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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은 있을 수 있지만 편파판정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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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은 있을 수 있지만 편파판정은 안된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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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포커스] 클린심판아카데미, 심판 매뉴얼과 운영제도 기틀 마련 제안도

[300자 Tip!] 끝없는 편파판정과 잦은 오심 시비로 국내 스포츠 심판들의 위상과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자기 개혁과 진정한 변화 없는 심판의 모습이 언론에 비치면서 심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더욱 굳어지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국내 스포츠계 심판들은 이런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클린심판아카데미를 실시해오고 있다. 지난 5~7일 3기 아카데미가 천안에서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2003년부터 축구심판 활동을 해온 기자는 심판들의 강습 현장에서 심판들의 현실을 알고 그들은 어떤 개선 비전을 만들어가려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클린심판아카데미 현장을 찾았다. 강사나 참여 심판들 모두 서로의 입장과 애환에 공감하면서도 '편파 판정은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보다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강습 프로그램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안=스포츠Q 신석주 기자] 대한체육회는 더욱 공정한 판정으로 존경받는 심판으로 거듭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2박 3일 동안 ‘제3기 클린심판아카데미’를 실시했다. 

이번 심판아카데미에는 축구, 배구, 농구, 태권도 등 10개 종목 210명의 심판들이 참가해 기본적인 심판의 역할부터 좋은 심판의 조건, 공정한 경기 운영과 판정, 심판의 도덕 생활, 외국어까지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  [천안=사진 스포츠Q 노민규 기자] 박태웅 한국체육언론인 회장이 언론에서 바라본 심판의 위치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 "편파 판정은 범죄행위" 

첫째 날 오후 입소한 심판들은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했다. 첫 번째 강의는 아시아배구연맹 김건태 심판위원이 '좋은 심판 조건과 판정'이라는 주제로 심판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심판이 지켜야 할 원칙 등 심판의 기본 자질에 대해 설명했다. 

배구코트의 '포청천'으로 불리며 지난해 12월 27년간의 심판 생활을 마감한 김건태(62) 심판위원은 1985년 배구 심판에 입문해 1998년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국제배구연맹 심판자격을 획득했다. 20년 동안 350여회 대표팀 경기의 심판을 맡았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 결승전 주심 경험도 12차례나 경험했다.  프로배구 출범 1년 전인 2004년에는 심판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비디오판독, 트리플크라운 등의 경기 규칙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국내 프로배구에서도 423경기를 맡았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국내 심판들의 모범이 되고,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인 김건태 위원이 강사로 나서 심판의 기본 소양에 대해 설명한 것이 심판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갔다. 김 위원은 2기 때부터 아카데미에 참여했고 심판들이 가져야 할 기본 마음 자세를 끊임없이 강조해 공감을 얻었다. 

 

김 위원은 강의를 듣는 심판들을 보면서 동료로서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같은 심판 동료들이다. 이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심판들의 자존심도 있고 좋은 판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내가 가르치는 것은 말도 안 되고 내 경험을 후배들과 나눈다는 생각으로 왔다. 끝까지 경청해주고 적극 참여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카데미야말로 단순한 심판강습회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심판이라면 공정한 판정은 기본이다. 이를 교육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심판들의 오심은 있을 수 있지만 편파판정은 절대 안된다. 아카데미에서 말하는 ‘클린’은 단순히 규칙 적용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판정에 대한 마음가짐을 갖기 위함이다. 심판들 스스로 편파판정이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항상 인식하고 경기장에 들어가야 한다. 심판은 인성을 갖추고 사명감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외롭지만 의로운 인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종목의 심판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심판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안정적인 수입도 없기 때문에 오로지 심판에만 전념하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김 위원도 이 부분이 심판들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했다. 

“누구도 심판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 나도 지난해까지 20년간 심판 생활을 했지만 은퇴 후 퇴직금, 연금보험 등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심판도 먹고 살게 해줘야 한다. 이번에 상임심판제가 도입돼 최저생계비 등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무런 지원 없이 심판에게 사명감과 책임감만 따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심판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판의 길이란 공정한 판정을 위해 철저하게 외길을 가는 수도승과 같다. 최고의 명판관이 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우선 경기규칙을 100% 숙지해야 한다. 어떤 종목이든 경기규칙에 없는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를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규칙을 숙지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또한 외국어 공부도 반드시 해야 한다. 이번에 축구에서 브라질월드컵 본선 심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비단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종목을 자주 접하는 것도 판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 심판 입장 서로 공감하고 공유한 토론시간 

사회정의와 심판 비리, 심판을 위한 멘탈 코칭, 공정한 경기 운영과 판정 등 심판에 가장 쟁점이 된 사항들은 둘째날 다뤄졌다. 마지막 날에는 심판활동과 도덕, 공정한 체육문화를 위한 특별 강의로 마무리됐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가장 활발했던 시간은 심판운영 매뉴얼 구성을 위한 조별 토론 시간이었다. 10개 종목의 심판들이 팀을 이뤄 토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토론을 시작할 때 심판들은 서로 다른 종목에 어떤 공감대가 있을까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자신들이 겪은 심판의 고충을 이야기할 때마다 다른 심판들은 적극적으로 공감했고 판정할 때의 어려움을 같이 공유하면서부터는 부쩍 가까워졌다. 이때는 심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심판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서로 토로했다. 그 가운데서도 앞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대화들이 많이 오갔다. 

토론시간에서 심판 매뉴얼과 운영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심판들은 스스로에게 필요한 운영 규칙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면서 그 의견들이 적극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 [천안=사진 스포츠Q 노민규 기자] 클린심판아카데미에 참가한 심판들이 강의내용 하나하나를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강사로 나선 1994 미국월드컵 축구심판 출신의 박해용 호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좋은 취지의 행사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 심판들의 참여도도 좋았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여 강의 내내 힘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도 제시했다. "참여 심판들이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의 소양을 끌어올 수 있는 테스트 등의 방법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심판들을 선별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오랜 경력의 심판들이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심판 꿈나무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심판의 꿈을 키워가는 젊은 심판들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 심판들의 반응 “좋은 취지 프로그램, 더욱 활성화되길”

아카데미에 참가한 심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대부분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만큼 좀 더 많은 심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활성화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복싱협회 박기봉 심판은 “심판들이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 편파 판정은 범죄행위와 같다. 특히 어린 꿈나무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게 됐다. 앞으로 심판들도 교육과 훈련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판은 “대다수의 심판들은 아니지만 많은 경기를 치르다 보면 별다른 생각 없이 판정할 때가 가끔 있다. 이는 심판으로서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가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취지에서 이러한 세미나는 좋은 약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심판들은 개선해야 할 여지도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200여명의 심판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는 면도 있고 다른 직업을 가진 심판들이 많아 업무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발생했다. 

"심판들에게 많은 부분을 알리려는 취지는 좋지만 강의시간이 너무 많아 집중하기 힘들었다"고 밝힌 심판이 있다. 또 다른 심판은 "2박 3일이란 시간이 부담스러워 1박 2일 정도로 기간을 줄이고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제3기 클린심판아카데미를 수료한 심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대한태권도협회의 한 심판은 종목별로 심판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토의 시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양한 분야의 심판들이 한 조를 이뤄 토론을 할 수 있어 다른 심판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심판 매뉴얼과 운영제도에 대해 토의할 때 같은 종목의 심판들이 모여 토론하면 더욱 심도 깊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 상임심판 구성을 위한 기틀 다지기 단계 

3기 아카데미는 심판 판정의 다양한 심판들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고 심판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대한체육회는 ‘상임심판’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면서 심판의 자질, 존립성을 더욱 향상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장에서 세미나를 진행한 대한체육회 이보라미 대리는 “이번에는 조금 욕심을 부려 많은 심판들을 모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심판들이 모여 집중도가 떨어진 점은 아쉬웠다. 그래도 여러 종목의 심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 심판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부수적인 효과를 얻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 초기 단계라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그래서 아카데미가 끝날 때 설문지를 통해 심판들의 의견을 받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아직 심판아카데미가 세팅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면 심판들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클린심판아카데미에는 340여명의 심판이 교육에 참가했다. 체육회는 지금은 이 아카데미가 상임심판제 도입을 위한 기틀 다지기로 성격을 규정지었다. 그리고 경기단체별 상임심판 선임 시 심판아카데미 참석 여부를 적극 반영해 이 숫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심판 매뉴얼과 운영제도 등을 수립하는 데 심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보다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취재후기] 심판들의 애환과 고충을 털어놓고 심판들의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도 심판으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만나본 심판들도 이와 같은 아카데미가 더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가만히 앉아서 수업만 듣는 방식은 너무나 지루했고, 집중도가 떨어졌다. 아직 초기 단계라고 강조하는 만큼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아 보였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심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진다면 심판들의 자질 향상과 교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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