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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동갑내기 김해진·박소연, 4년 뒤 평창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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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동갑내기 김해진·박소연, 4년 뒤 평창을 노린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1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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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그 이후'] <상> '연아 언니'와 소치 가는 '연아 키즈'

[300자 Tip!]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가 걸어온 길은 한국 피겨 스케이팅의 역사가 됐다. 세계 주니어 그랑프리부터 시작해 세계 그랑프리, 세계 선수권에 이어 올림픽까지 그가 따낸 모든 메달과 우승이라는 영예는 모두 한국 피겨 역사 '최초'였다. 그러나 온갖 역사를 만들어왔던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 과연 한국 피겨는 '김연아 그 이후'에 대해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가. 김연아의 뒤를 이어 한국 피겨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선수를 준비해놓고 있는가. 김연아를 따라 소치로 향하는 김해진과 박소연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김연아(24, 올댓스포츠)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한 달 전인 지난 2010년 1월. 국내 피겨계는 '차세대 에이스'에 흥분했다.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열렸던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선수권에서 초등학교 졸업과 중학교 입학을 앞둔 13세의 어린 선수 둘이 우승과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전국선수권에서 초등학생 신분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은 김연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연아와 함께 밴쿠버올림픽 출전을 앞뒀던 곽민정(20)이 준우승으로 밀려난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3위를 차지한 선수 역시 뛰어난 표현 능력을 보여주며 다른 언니들을 제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인공은 우승을 차지한 김해진(과천고) 그리고 또 한 명은 박소연(신목고)이었다. 어느덧 4년이 흘러 이들은 17세 여고생이 됐고 '자신의 우상'인 김연아와 함께 12일 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로 향한다.

이들은 대선배이자 언니, 우상인 김연아를 따라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부풀어 있다. 그러면서도 프리 스케이팅 진출을 목표로 삼을 정도로 차분한 마음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해진은 "시니어 데뷔 시즌에 맞이하는 올림픽이어서 긴장이 많이 될 것 같다. 내 프로그램 구성요소를 제대로 해 24명이 출전하는 프리스케이팅 진출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하고 있다. 박소연 역시 "열심히 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기술 점수와 프로그램 구성점수 모두 강화하도록 하겠다. 프리 스케이팅에 나가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 신선한 충격 안긴지 4년만에 올림픽 출전

이들도 2008년만 해도 남들과 다름없는 유망주였다. 지난 2008년 김연아가 자선 형식으로 연 '에인젤스 온 아이스 2008' 행사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울 목동 실내링크에서 크리스마스 자선 아이스쇼의 일환으로 열렸던 행사에서 직접 김연아의 소개를 받으며 1부에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유망주에 지나지 않았던 이들이 '차세대 에이스'로 발돋움한 것은 2009년의 일이다. 더블 점프를 모두 소화하게 되면서 기량이 급성장한 이들은 2009년 10월 승급 심사에서 트리플 점프와 1개의 트리플을 포함한 콤비네이션 점프를 뛸 줄 알아야 하는 7급까지 따냈다.

7급이 되면 시니어 부문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국내 규정에 따라 김해진과 박소연은 3개월 뒤에 벌어진 전국선수권에서 곽민정 등과 당당하게 연기를 펼쳤다. 국내 시니어 데뷔전임에도 불구하고 긴장하는 표정 하나 짓지 않고 오히려 연기를 즐기는 듯한 이들의 모습은 피겨 관계자는 물론이고 취재진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선배 언니들을 가볍게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 [사진=스포츠Q 박상현 기자] 김해진이 지난 2011년 1월 서울 태릉 빙상장에서 열린 전국피겨선수권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특히 김해진은 김연아의 길을 그대로 밟는 듯한 인상을 줬다. 김연아가 어린 시절 훈련했던 과천빙상장 출신이라는 것도 닮았고 김연아에 이어 초등학생 신분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까지 같았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 트리플 5종 점프(악셀을 제외한 토루프, 루프, 살코, 러츠, 플립)를 모두 마스터한 것 역시 김연아와 판박이였다.

이후 이들은 2011년과 2012년에도 전국선수권 금, 은메달을 휩쓸었다. 김해진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김연아에 이어 두번째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박소연 역시 세 대회 연속 입상으로 그 뒤를 이었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2011년부터 세계주니어대회에 나가며 기량 발전을 계속하며 선의 경쟁 관계를 계속 이어왔다. 친구 사이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 관계가 이들의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됐다.

◆ 언제나 선의 경쟁 펼치며 기량 향상 가져와

이들의 선의 경쟁은 늘 화제가 됐다. 김해진이 "소연이는 스피드가 좋고 점프가 깔끔하다"고 칭찬하면 박소연도 "해진이 표정을 보고 많이 배운다. 예술성이 좋아 내가 배울 점이 많다"고 맞받아치며 서로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라이벌이 있다 보니 경쟁을 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물론이었다.


▲ [사진=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박소연이 지난 2011년 1월 서울 태릉 빙상장에서 열린 전국피겨선수권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이처럼 경쟁을 이어가다보니 세계 무대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세계주니어무대에서는 박소연이 물꼬를 텄다. 2012년 9월 터키에서 벌어졌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144.77점으로 은메달을 따낸 것. 한국 선수로는 김연아 이후 두번째로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따낸 쾌거였다.

이에 질세라 김해진도 슬로베니아 주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147.30점으로 금메달을 가져왔다. 역시 김연아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번째로 거둔 우승이었다.

얼핏 보면 김해진이 앞서고 박소연이 뒤를 쫓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막상막하다.

2013년, 2014년 전국선수권에서는 박소연이 모두 준우승을 차지해 4위와 3위에 오른 김해진을 앞섰다.

그렇다고 최근 들어 박소연이 김해진을 앞섰다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대만에서 벌어졌던 ISU 4대륙 선수권에서는 김해진이 166.84점을 받으며 6위, 박소연은 162.71점으로 9위에 올랐다.


결국 두 선수 당일 컨디션이나 실수 여부에 따라 순위가 가려질 뿐 실력은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런만큼 선의 경쟁 구도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지금보다 4년 뒤 평창 올림픽 때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기술 뛰어나지만 안무 해석력·예술성 향상 과제

현재 김해진, 박소연의 기술은 세계 수준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미 트리플 5종을 모두 마스터한 수준이기 때문에 '클린 연기'만 펼친다면 충분히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들에게 소치 올림픽은 더없이 중요하다. 나이를 고려한다면 이들의 전성기는 바로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4년 뒤. 이들의 나이가 21세가 될 때다.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도 20세였다. 보통 여자 피겨 선수들의 전성기는 19세에서 22세 사이에 찾아온다.

관건은 프로그램 구성점수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김연아도 경기를 마칠 때마다 입버릇처럼 '안무의 완성도나 전체적임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기술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프로그램 구성 점수다.


아사다 마오(24, 일본)가 트리플 악셀이라는 고급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김연아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은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이 떨어지는 탓도 있지만 프로그램 구성에서 늘 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김연아가 세계 최고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오랫동안 군림하고 있는 것 역시 9점대의 높은 프로그램 구성 점수를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기술 못지 않게 김해진과 박소연 모두 6점대 후반에 그치고 있는 프로그램 구성 점수를 차츰 높여가야만 세계 정상권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김연아 역시 하루 아침에 또는 처음부터 9점대 또는 8점대 후반을 받은 것이 아닌만큼 꾸준히 안무에 대한 해석 능력과 예술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취재후기] 김해진과 박소연은 17세 여고생으로 아직 발전 가능성이 많다. 그런만큼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은 이들에게 경험이라는 큰 자산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바로 이 자산을 바탕으로 평창 올림픽을 준비한다면 '넥스트 김연아'로 손색이 없다. 소치 대회 이후 4년의 준비는 이들의 몫으로 남겠지만 이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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