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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춘천 메르스' 음성판정, 왜 우리는 메르스 소식에 이처럼 민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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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춘천 메르스' 음성판정, 왜 우리는 메르스 소식에 이처럼 민감할까?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09.22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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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춘천 메르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우리는 의식적인 두뇌가 이성적으로 판단해 어떤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성적인 사고가 전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신적 처리과정의 대부분은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다. 사용자 경험(UX)에 심리학을 도입해 주목을 끌어온 미국의 행동심리학자 웨인 쉔크는 자신의 저서에서 우리가 가진 세 개의 뇌에 대해 설명한다. 새로운 뇌, 중간 뇌, 오래된 뇌가 그것이다.

이중 ‘오래된 뇌(Old Brain)’는 생존에 가장 관심이 많은 부분으로, ‘파충류 뇌’라고도 불린다. 이 ‘오래된 뇌’는 의식적인 지식과 상관없이 작동한다. 오래된 뇌는 생존적으로 세 가지에 본능적으로 작용한다. 바로 ‘음식’과 ‘섹스’, 그리고 ‘위험’이다.

21일부터 ‘메르스’ ‘춘천 메르스’라는 단어가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일명 ‘실검’ 상위를 떠나지 않고 있다. 필자도 포털사이트를 열자 마자 이 검색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무심코 클릭했다. 춘천시에서 발생한 메르스 의심환자가 다행히 2차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휴~, 천만 다행이네!’ 춘천 메르스 의심환자가 음성으로 판정됐다는 기사를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올봄 온나라를 공포에 빠뜨렸던 메르스 사태의 악몽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0일 첫 환자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는 모두 186명이었다. 발생 환자수로만 보면 여타 질병에 비해 엄청난 정도라고 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불가피하게 가게 되는 병원 응급실이 환자 발생의 온상이 됐고, 공기전파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위험의 정도는 우리 모두에게 '두려움'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우리는 메르스 앞에서 현실적인 위험보다 더 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웨인 쉔크의 설명대로라면 ‘오래된 뇌’의 작용에 따른 본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의식이 인식하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유의식, 즉 이성보다 더 강하게 작용해 우리도 모르게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메르스’와 ‘춘천 메르스’ 소식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올봄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당시 일사분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대던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와 보건 사회안전망을 기억하면서 공포의 여운이 여전하다고 볼 수도 있다. 조건형성된 자극과 유사한 자극이 나타나도 학습된 조건반사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자극 일반화’와도 맥을 통한다고 할 것이다.

춘천 메르스 소식에 대한 우리의 부지불식간 민감한 반응은 우리의 위험에 대한 무의식 속 경계심에 자극 일반화의 속성이 더해진 결과라고 풀이할 수 있다.

메르스 발발 이후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보건 관련 사회 안전망은 얼마나 재정비됐을까? 불필요한 공포도 경계해야 하지만 춘천 메르스 의심환자 음성판정을 계기로 불비했던 안전망을 재점검하고 미비한 시스템과 규정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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