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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에서 꼭 필요한 것, 수평적 리스펙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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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에서 꼭 필요한 것, 수평적 리스펙트 문화
  • 정인수
  • 승인 2015.09.21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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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10) 선수와 코치, 팀과 관중이 서로 존중해야... 풋볼팀은 대규모 조직

<편집자주> 미식축구에서는 '투미닛 드릴(2minute drill)'이라고 해서 2분 안에 터치다운을 할 수 있는 훈련을 혹독하게 거듭한다. 찰나의 순간 같지만 이 2분 안에 승패가 좌우된다. 이를 위해 트레이닝과 필드운동 세미나를 거친다. 상대를 약하게 보고 마지막 2분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2분 때문에 패배를 맛본다. 풋불에서처럼 하루 2분이면 자기 인생의 역전을 꿈꾸고 행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믿는 정인수의 미식축구 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부주장 정인수] 2015 미식축구세계선수권대회를 끝내고 나는 미국 국민들에게 미식축구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홀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을 글로 옮기려 한다.

그 경험의 첫 시간으로 미식축구의 리스펙트(Respect)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리스펙트를 '존경'이라 번역한다. 존경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하는 것이다.

▲ 오하이오 캔턴에 있는 자리한 미식축구 명예의 전당. NFL 슈퍼볼 우승컵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남’이라는 말에 주목해보자. 혼자가 아닌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 존경이다.

한국에서의 존경은 '선수가 코치를 존경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코치가 선수를 존경한다'고 하면 조금 어색하다. 즉 한국에서 존경이라는 말은 밑에서 위로의 의미로 여겨진다. 사회의 조직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상사를 존경하라는 말만 들었지 부하 직원을 존경하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미식축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스포츠 중 선수, 코치, 스태프, 관중이 가장 많이 참가하는 스포츠다. 조직으로 이야기 하면 개인 혼자 움직여서 결과가 나오는 구멍가게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효과적으로 움직여야 결과가 나오는 대기업 수준의 조직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대규모의 조직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이번 여행을 통해 답은 리스펙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방향이 아닌 쌍방향,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루어 지는 리스펙트를 의미한다.

Respect의 어원을 살펴보자. Re(반복)+Spect(보다)의 합성어다.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지켜봐야 Respect가 생긴다는 뜻일 것이다.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 경험의 공유를 통해 상대방의 생각과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순간 존경이 시작된다.

리스펙트가 없는 조직은 아무리 뛰어난 인재와 리더가 있다 한들 소통 부족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서로의 사상과 가치관,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면 구성원 사이에 믿음과 신뢰가 깨지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미식축구야말로 그렇다. 선수들간, 선수와 코치, 팀과 관중간의 리스펙트가 없으면 서로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불평만 쌓여가는 조직이 된다.

미국 대표팀은 그런 리스펙트를 느낄 수 있는 팀이었다.

선수가 코치의 철학과 경험을 존중하고 코치는 선수의 능력과 성장과정, 훈련과정을 존중한다.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팀의 목표를 만들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각자 포지션에서 전력을 다한다. 그 결과가 우승으로 나타났다.

이번 미국 미식축구 여행에서 느낀 리스펙트 문화를 작게는 팀에서, 크게는 대표팀에 적용해보려 한다. 내가 느낀 점들을 전달하고 구성원들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리스펙트 문화를 내가 속한 조직에 심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 당당히 도전해 보고싶다.

     

■ 필자 정인수는?
1982년생.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디펜스 캡틴과 부주장을 맡고 있다. 풋볼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포지션은 라인백커. 동의대 졸업 후 일본 엑스리그 아사히 챌린저스를 거쳐 현재 서울 바이킹스서 뛰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남자 스포츠 풋볼을 사랑한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로 감동을 주듯 움직임으로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백성일 대표팀 감독은 “정인수의 안목이 상당하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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