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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눈치백단 내조의 여왕 '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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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눈치백단 내조의 여왕 '전혜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5.26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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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 최중령 아내 맡아 출세욕망 밀도높게 그려내

[스포츠Q 용원중기자] 멜로영화 ‘인간중독’은 개봉 전부터 멜로의 주인공인 남녀배우보다 조연 군단에 대한 관심이 비등했다. 워낙 맛깔나는 연기로 캐릭터를 120프로 살려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군 관사 내 장교 부인들의 봉사모임이자 사교장인 ‘나이팅게일회’의 넘버2 최중령 부인(전혜진)은 단연 시선을 붙들어 맨다.

겉으론 우아하고 고상한 최중령 부인은 남편의 출세를 위해 아부를 멈추지 않는 내조의 여왕이자, 상황에 따라 처세를 달리하는 눈치 백단 캐릭터다.

▲ '나이팅게일회' 회원들 속 전혜진(왼쪽에서 두번째)

교육대장 김진평 대령의 아내인 이숙진(조여정)이 나이팅게일회 리더라면 최중령의 안사람은 남편의 서열에 맞춰 2인자로 군림한다. 아버지마저 장군인 이숙진과는 출신 성분부터가 다르다. 남편도 김진평 대령보다 직급이 아래다. 어떻게든 남편의 어깨에 별을 달아주려는 이숙진이나, 무궁화 한 개를 더 얹어주려는 최중령네나 남편을 통한 신분상승을 추구하는 점에서 동일하다.

재클린 케네디 풍의 원피스에 우아하게 부풀린 단발머리로 한껏 성장한 두 여인은 다정한 사이로 보이나 철저한 주종관계다. 김진평이 육사 시절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온 엘리트 장교라면 최중령은 그저 그런 능력의 소유자다. 김진평의 장인이 실세 장군이라면 최중령은 별반 비빌 언덕조차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최중령 아내의 생존수단은 어마무시한 눈치와 입이었다. 누가 물 먹는지, 기회를 얻는지, 어느 줄에 서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기민하게 주판알을 튕긴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위협의 싹수가 보이는 대상은 집요한 험담과 소문의 확대재생산으로 무력화시켜 버린다.

이런 그녀의 가치판단 기준은 철저히 계급이다. 대령의 부인인 숙진 앞에서는 비굴하기 짝이 없다. 와중에 김진평 대령의 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오는듯 싶자 태도 돌변해 숙진 앞에서 거드름을 피운다. 이에 숙진이 정색하며 “김장하러 오라”고 명령하자 잠시 눈빛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백김치도 담가 드릴까요?”라며 입가에 미소를 꾹꾹 눌러 얹는다. 반면 남편의 부하 와이프인 종가흔(임지연)을 대할 때는 적대감과 무시로 일관한다.

 

부족함 없는 엄친딸로 성장해왔기에 자신의 목표를 방해하지 않는 한 타인에 대해서도 관대한 숙진, 화교의 후예로 남에 집에 얹혀 살아왔으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지내는 가흔과 달리 무에서 유를 일궈온 최중령네가 드러내는 욕망의 민낯은 치열함 그 자체다. 인간의 원초적 본성이자 세속적인 이들에게 있어 절대선인 출세와 성공에 대한 ‘중독’은 가히 레전드급이다. 극중 금기의 사랑을 나누는 김진평과 종가흔이 서로에게 왜 중독됐을까 회의하던 이들도 최중령 아내의 '중독'에 대해선 이내 고개를 끄덕일 만큼.

다소 과장된 톤이지만 강약의 리듬을 잃지 않으며 최중령 아내를 연기한 여배우는 전혜진(38)이다. 대중에겐 익숙치 않은 얼굴일 수도 있으나 오랫동안 연극과 영화, 드라마에서 자신만의 연기 결을 가다듬어 온 녹록치 않은 ‘선수’다. 배우 이선균의 아내이기도 하다.

1997년 미스코리아 경남 선 출신으로 이듬해 영화 ‘죽이는 이야기’로 데뷔했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차무혁(소지섭)의 누이이자 갈치엄마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난해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테러범의 협박을 받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대테러팀장으로 등장해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이상하리만치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매체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불필요하게 이미지를 소비하지 않는 절제와 엄격함이 도드라지는 배우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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