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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링 히트도 대신 세울뻔했던 허경민의 맹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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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링 히트도 대신 세울뻔했던 허경민의 맹타 이야기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5.25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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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대기록 세운 오재원 대신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홈런 실패에도 안타에 집중력

[잠실=스포츠Q 이재훈 기자] ‘두산의 히든카드’ 허경민(25)이 펄펄 날았다. 비록 사이클링 히트는 놓쳤지만 오재원(30·두산)을 대신해 선발출장한 2루에서 제몫을 해내며 팀의 승리를 도왔다.

전날 역대 16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오재원에 바통을 받아 이틀 연속 같은 팀, 같은 포지션에서 대기록을 세울 뻔 했다. 홈런 하나가 빠졌다.

허경민은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트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2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허경민은 이날 2루수로 시즌 첫 출장했다. 그간 선발출장은 많았으나 모든 포지션은 3루와 유격수였다. 2루수 선발 출장도 오재원이 왼쪽 무릎에 경미한 통증을 호소해 체력안배 차원에서 결장한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허경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회 말에는 1사에서 2루타로 팀의 1사 만루찬스를 만드는데 물꼬를 텄다. 비록 1사 만루에서 홍성흔이 5-4-3 병살로 물러났으나 허경민의 2루타는 팀 타선에 물꼬를 튼 셈이다.

이후 3회 말에는 1타점 우익수 방면 3루타를 치며 두산이 4득점하며 4-3으로 역전하는데 발판을 놓았다. 4회 말에도 허경민은 3번째 타석에서 빠른 발을 앞세워 내야 안타를 치며 3타석 3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홈런 1개만 치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할 수 있었으나 6회 네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며 기회가 날아갔다.

▲ [잠실=스포츠Q 최대성 기자] 허경민은 25일 잠실에서 가진 한화와의 홈경기서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며 2루 붙박이인 선배 오재원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이날 사이클링 히트를 놓쳤음에도 허경민은 이후 타석에서 중전 안타를 기록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허경민은 경기 후 당시 순간을 아쉬워했다. 허경민은 6회 한화의 바뀐 투수 최영완(22)의 2구째 140km짜리 직구를 통타했다. 좌측 펜스로 향한 타구는 좌익수 키를 넘어가 두산팬들의 환호를 불렀으나 더이상 뻗어나지 못했다.

허경민은 “사실 3안타 이후 (오)재원이 형이 ‘사이클링 히트를 한 번 노려봐라’해서 솔직히 4번째 타석에서는 이를 의식했었다”며 “이에 강하게 쳤는데 플라이가 되어 아쉽다”고 말했다.

보통 타자들은 대기록의 순간을 날려버리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허경민은 8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내며 맹타의 기세를 되살렸다.

이에 관련해 허경민은 “사이클링 히트를 실패해 사실 마지막 타석에선 안타만 치자는 생각으로 타선에 임했다”며 “이것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허경민은 광주일고 3학년 당시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두산의 지명될 정도로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였다. 당시 입단동기이자 라이벌인 안치홍(25·KIA)처럼 팀에서 주전인 것은 아니나 현재 두산에서 그는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자원이다.

입단 첫 해인 2009년 허경민을 1군에서 볼 수는 없었다. 3루에는 이원석(29), 김동주(39)가 버티고 있었고 유격수에는 손시헌(34)과 김재호(30), 2루수에는 오재원이라는 큰 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허경민은 일찌감치 군 복무를 택해 2010년 경찰청에 입대했다. 그가 야구를 하는데 있어 이는 큰 힘이 됐다. 군복무와 함께 2군에서 출전시간을 늘리며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 [잠실=스포츠Q 최대성 기자] 허경민은 이날 무릎 통증과 체력안배 차원에서 결장한 오재원의 자리인 2루에 선발출장해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두산 화수분 야구가 자랑하는 '히든카드'다.

결국 허경민은 2012년 최주환(25)과 함께 두산 내야의 새 얼굴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해 92경기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타율 0.266 14타점을 올렸다. 특히 그는 장기인 수비에서 불과 5실책만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경기 출장수가 조금 줄었으나 더 나은 성적을 보였다. 타율은 3푼2리 더 올렸으며(0.298) 9월 22일 안방서 가진 KIA전에서 1군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시즌 허경민은 타율 0.298 1홈런 25타점 14도루로 공격면에서도 일취월장했다.

한편 허경민은 이날 맹활약에도 “그동안 팀에 도움이 못 돼 위축돼 있었다”며 “코치님들이 ‘편안히 경기를 해라’고 얘기하신게 도움이 됐다”고 코치진에 공을 돌리는 겸손함을 보였다.

포커에서 히든카드는 반전을 만들 수 있는 열쇠다. 이날 두산은 '오재원의 2루 공백에는 허경민'이라는 완벽한 ‘히든카드’를 확인하며 안방에서 한화에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었다.

‘화수분 야구’로 대표되는 두산의 완벽한 ‘히든카드’로 입지를 굳히는 허경민이 앞으로 어떻게 더욱 진화된 면모를 보여줄지 관심이 더욱 쏠린다.

steelhear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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