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1:53 (목)
축구고향 수원서 '위숭빠레~' 박지성의 감동 작별 51분
상태바
축구고향 수원서 '위숭빠레~' 박지성의 감동 작별 51분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5.22 2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일 수원과 PSV 친선경기, 수많은 팬들 '레전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탄성 터뜨려

[수원=스포츠Q 강두원 기자] ‘한국 축구의 영웅’ 박지성이 고향 팬들에 거대한 감동을 안겨주며 아름다운 마무리의 발걸음을 뗐다.

그의 발걸음에 맞춰 팬을 비롯해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모인 모든 이들이 놀라움과 아쉬움의 탄성을 내지르며 함께 호흡했고 박지성 역시 최선을 다해 보답했다.

22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PSV 에인트호번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2014 PSV 에인트호번 코리아투어’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경기에서 후반 26분 김대경의 선제골로 수원이 1-0으로 승리했지만 그보다 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등번호 33번의 PSV 유니폼을 입고 선발 출장한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건 11년 만이다. 한일 월드컵을 앞둔 2002년 5월 26일 프랑스와의 친선경기(2-3 패)에서 ‘빅버드’의 잔디를 처음 밟은 박지성은 2003년 6월 20일 PSV 소속으로 피스컵에 참가해 LA 갤럭시전(4-1 승)에 출전한 이후 세 번째 방문이다.

이날 양 팀의 경기의 공식 명칭은 수원 삼성과 PSV의 친선경기였지만 사실상 박지성의 공식 은퇴 경기와 마찬가지였다.

지난 14일 현역 은퇴를 전격 선언한 박지성은 그동안 각종 행사 등으로 인해 경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음에도 자신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을 위해 전반부터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였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PSV 에인트호번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6분 박지성이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며 기립박수를 보내주는 팬들에 화답하고 있다.

◆ 박지성의 마지막 경기, 환호와 야유가 공존한 아름다운 영화 한 편

정대세와 서정진, 염기훈 등 베스트 멤버를 모두 내세운 수원에 비해 PSV는 네덜란드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멤피스 데파이, 조르지뇨 훼이날덤, 카림 레키크 등이 방한 명단에서 제외돼 최강 전력이라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전반 초반부터 양쪽 날개에 포진한 나르싱과 바카리가 현란한 드리블로 수원의 수비진을 흔들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수원 역시 PSV의 공을 끊어냄과 동시에 발 빠른 서정진과 산토스를 이용해 역습을 시도하며 PSV의 뒷공간을 노렸다.

양 팀 모두 친선경기답지 않은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맞대결을 보여주며 경기장을 관중들의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준 가운데 특이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역시 서포터즈석에 가득 메운 수원의 서포터 그랑블루는 상대팀 PSV가 공을 잡을 때마다 마치 K리그 경기처럼 야유를 보내며 PSV를 자극했지만 단 한명. 박지성이 공을 잡을 때만큼은 야유가 아닌 환호를 보내며 박지성에 힘을 불어넣어줬다.

관중들 역시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도중 박지성이 공을 잡으면 커다란 환호를 보내주며 그를 응원했다.

박지성은 자신에 대한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았음에도 특유의 활동량과 간결한 터치, 패스를 보여주며 PSV의 중원을 장악했다.

전반 19분 수원 페널티진영 정면에서 나르싱에 내준 패스를 시작으로 공격전인 움직임 펼치지 시작한 박지성은 전반 21분 바카리가 왼쪽 측면에서 화려한 개인기로 수비진 3명을 따돌린 후 내준 공을 잡아 각이 없는 상황에서 왼발슛을 시도하며 이날 경기 첫 슛을 기록했다.

전반 25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나르싱의 내준 절묘한 패스가 골키퍼의 손과 골대로 맞고 나온 장면과 이어진 공격에서 박지성의 강력한 중거리슛이 골키퍼에 막힌 장면은 관중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박지성이 힘을 내자 PSV의 선수들도 덩달아 기량을 맘껏 뽐내기 시작했다. 특히 18살의 신성 바카리는 왼쪽 측면에서 유연한 움직임과 재빠른 돌파로 수원의 수비진을 위협했다. 바카리가 공을 잡고 현란한 개인기에 이은 돌파를 보일 때마다 관중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젊은 선수의 플레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PSV 에인트호벤의 친선경기가 열린 가운데 선발 출장한 박지성이 전반 25분 중거리슛을 시도하고 있다.

◆ ‘그대가 떠나는 길, 부족함이 없게 하리’

수원과 PSV의 친선경기는 수원 구단이 아닌 매치전문 에이전시에서 주관했다. 하지만 수원을 찾아 마지막 공식 경기를 치른 박지성을 위해 수원 구단은 많은 공을 들였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박지성이 그동안 활약했던 경기들의 영상을 스크린에 띄우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전반전이 끝난 하프타임에는 박지성의 어린 시절부터 국가대표 시절 활약상이 담긴 영상과 함께 등번호 7번이 박힌 수원 유니폼을 전달하는 기념식을 가지며 박지성의 은퇴를 축하했다.

또한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평일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1만5000여명의 관중들이 입장하며 쉽게 볼 수 없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를 찾았다. 관중들은 양 팀의 플레이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후반 6분 박지성이 첫 번째 은퇴경기를 마무리했다. 박지성이 파샤드 누어와 교체를 위해 그라운드를 천천히 걸어나오자 관중들은 모두 기립해 큰 박수를 보내줬고 그랑블루는 박지성의 PSV 시절 응원가인 ‘위숭빠레’를 열창하며 박지성에 특별한 추억을 안겨줬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박지성이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 PSV 에인트호번 코리아투어 수원 삼성과 경기를 마친 뒤 동료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숱한 명장면과 맹활약을 보여준 박지성이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이제 곧 볼 수 없게 됨에 따라 언론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KBS 2TV로 생중계된 이날 경기에는 텔레비전 카메라만 20대 이상이 배치돼 박지성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고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들 역시 빼곡히 자리를 메우며 뜨거운 관심을 확인시켰다.

PSV 선수단은 0-1로 경기에 패했음에도 전혀 굳은 표정 없이 웃는 얼굴로 박지성을 둘러싸고 헹가레를 펼치며 그를 축하했다. 관중석에서는 또 한 번 '위숭빠레'가 울리는 장관을 연출했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네덜란드 명문팀을 상대로 승리해서 기쁘다. 우리 선수들도 좋은 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후 은퇴 경기를 치른 박지성에 대해 “나도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경기에서 만감이 교차했었다. 현역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굉장히 아쉬우면서도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박지성도 그런 면에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서 감독은 “아직까지 충분히 선수생활을 지속해도 될 것 같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제 은퇴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지만 축구하는 한국의 많은 후배들에 많은 자문도 해주고 한국축구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며 박지성의 앞날에 축복을 빌었다.

양 팀의 승부는 수원이 승리로 갈렸지만 승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고향 팬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축구화 끈을 동여매고 51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끝까지 구슬땀을 흘린 ‘대한민국의 축구 영웅’ 박지성을 위한 ‘경기 이상의 경기’였다.

kdw0926@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