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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력 신' 웸블리의 본조비 없었지만 '열정의 신' 본조비가 있었다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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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력 신' 웸블리의 본조비 없었지만 '열정의 신' 본조비가 있었다 [SQ현장]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9.25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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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팝 메탈의 전설' 본조비가 20여 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올랐다. 예전과 같은 '가창력의 달인'은 아니었지만, 팬을 향한 진심 어린 무대매너와 열정은 그가 왜 '전설'인지를 깨닫게 해줬다.

본 조비는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생애 두 번째 한국 공연을 펼쳤다.

이날 8시부터 진행된 공연은 무려 2시간 반 가까운 시간 동안 펼쳐진 대장정이었다. 올해 발매한 새 앨범 수록곡과 역대 히트곡을 번갈아 가면서 곡을 소화한 본조비는 첫 곡 'That’s What The Water Made Me'(댓스 왓 더 워터 메이드 미)를 시작으로 앙코르곡 'Always'(올웨이즈)까지 무려 23곡을 소화했다.

▲ 내한 공연에서 식지않는 열정을 보여준 본조비 [사진=코리아라이브네이션 제공]

특히 본조비가 이날 소화한 23곡은 이미 예정된 곡 수였던 19곡보다 4곡을 초과한 숫자였다. 긴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 등이 발생하는 국외 투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예정된 곡 수 초과'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본조비는 20년을 기다려온 한국팬들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를 넘어 '혼신'을 쏟아 붓는 투쟁 같은 공연을 펼쳤다. 한 명의 팬 입장으로서도 무척 고맙고 감동을 자아내는 일이었다.

◆ 가창력에서 퍼포먼스로 변화된 본조비 공연 아쉬움과 감동의 교차

이번 공연은 무대 소개나 본조비가 소화한 노래에 대한 리뷰 등을 다루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변화된 본조비다. 이번 공연은 본조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 무대였다.

1995년 영국 웸블리 라이브 공연을 기억하는 팬들이었다면 이날 본조비의 공연은 전혀 만족할 수 없는 무대였을 법하다. 본조비의 목소리는 예전의 '힘'을 완전히 잃은 모습이었다.

역대 히트곡 모음을 부르는 순간순간마다. 그의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힘겨운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keep the faith'(킵 더 페이스), 'Livin' On A Prayer'(리빙 온 어 프레이어) 같은 명곡들을 더는 예전의 목소리로 들을 수 없는 전설의 곡이 돼 버렸다.

필자를 포함해 이날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은 단순히 팬을 넘어 한때 본조비를 영웅으로 따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느끼고 싶었던 것은 젊은 시절 목소리 하나로 무대를 장악하던 그 당시 본조비 였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이런 힘은 느낄 수 없었고 아쉬움을 넘어 '세월의 무상함' 그리고 '슬픔'까지 느껴지기 충분했다.

 

그래서 본조비는 '변신'을 선택한 것 같았다. 예전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는 없지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퍼포먼스와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위로하는 듯한 새로운 감동을 던져줬다.

역대 공연에서 본조비는 '근엄함'의 상징 같은 보컬이었다. 긴 금발 머리로 얼굴을 대부분 가린 채 마이크 앞에 서서 강력한 소리를 뿜어내던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현재 활동 중인 록밴드 보컬들의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본조비는 보다 많이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 자주 웃었고 익살스러운 퍼포먼스까지 보여줬다. 그동안 '신'같던 보컬의 이미지에서 '동네 푸근한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완전히 변모했다.

'따뜻한' 본조비는 2시간 30분 내내 관객들을 기쁨에 몰아넣었고 '노력하는 본조비'라는 이미지까지 만들며 고마움을 느끼게 해줬다. 관객들은 보답이라도 하듯 마지막 앙코르곡이었던 'Always'(올웨이즈)를 떼창으로 부르며 본조비의 목을 지켜줬다.

 

◆ 진정한 프로 본조비

본조비의 이번 공연은 음악계 대중 아티스트들이 추구해야 할 프로의 자세를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목소리가 없으면 몸으로라도 팬들을 즐겁게 해주겠다던 본조비의 노력은 아티스트가 대중을 위해 줄 수 있는 감동이 하나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앞서 한 국외 뮤지션은 자신의 건강상 이유로 무성의한 공연을 펼쳐 국내 팬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 뮤지션은 펑크는 물론 신경 쓰지 않은 복장, 짧았던 공연 러닝타임 등 수많은 논란을 몰고 다녔다.

이들이 본조비의 이번 공연을 봤다면 무엇을 느꼈을까? 앞으로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음악을 하는 이들은 본조비의 이런 자세를 반드시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야 대중과 진짜로 숨을 쉬는 아티스트가 되지 않을까?

비록 듣고 싶은 것은 못 들었지만. 마지막까지도 프로의 모습을 잃지 않고 2시간 30분간 열정을 불태워준 본조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박영웅 인디/드라마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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