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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뛰어넘는 제자 키워내는 것이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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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뛰어넘는 제자 키워내는 것이 보람
  • 김종빈 편집위원
  • 승인 2014.05.28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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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지간 맺는 것은 진로 바뀌는 순간, 더 나은 제자 만들기 위해 자기계발 열심

[스포츠Q 김종빈 편집위원] 스승의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엘리트 선수를 하고 있는 중학생 제자가 많이 가르쳐줘서 감사하다는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생활체육으로 학생과 성인을 지도하지만 간혹 엘리트 선수로 진출하는 경우가 있다. 이 학생이 운동선수가 됐을 때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다른 엘리트 선수보다 아이스하키를 늦게 시작한 이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키가 175cm가 넘었고 순발력 등 모든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하지만 구력이 짧았다.

다른 종목은 개인 연습이나 레슨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아이스하키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어 구력이 너무 중요하다. 비슷한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이라면 구력을 넘어서는 일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늦게 시작한 이 학생이 아이스하키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 아이스하키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사제지간을 맺는 것은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평범한 학생처럼 공부하고 성적에 맞는 대학과 능력에 맞는 직장에 취직해 안정된 삶을 살았을 아이들인데 중학생부터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나를 만난 이후에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승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 학생은 30년 전의 나와 너무나 닮았다. 공부를 지독히도 싫어했던 나는 운동을 시켜주지 않는 어머니와 많은 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이기지 못해 공부도, 무엇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어느정도 그렇겠지만 우리 때는 '대학 못가면 사람 취급을 못받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대학 가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였다. 결국 어머니께서는 늦은 나이에 운동을 하도록 허락해주셨다.

초등학교 때 88올림픽 이후를 대비한 꿈나무 프로젝트에 뽑히기도 했고 모든 운동을 잘 하는 편이었지만 짧은 구력 때문에 아이스하키가 쉽지 않았다. 결국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하지 못했다.

엘리트 선수를 하고 있는 제자들이 모두 자식 같지만 위 학생은 내 경우와 비슷해 더욱 애틋하다. 운동을 하고 안하고의 선택은 부모와 학생의 몫이지만 선생님은 냉정하게 판단해서 학생의 장래에 도움이 되는 의견을 부모에게 전달해야 한다.

내가 이 학생에게 운동을 시키라고 권유한 것은 타고난 운동 능력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가 비인기 종목이지만 특정한 한 가지에 열정을 다한다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모든 일에 대해 열의를 가지고 임하는 습관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자를 몇 년째 하다 보니 나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학생이 더러 생긴다.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절대 아니다.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평범한 학생처럼 공부하고 성적에 맞는 대학과 능력에 맞는 직장에 취직해 안정된 삶을 살았을 아이들인데 중학생부터 자신의 진로를 나를 만난 이후에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 스승의 목적은 나보다 더 나은 제자를 만드는 것이다. 제자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게 하려면 나 역시도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나로 인해 운동을 시작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을 유지해야 제자들에게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운좋게도 중, 고등학교 때 나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께서 현재 대표팀 감독을 맡고 계신다. 이 분의 능력이 뛰어나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어 나의 귀감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한가지 분야에서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이른 분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좋은 스승을 둔 나는 운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스승의 목적은 나보다 더 나은 제자를 만드는 것이다. 제자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게 하려면 나 역시도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P.S. 이 글은 지난 3월 20일 타계하신 고 박종국 전 경희대 감독님께 바칩니다.

jongbi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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