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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왕가네 식구들' 문영남 작가의 새로운 문법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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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왕가네 식구들' 문영남 작가의 새로운 문법 아쉽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2.0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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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문영남 작가는 서민의 일상을 배경으로 가족 간 희로애락을 담은 ‘홈 드라마’를 추구한다. 그의 대표작 ‘폼나게 살거야’ ‘수상한 삼형제’ ‘조강지처클럽’ ‘소문난 칠공주’ ‘장밋빛 인생’이 모두 그랬다. ‘가족이라고 해서 항상 행복한 집단이 아니다. 지지고 볶는 일이 많음에도 결국은 서로를 감싸주고 이해해준다’는 훈훈한 메시지를 흥미로운 해프닝과 에피소드를 입혀 전하곤 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높은 시청률을 올렸고, 재미와 흥행을 보장하는 '스타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 문영남 작가의 '왕가네 식구들' [사진=KBS제공]

문 작가의 또다른 특징은 캐릭터의 성격을 집약한 작명이다. 최근 평균 시청률 40%를 달리며 주말극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BS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는 이앙금(김해숙), 왕수박(오현경), 왕호박(이태란), 고민중(조성하), 허세달(오만석) 등 한번 들으면 그대로 입력되는 특이한 이름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 극의 핵심은 철없는 남편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불륜을 저질렀다가 개과천선하는 내용이다. 이를 기둥 줄거리 삼아 자식 편애, 고부 및 시아버지-며느리 갈등, 청년실업, 출생의 비밀, 정년퇴직, 중년의 로맨스, 불륜과 이혼, 재결합, 혼외자 같은 가정 내 온갖 아이템들(평범한 가정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을 건드린다, 가히 복합쇼핑몰 수준이다.

백화점나열식 소재를 탓할 일은 아니다. 작가는 이를 재미있게 버무려냈고, 시청률로 보답받고 있으니까. 다만 사건과 갈등이 전개되고 매듭지어지는 과정이 불편하다. 상식의 잣대로 이해되지 않는 가족애는 가족 이기주의일 뿐이다. 그 잣대로 납득하기 힘든 캐릭터는 '개성 강한'이 아니라 '억지스러운' 인물이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왕가네 식구들’의 난무하는 용서와 화해는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엇비슷하다. 신파에서 소동극까지 널뛰며 시끄럽다. 그래서 진부하게 여겨진다,

분명 작가가 특장점을 발휘하는 전문 영역이 있음은 긍정적이다. 문 작가처럼 20여 년의 필력을 바탕으로 가족드라마에 장기를 보이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반면 작가는 그 누구보다 시대와 호흡해야 하는 직업군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시대착오적인 주제의식에 천착한다거나, 자기복제의 함정에 빠지는 행위는 경계해야 한다. 신작에서 ‘그 작품의 향기가 느껴진다’가 아닌 ‘신선하다’는 평을 들어야 하지 않나.

젊은 세대가 VOD다시보기나 인터넷, 모바일을 이용해 방송을 보는, 시청행태가 변한 상황에서 안방극장을 든든히 지키는 주 시청자는 중장년층, 노년층이다. 혹여 문 작가가 “충성 시청자인 그들을 대상으로 이 정도면 먹힌다”라고 자만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업계 관계자들은 문 작가의 장점에 대해 “대사 한줄 한줄에 깃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이라고 언급한다. 그런 대단한 능력을 가진 문 작가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이뤄지는 가족의 변화상, 가족 구성원들의 다양한 가치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젊은 세대, 마음만은 젊은 중장년층까지 사로잡는 진일보한 가족 드라마를 집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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