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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설도윤 설컴대표 "경쟁력 강한 뮤지컬은 최적의 관광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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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설도윤 설컴대표 "경쟁력 강한 뮤지컬은 최적의 관광상품"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2.10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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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뮤지컬 시장은 연간 3000억원대의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높은 인건비로 인한 제작비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돌파 시대에 맞춰 영어버전 뮤지컬 제작과 다양한 공연장 구비, 관광 연계상품 개발 등을 통해 국내 뮤지컬 관람 외국인 비중을 30%까지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하루를 25시간으로 쪼개 지내는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겸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이를 추진함과 아울러 올해 지원금 50억원을 유치, 창작뮤지컬 활성화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ㆍ사진 노민규기자] ‘오페라의 유령’ ‘캣츠’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위키드’ 등 고풍스러운 대작들을 국내에 소개하며 뮤지컬 붐을 주도해온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니 설도윤(55) 대표. 타고난 심미안에 도전정신이 어우러져 좌절보다 성공의 단맛을 주로 맛봐왔다.

- 올해 라인업이 만만치 않다. ‘위키드’ 한국어 라이선스 초연(2월 28일까지)에 이어 ‘오페라의 유령’ 대구 공연(2월 말), ‘캣츠’ 오리지널팀 내한공연(6월), ‘프리실라’ 초연(7~9월)이 이어진다.
“올해 유난히 바쁘다. 하하. 일단 ‘위키드’ 반응이 좋아 기쁘다.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대구가 작은 시장임에도 대작들이 모두 내려가는 상황이다. 이 작품이 시장에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인지가 흥미롭다.”

- 30여 년을 뮤지컬에 투신해 왔다. 당신은 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나.
“자의든 타이든 시장에서 늘 어떤 ‘역할’을 해야만 했다. 항상 도전했고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도전은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또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직원들이 호흡을 잘 맞춰줬다. 소통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눈을 마주치면 된다.”

- 설대표의 대다수 (라이선스)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어떤 이유에서라고 여기나.
“상당수 프로듀서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면 일단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난 사전 시장조사를 철저히 한다. 지인을 통해서든, 미디어를 통해서든 직접 해외 현지반응을 체크한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열광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그러면서 확신을 얻는다.”

- ‘위키드’ 한국어 공연의 제작비는 무려 250억원에 이른다. 과거 작품들도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작이었다.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한국어 초연에 앞서 ‘위키드’ 오리지널 투어팀 내한공연을 결정했을 때 비용(제작비 약 200억원)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겁내기보다 극복할 방안을 고민했다. 답은 ‘그렇다면 코스트를 다운시키자’였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투어팀을 호텔이 아닌 오피스텔에 투숙시키고, 배우들과 스태프가 이동할 때도 공연 래핑버스를 활용했다. 1년은 코스트 다운에 목숨 바쳤다.(웃음) 그 결과 흥행이 잘됐다. 일종의 보너스라 여긴다. 3개월 공연하면서 23만5000명의 관객이 들었다. 공연 역사상 기간 대비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 호주에서 만들어져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를 통해 흥행에 성공한 ‘프리실라’를 초연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패셔너블하고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우리도 ‘맘마미아’와 같은 주크박스 뮤지컬을 가지고 싶었다. 지난 2년 동안 현지 프로듀서와 논의를 하고 ‘밀당’을 벌여왔다. 하하. 초연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진 않겠으나 어떻게 효율적으로 프로덕션을 운영하느냐를 고민 중이다. 오래 생각하고 노력하면 비용은 줄어든다.”

- 이 작품에 끌린 이유는?
“7년 전 호주에서 처음 봤는데 1980년대 음악을 들으며 들떴던 기억이 난다. 퀴어 소재 작품이지만 게이 스토리가 거의 보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좋았다. 보수적인 런던에서도 흥행에 성공했고 3년 동안 검증받지 않았나. 전 세대가 좋아할 만한 요소와 휴머니티가 있다는 점이 ‘위키드’나 ‘프리실라’나 동일하다.”

- 설 대표에게 작품은 어떤 존재인가.
“자식과 다름없다. 흥행도 자식 키우는 것과 같아 어찌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부모의 마음으로 보듬고 노심초사할 밖에.”

-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캣츠’ 내한공연이 이뤄진다. 의미가 각별할 것 같다.
“원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향후 뉴 버전으로만 무대에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렇기에 RUG의 오리지널 버전을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작품의 배경이 도심의 외진 쓰레기 더미이고 휴머니티가 강한 내용인데 현대화했을 때 원작의 진한 정서와 향수가 깨지면 어떡하나 우려된다. 우리는 오리지널 버전으로 계속 하겠다고 웨버를 설득 중이다.”

-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공연제작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재능기부, 사회공헌사업을 해왔다. 환경이 열악한 지방대 등 문화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작했다. 만족도가 무척 크다.”

-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으로서 새해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
“창작뮤지컬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창작지원금 30억원을 유치했고 올해 50억원으로 증액됐다. 워크숍이나 트라이아웃 작품들은 각종 상을 통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제외했다. 해외에 진출해도 손색없는 좋은 콘텐츠의 기창작 혹은 검증받은 작품에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의 경우 한류열풍을 일으킨 ‘궁’ ‘광화문연가’나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같이 성과가 상당한 작품들에 지원이 이뤄졌다. 진흙 속 보석을 찾아내 보석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게 협회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내년 3월까지가 임기인데 100억원 증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타 예술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비인기 배우들과 스태프의 현실이 열악하다. 협회 차원의 대책은?
“국민소득 3만~4만달러 시대에서 상위 10%를 제외하고는 다들 힘든 삶을 영위하더라. 복지에 대한 기본 권리를 확충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일단 산업재해, 화재보험 등 보험 혜택을 비롯해 휴무 상태에서 발생한 재해 및 부상에 대한 보상제도가 부재했는데 모두가 해결과제다.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협회에서는 예술인복지재단, 연극복지재단 등과 연계해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

- 뮤지컬 시장은 연간 3000억원대, 전체 공연시장은 6000억원대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 단계에서 과제는?
“현재 시장에는 너무 많은 작품들이 존재한다. 배우 인건비 부분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상위 10%만이 고액 개런티를 받고 있으나 연쇄 효과로 나머지 인건비가 급속히 상승해 제작사들이 높은 인건비 탓에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작자, 배우, 연출자, 스태프 등 각 분과가 모여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투자사들도 스타 마케팅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뮤지컬 산업 전반에 걸쳐 서로의 이해와 요구를 조정하는 자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를 돌파했다. 중국, 일본 관광객에게 경쟁력 강한 한국 문화 콘텐츠는 매력적인 관광 아이템으로 보인다.
“한국은 뉴욕 브로드웨이보다 많은 작품이 올려지는 나라다. 외국인 관광객 수를 1700만 명으로 목표 설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몇몇 스테디셀러 작품으로만 유지되고 있는데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특히 뮤지컬이 가장 좋은 상품이다. 영어버전 뮤지컬 제작과 다양한 공연장 구비, 관광 연계상품 개발 등의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현재 10%를 차지하는 국내 뮤지컬 관람 외국인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수 있다. ‘위키드’ 오리지널팀 공연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상당했다.”

- 스포츠Q가 창간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처럼 뉴스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삭막한 정치, 사회 뉴스 비중이 절대적이라 미디어가 국민의 정서를 안 좋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를 늘려서 골고루 보도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문화 분야에 대해서는 1면을 할애하지 않는데 10번 중 1번이라도 다뤄줬으면 한다. 그래야 국민의 정서가 순화된다. 앞으로 스포츠Q가 애 써달라.”

[취재후기] 인터뷰 다음날, 설 대표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출국했다. 현지에서 열릴 엑스포에서 한국뮤지컬을 올리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보내는 열정과 정력의 소유자, ‘영원한 청년 프로듀서’라는 닉네임이 딱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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