지션이 달았다. 한일월드컵 당시에는 골키퍼 김병지가 달기도 했다. 최영일(1994년)과 이상헌(1998년) 등 중앙 수비수가 달았던 적도 있다. 그러나 이영표 이후 측면 수비수의 대표 번호가 됐고 이용이 이 번호를 승계했다.

또 다른 공격 자원에게 주어지는 19번은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에게 돌아갔다. 역대 월드컵을 봤을 때 19번의 주인공은 주전 공격수까지는 아니지만 기대를 모으는 득점 자원에게 주어졌다. 멕시코월드컵에서는 변병주가 달았고 안정환(2002년), 조재진(2006년), 염기훈(2010년)에게 차례로 돌아갔다. 홍 감독이 지동원의 득점도 은근히 바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등번호

▲ GK = 1-정성룡, 21-김승규, 23-이범영
▲ DF = 2-김창수, 3-윤석영, 4-곽태휘, 5-김영권, 6-황석호, 12-이용, 20-홍정호, 22-김진수
▲ MF = 7-김보경, 8-하대성, 9-손흥민, 14-한국영, 15-박종우, 16-기성용, 17-이청용, 19-지동원
▲ FW = 10-박주영, 11-이근호, 13-구자철, 18-김신욱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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