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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일만의 선발 복귀, 과외 선생님 앞에서 무너진 고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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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일만의 선발 복귀, 과외 선생님 앞에서 무너진 고효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5.23 2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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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공략 나선 LG 타선 상대로 1이닝 7실점

[문학=스포츠Q 민기홍 기자] SK가 야심차게 내놓은 카드는 대실패로 돌아갔다. 고효준(31)은 자신을 지도했던 양상문 감독 앞에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너무 쉽게 무너져버렸다.

고효준은 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전에 2011년 10월4일 광주 KIA전 이후 962일만에 선발 등판했다. 화려한 귀환을 노리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1이닝 5피안타 3볼넷 7실점하며 체면을 구겼다.

그는 2012년 입대해 공익근무를 마치고 지난 4월말 소집해제됐다. 퓨처스리그에서 2경기 6.2이닝 무실점으로 감을 끌어올린 후 1군 등판을 가졌다.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윤희상의 손등 골절상으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겨 콜업되자마자 바로 선발 기회를 얻었다.

이날 등판은 상대 사령탑이 양상문 감독이 이끄는 LG였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양 감독과 고효준은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 투수코치를 역임한 후 현장을 떠나 있던 양 감독은 2010 시즌을 마친 후 김성근 감독의 요청을 받았다. 두 달간 고효준을 가르쳐달라는 SOS였다. SK는 군 입대를 앞두고 해외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못한 고효준의 개인 선생님으로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양 감독을 낙점했다.

경기를 앞두고 양 감독은 당시를 추억했다. 그는 “체구는 조그만 친구가 시원하게 던지더라”며 “팔 스윙 스피드가 엄청 좋았다”라며 제주도에서 보냈던 ‘특별 과외’ 기억을 떠올렸다.

볼이 많은 고효준을 공략하기 위해 기다리는 전략으로 나가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양 감독은 “물론 볼이 많으면 기다려야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비슷한 공이 올 경우 너무 기다려도 좋을 것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SK 팬들은 제구가 들쑥날쑥한 고효준을 ‘롤러코스터’라고 부른다. ‘긁히는 날’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에이스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볼넷과 사구를 남발해 스스로 무너지는 날이 많아서다.

타자들이 사령탑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LG 타선은 양 감독의 말대로 많이 빠지는 볼은 철저히 기다리면서도 스트라이크 근처의 공은 초구, 2구부터 적극 공략했다. 11타자 중 다섯 타자가 2구 이내에 배트를 휘둘러 3안타를 만들어냈다.

특히 두 이닝 모두 모두 선두타자로 나선 박용택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박용택은 첫 타석에서는 스윙하지 않으며 5구째 볼넷으로 걸어나갔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2구째를 통타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빨랫줄 안타를 쳐냈다.

LG 타자들은 많이 빠지는 공은 무조건 기다리며 볼넷도 3개를 얻어냈다. LG 타선의 전략에 당황한 고효준은 1회에만 5실점하며 복귀전을 망치고 말았다. 고효준은 2회초에도 등판했지만 두 점을 더 잃고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해 1이닝 7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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