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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에서 한류열풍이 잦아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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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에서 한류열풍이 잦아든 이유는?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5.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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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의 뒤를 이을 기대주 발굴 실패, 길어진 코스도 악재

[스포츠Q 신석주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불던 한류열풍이 올 시즌에는 주춤하다. 올시즌에 11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아직 단 한 명의 우승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박희영(27·하나금융그룹)이 3라운드까지 단독 2위에 오르며 시즌 첫 승에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끝내 그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매 시즌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하던 태극낭자들의 모습도 올 시즌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매 대회에서 20여명이 넘는 선수들이 참가해 우승 경쟁을 펼치지만 준우승 3회, 3위 2회, 4위 3회가 전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한국 선수들은 3승을 기록하며 미국 무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올 시즌 초반 태극낭자들이 부진에 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 ‘넥스트 박인비’는 누구?

올 시즌 LPGA투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는 위기를 타파할 뚜렷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LPGA투어는 1990년대 박세리(37·KDB산은금융그룹)를 중심으로 세계무대에서 골프 강국의 이미지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신지애(26)가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한국 선수들을 이끌어 갔다. 그리고 지난해는 메이저대회 3승을 포함해 시즌 최다 6승을 쌓아올린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올해의 선수’까지 차지하며 골프한류의 핵심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특별한 선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계 선수인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17·고보경)와 재미교포 미셀 위(25·위성미)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세계 랭킹 1위 박인비가 부진에 빠졌고 시즌 초반 준우승을 차지한 최운정(23·볼빅)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활약이 없다.

▲ 올시즌 LPGA투어 첫 승을 위해서는 박인비의 부활이 절실하다. 박인비는 지난해 6승을 거두며 태극낭자들을 홀로 이끌었다. 사진은 지난해 스윙잉스커츠 2013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 1라운드 2번 홀에서 티샷하는 박인비. [사진=KLPGA 제공]

LPGA투어를 중계하고 있는 임경빈 J골프 해설위원은 “뚜렷한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위기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은 “지난해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11승을 차지하며 잘한 것처럼 보이지만 박인비가 거둬들인 6승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며 “올 시즌 박인비가 부진하자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동안 LPGA무대를 평정해오던 박인비, 최나연(26·SK텔레콤), 신지애 등 이른바 ‘세리키즈’들도 올 시즌은 한 번쯤 쉬어가며 재충전을 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이제는 그 뒤를 받칠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신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목표의식도 약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리키즈들은 미국 무대에서 오랜 시간 정상권을 유지하던 선수들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많은 우승을 차지하며 이미 세계 정상에 서봤기 때문에 웬만한 목표를 다 이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플레이의 적극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 시즌 LPGA투어에 진출한 신인 선수는 이미림(24·우리투자) 혼자다. 지난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세리키즈’들의 등장으로 한때 붐이 일었던 미국 진출의 명맥이 끊긴 것이다. 새로운 얼굴 찾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미국의 제시카 코다, 렉시 톰슨 등 신인들이 올 시즌 초반 LPGA무대에서 맹활약하며 승승장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국내 선수들의 미국 진출이 줄어든 데는 미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내 무대에서 우승하면 무조건 미국 무대에 진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더 큰 무대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투어의 환경과 대우가 좋아지면서 미국에 진출하기보다는 국내에서 인정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고 해외 진출을 하더라도 가까운 일본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 길어진 코스,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

한국 선수들의 짧은 비거리 걱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모두 비거리의 불리함을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극복해온 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스가 더욱 길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티샷 이후 남은 거리가 더 멀어져 세컨드샷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정확성이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국내 선수들이 두 자릿수를 챙긴 2009년(12승)과 드라이버 비거리 부분을 비교하면 265야드로 8위를 기록한 이지영(29)을 제외하고 대부분 250야드대의 기록으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선두인 비키 허스트(미국)의 272야드와는 20야드 이상 차가 나는 수치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LPGA투어에 처음 입성한 이미림이 262.5야드로 19위를 차지한 것이 가장 높은 수치로 선두 조안나 클라턴(미국) 278야드를 포함해 톱10의 선수들이 270~260야드대 기록을 보유한 것과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

외국 선수들의 쇼트게임 능력이 좋아져 변별력이 낮아진 것도 태극낭자들의 부진을 부르는 한 요인이다.

그린 적중률의 경우 2009년에는 유선영(28·JDX)이 72.4%를 유지하며 6위를 차지하는 등 대부분의 선수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하지만 올해는 최운정과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이 73.8%, 73.4%를 기록하고도 각각 9위와 11위에 올라 있을뿐 대부분 중위권에 머물고 있어 외국 선수들과의 격차가 별로 두드러지지 못하다.

▲ 이미림은 올시즌 LPGA투어에 홀로 입성해 시즌 초반 JTBC 파운더스컵 준우승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2라운드 1번 홀에서 아이언샷을 하는 이미림. [사진=KLPGA 제공]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팅수(Putts per GiR)도 2009년에는 박인비를 비롯해 김송희(26), 신지애가 1.750개로 1위를 차지하는 등 톱10 그룹에 5명 이상이 포함됐지만 올 시즌에는 1.757개로 3위 박인비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선수들을 15위권 밑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국내선수들이 쇼트게임과 퍼팅의 강점이 사라지자 성적을 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비거리에 대한 어려움을 겪었던 신지애가 올 시즌 LPGA투어를 포기하고 일본투어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임 위원은 이번 시즌에 대해 “이들을 이끌어갈 박인비는 결혼 등의 외부 요인으로 골프에만 전념하기 힘든 시즌이 될 것이고 다른 선수들의 활약도 약해진 상태다. 거기다 좋은 실력을 갖춘 외국 신인 선수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당분간 한국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 빠른 첫 승만이 살길.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새로운 과도기를 맞은 태극낭자들이 부진 탈출을 위해서는 첫 승이 빨리 나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올 시즌 비록 우승은 없지만 3차례나 준우승을 할 정도로 우승권에 근접한 성적을 내고 있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최운정이 1타차로 우승컵을 놓친 것을 비롯해 JTBC 파운더스컵에서는 신인 이미림이 양희영(24·KB금융그룹)과 함께 준우승하며 LPGA투어에 적응했다.

최근에는 LPGA투어무대를 오랫동안 밟았던 이미나(30·볼빅)가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준우승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여기에 그동안 부진했던 최나연도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톱10에 들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고 박인비도 재충전하며 다시 필드로 복귀했다.

태극낭자들은 오는 23일 에어버스 LPGA 클래식에 모두 출전해 다시 한 번 1승 사냥에 나선다. 11전 12기 만에 한국선수들이 첫 승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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