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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농구선수 출신 셰프 신제록이 전하는 은퇴선수 '미생' 탈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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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농구선수 출신 셰프 신제록이 전하는 은퇴선수 '미생' 탈출법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9.17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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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선수의 진로탐색과 취업전략' 강연…"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해"

[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지난해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은퇴선수 2942명을 대상으로 한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 48%에 해당하는 1272명이 무직이었다. 이 수치는 해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지만 법적,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 부상 등을 이유로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지만 프로 선수가 되고도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지금은 유명 셰프이자 배우 신성록의 동생으로 잘 알려져 있는 신제록(31) 뿅뿅샤제록 대표도 한때는 부지런히 코트를 누빈 농구스타였다. 고려대를 졸업한 뒤 2007년 안양 KT&G(현 안양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신제록은 상무에서 뛰던 중 허리를 다쳐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치료를 받은 뒤 코트에 복귀했지만 예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구단으로부터 방출 당했다.

▲ 신제록 셰프가 17일 서울 파트너스 타워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열린 '은퇴선수의 진로탐색과 취업전략' 진로특강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17일 대한체육회 은퇴선수취업지원센터 공식운영 기관인 ‘취업포털 커리어’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열린 ‘은퇴선수의 진로탐색과 취업전략’ 진로 특강에 나선 신제록 대표는 “10년 넘게 농구만 했는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했고 겁도 났다”며 “일본으로 건너가 프로리그에서 뛰었지만 신체적 한계를 느끼고 선수생활을 접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운동선수를 은퇴한 뒤 제2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

은퇴 후 신제록 대표는 판단력이 서지 않을 정도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신 대표와 같은 사례가 많기에 여기저기서 불법 스포츠도박 등 검은 손이 뻗쳐 들어왔다. 운동선수들과 연줄이 있는 신 대표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돈을 벌려는 브로커들의 유혹이 뻗친 것이다.

비교적 쉽게 돈을 만질 수 있다는 꼬임에 넘어갈 법도 했지만 신 대표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당시 나에게는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킬 것은 지켜야 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선택 단계에서 필요한 세 가지로 관련 분야의 시장조사와 적성, 판단력을 들었다.

창업을 한 신 대표의 경우, 시장조사 단계에서는 ‘얼마나 많은 손님이 찾을 것인가’, ‘어느 정도 매출을 낼 것인가’, ‘파급력은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했다. 또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을 즐기는 그의 성격과 요식업이 맞아떨어졌다.

아울러 신 대표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려내는 능력’과 ‘이 직업이 과연 나와 맞는지 냉정하게 돌아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식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신 대표는 구단에서 나오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셰프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떠날 수 있었다.

▲ 신제록 셰프가 17일 서울 구로구 파트너스 타워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열린 '은퇴선수의 진로탐색과 취업전략' 진로특강서 '요리사가 되기까지' 강의를 하는 가운데 많은 청강자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 "집중하는 것만큼 중요한건 결정력"

신제록 대표가 일본에서 일하기로 한 곳은 연매출 230억원에 달하는 모리오카 냉면이었다. 일본에 있는 냉면집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모두 직영이기 때문에 전통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여행 비자로 일본에서 체류한 그는 모리오카 냉면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돈 한 푼 받지 않고 굳은 일을 도맡아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설거지, 쓰레기 처리 등 밑바닥부터 일한 신 대표는 어릴 때부터 단체생활에 익숙한 이점을 살려 특유의 적응력을 발휘했다. 신 대표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불평할 수도 없었다. 대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도록 만들었다”고 웃어보였다.

요리 외에도 경영수업, 소 도축하는 법 등을 배우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간 신 대표는 일본으로 건너간 지 8개월 만에 냉면 육수를 끓이는 법을 전수받았다. 이때부터 다시 고생길이 열렸다. 새벽 3시부터 5시까지 육수를 끓이고 낮에 일한 뒤 잠깐 눈을 붙이고 육수를 끓이는 일상이 반복됐다. “하루에 20시간 동안 일했다”고 혀를 내두른 그다. 냉면에 대한 엄청난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셰프 신제록이 존재할 수 있었다.

신 대표는 ‘집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열정 외에도 관련 지식을 숙지하는 것, 기술을 연마하는 것, 끈기, 그리고 대처능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것이 갖춰진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라며 “여기까지는 성공을 위한 준비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건 ‘골 결정력’이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찬스가 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찬스를 구체화할 수 있는 추진력도 필요하다는 게 신 대표의 생각이다.

신제록 대표는 강연을 마치며 “나 또한 성공의 꿈을 꾸고 배수의 진을 친 이 시대의 미생이다. 모두가 완생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농구선수 출신 신제록 셰프(왼쪽)가 17일 서울 파트너스 타워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열린 '은퇴선수의 진로탐색과 취업전략' 진로특강을 마친 뒤 이환우 전 인천 전자랜드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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