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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49) 태권청년 김태훈, '최연소 그랜드슬래머' 위한 돌려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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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49) 태권청년 김태훈, '최연소 그랜드슬래머' 위한 돌려차기는?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10.05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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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58㎏급서 '3년 초고속 그랜드슬램' 꿈꾸다..."내 인생 두번째 도전은 시작됐다"

[200자 Tip!] 국제무대에서 소위 ‘효자종목’이라 불리는 분야의 최고의 꿈, 그랜드슬래머가 된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국내선수들끼리부터 선발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태권도나 양궁 등 금메달리스트가 많이 배출되는 종목에서는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만큼 월등한 실력을 갖춰야 세계무대를 밟을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약관을 갓 넘긴 청년이 태권도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한국 남자 태권도 54㎏급의 간판이자 세계랭킹 1위 김태훈(21·동아대)는 올림픽 금메달로 피날레를 장식,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태릉=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제 인생의 두 번째 도전이 다가오고 있어요.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직 소년의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앳된 얼굴에서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자신의 태권도 인생 첫 번째 도전이었던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챔피언에 올랐던 김태훈은 두 번째 도전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시상대 맨 위에 서겠다고 다짐한다.

▲ 김태훈이 태릉선수촌 개선관에서 두 주먹을 꽉 쥔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김태훈의 ‘리우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출전에 영향을 미치는 포인트를 많이 쌓아뒀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세계선수권대회(54㎏급)에서 금메달을 따며 2연패를 달성한 김태훈은 8월 러시아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1차 대회(58㎏급)에선 동메달을 획득했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김태훈은 58㎏급 올림픽 랭킹 2위에 올라 있다. 올림픽은 세계선수권대회와 달리 54㎏급이 없다. 이에 한 체급을 높여 올림픽 포인트가 걸린 대회를 뛰고 있다. 올림픽 랭킹 6위 안에만 들면 내년 리우행을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페이스만 유지하면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다.

김태훈은 “남은 그랑프리 3차 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그래야 올림픽에서 높은 시드를 받으며 초반 강자들과 대결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그랜드슬램 필수 조건은 웨이트트레이닝?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단 2013년부터 남자 54㎏급은 김태훈의 독무대였다. 2013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김태훈은 그해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54㎏급에서도 우승을 차지, 시상대 맨 위에 섰다.

하지만 54㎏급이 없는 올림픽에서는 58㎏급에 출전해야 한다. 체급이 올라간 만큼 신체적인 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대거 나설 터. 더 강한 선수들이 나오기 때문에 기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 19일 터키 삼순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8강 탈락의 쓴맛을 봤기에 방심은 없다.

▲ 54kg급에선 세계 최강이지만 방심은 없다. 올림픽에서는 58kg급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부족한 힘을 길러야 하는 김태훈이다.

“58㎏급 선수들은 54㎏급보다 신체적으로 월등히 뛰어납니다.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지요. 게다가 힘도 좋기 때문에 거기에 뒤지지 않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체급이 올라간 만큼 제 힘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하고 있어요.(웃음)”

김태훈은 내년 올림픽에서 위대한 기록에 도전한다. 올림픽과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모두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이 바로 그것이다. 김태훈은 한국 태권도 최연소 그랜드슬래머를 노린다. 한국에선 문대성이 28세 때 달성한 게 유일한 태권도 그랜드슬램이다. 문대성에 비하면 21세의 김태훈은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아슈르가 맞수? 올림픽에 나서는 모두가 라이벌!

태권도가 국기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태권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력이 비슷해졌다. 특히 이란의 강세가 눈에 띄는데, 한국 지도자들이 기술을 전수한 게 아니라 자력으로 세계 정상급 반열에 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태훈 바로 위에 자리한 58㎏급 올림픽 랭킹 1위가 바로 이란 선수다. 지난해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자인 파르잔 아슈르(19)는 이란이 낳은 태권도 슈퍼스타다. 유소년 시절부터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그는 청소년대표를 거쳐 세계무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김태훈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아슈르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태훈은 아슈르에 대해 “왼발과 오른발을 자유자재로 쓰고 옆차기 공격도 잘한다. 힘도 좋고 밸런스도 괜찮아 까다로운 선수”라며 “앞발 공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왼발 뒤차기 공격 등 맞춤형 전략을 짜고 있다. 최근 경기 비디오를 보면서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눈을 반짝였다.

▲ 김태훈은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한국보다 좋기 때문에 설령 기술에서 뒤진다 하더라도 고전할 때가 많다. 아시아를 포함해 유럽이나 북중미, 남미 선수들의 기량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지도자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태권도를 전파하면서 전력이 평준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국제대회보다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는 게 더 힘들었는데, 이제는 국제대회에 나오는 선수들도 선발전 못지않게 선수들의 수준이 높다.

김태훈은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한국보다 좋기 때문에 설령 기술에서 뒤진다 하더라도 고전할 때가 많다”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북중미, 남미 선수들의 기량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절대 무시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고 바짝 긴장한다.

◆ 변칙기술 보완해 기량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의 기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김태훈은 부족한 점을 훈련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주로 정통으로 가격하는 공격은 잘 들어가는 편이지만, 변칙 공격이 약하다는 게 김태훈의 생각이다.

“왼발과 오른발, 몸통 공격, 3단 공격은 잘 되는 편이에요. 하지만 주먹 공격과 뒤차기, 옆차기, 회전 공격이 부족합니다. 훈련할 때 수십 번 연습해도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잘 안되더라고요.”

김태훈을 지도하는 박종만 태권도 국가대표팀 총감독의 평가도 같다. 박 감독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서 특정 기술을 플러스하라고 이야기하는 편”이라며 “뒤차기와 옆차기, 회전 공격, 커트 공격 능력을 향상시킬 것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 기술은 뒤처질 수도 있을지언정, 멘탈은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신한다. 김태훈은 올림픽에서 기량만큼 중요한 멘탈은 남들 부럽지 않은만큼 타고났다.

다만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김태훈의 멘탈이 강하다고 칭찬했다. “지금까지 국제대회에 나가서 심리적으로 흔들린 적은 없었다”고 제자의 기를 세워주는 박 감독이다.

김태훈도 이 점에 동의했다. 그는 “외국에서 경기를 자주 뛰기 때문에 특별히 긴장되거나 하진 않는다”며 “경기를 뛰는 건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똑같다. 외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월드그랑프리 2차 대회까지 무사히 마친 김태훈은 오는 16일부터 사흘간 영국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3차 대회와 오는 12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 출전한다. 다가오는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가족과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김태훈이다.

“지금까지 저에게 과분한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큰 대회가 남아 있는데, 응원해 주고 챙겨주신 만큼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가진 능력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 김태훈 프로필

△ 생년월일 = 1994년 8월 15일
△ 신체조건 = 183㎝ 60㎏
△ 출생지 = 강원도 원주
△ 출신학교 = 평원중-강원체고-동아대
△ 수상 경력
-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4㎏급 금메달
-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54㎏급 금메달
- 2013년 월드그랑프리파이널 남자 58㎏급 은메달
- 2014년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남자 58㎏급 금메달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54㎏급 금메달
-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4㎏급 금메달
- 2015년 월드그랑프리 1차 대회 남자 58㎏급 동메달
△ 주요 경력
-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한국 남자 태권도 국가대표
-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 남자 태권도 국가대표
- 2014년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한국 남자 태권도 국가대표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한국 남자 태권도 국가대표
-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한국 남자 태권도 국가대표

[취재후기] 183㎝ 60㎏의 깡마른 체구이지만 “무조건 내가 이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를 치른다”는 김태훈의 말에서 강단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이 태권도이기에 태권도가 삶의 전부라고 말하는 김태훈.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세계 톱클래스 반열에 오른 것도 태권도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년 올림픽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무대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차오른 인터뷰였다.

▲ 김태훈은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분들을 위해 반드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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