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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 설 때 가장 행복한 긴 머리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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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 설 때 가장 행복한 긴 머리 소녀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5.21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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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유망주] 국내 1호 여자 리틀야구 선수 이지혜 양 “선발투수로 꼭 출전하고 싶다”

[스포츠Q 글 신석주·사진 최대성 기자] ‘리틀야구장에 긴 머리를 휘날리는 소녀가 떴다’

지난 13일 끝난 제10회 도미노피자기 전국리틀야구대회에는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여자선수가 관중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주인공은 바로 전북 익산시 리틀야구단의 이지혜 양(이리동초 6)이었다.

이지혜 양은 지난 5일 구리시 주니어 야구장에서 열린 경기 파주시 리틀야구단과의 경기에서 중간계투로 나와 세 타자를 상대했다.

볼을 던질 때마다 관중들의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 양은 투구 하나하나에 정신을 집중했다. 이날 경기에서 지혜는 그야말로 인기스타였다.

▲ 이지혜 양은 “마운드에 서서 볼을 던질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양은 익산시 리틀야구단에서 중간계투로 활약하며 간간이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운동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이지혜 양은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날에 아버지가 사준 야구용품으로 캐치볼을 시작하면서 처음 야구를 접했다. 그리고 어머니 남미향 씨(44)가 활약하는 익산시 어메이징 여자야구단과 함께 하면서 야구와 더욱 친숙해졌다.

주말이면 2시간 이상 캐치볼을 하면서 야구의 맛을 안 이 양은 진짜 야구를 하고 싶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고 아이의 고집을 꺾지 못한 아버지는 익산시에 리틀야구단이 창단된다는 소식을 듣고 입단시켰다. 지혜의 본격적인 야구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지혜 양은 “처음 팀에 들어갔을 때 남자아이들이 여자가 야구를 한다고 놀렸고 캐치볼도 잘 안 해줬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들 잘해줘요. 야구하면서 같이 어울리는 게 제일 좋아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 이지혜 양은 지난 5일 제10회 도미노피자기 전국리틀야구대회 경기 파주시와의 경기에서 세 타자를 상대로 볼넷 1개, 안타 2개를 허용해 아쉬운 피칭을 했다.

아버지인 이문희 씨(54)는 “딸이 야구를 시작하긴 했지만 남자아이들 틈바구니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초등학교 때는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를 놀리고 싶은 심리가 있다. 또 팀에 여자아이가 한 명이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지혜가 씩씩하게 계속 연습에 나가니까 아이들의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고 지금은 허물없이 지내는 동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딸이 기술을 하나씩 배워가고 기량이 느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또 경기에 나가 플레이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지혜 양은 여러 포지션 중에서 투수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마운드에 서서 볼을 던질 때 가장 행복해요. 기회가 된다면 꼭 선발투수로 나가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한 승부욕’이 지혜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 양을 지도해온 전북 익산시 리틀야구단 김수완 감독(45)은 “지혜는 모든 훈련을 남자 선수들과 똑같이 소화할 정도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승부욕이 강하다. 남자들도 어려워하는 훈련을 꼬박꼬박 다 받으면서도 즐거워한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다른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될 정도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현재 이 양의 야구 실력을 ‘중간’ 정도라고 평가했다. “수준급의 선수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경기에 투입해도 될 정도의 실력은 갖췄다. 초등학교 6학년이기 때문에 리틀야구에서 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정도 남아 있다. 하지만 리틀야구를 졸업하더라도 원한다면 계속 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 주말이면 이지혜 가족은 리틀야구장을 찾는다. 그들은 야구를 통해 알콩달콩 삶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인터뷰 후 기념촬영을 한 이지혜 가족.(왼쪽부터 어머니 남미향 씨. 이지혜 양, 아버지 이문희 씨)

이지혜 양은 "앞으로 야구선수로서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한 뒤 스포츠외교관이 돼서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다부진 꿈을 밝혔다.

‘리틀야구 1호 여자선수’로 마운드를 누비는 이지혜 양은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과 사랑을 받으며 마운드에 서서 남자선수에 맞서 당당히 공을 던지고 있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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